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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개혁의 이름으로 침묵을 요구할 것인가

개혁의 이름으로 침묵을 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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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민석 국무총리. 2026.2.8. 연합뉴스 국민들은 개혁에 대한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며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 지지는 단순한 정권교체의 열망이 아니었다. 불공정한 구조를 바로잡고, 권력의 오만을 제어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온 관성을 끊어내라는 집단적 명령에 가까웠다. 국민이 정부에 맡긴 것은 ‘조용한 안정’이 아니라 ‘시끄러운 개혁’이었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저항이 따르더라도, 그 길을 가보라는 정치적 위임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오랜 병폐는 정권을 잡는 순간부터 고개를 든다. 선거 국면에서는 개혁을 외치지만, 집권 이후에는 곧바로 ‘현실’을 말하고 ‘속도 조절’을 강조한다. 급기야 개혁은 관리의 언어로 대체되고, 정치의 목표는 변화가 아니라 통제와 안정으로 이동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 오래된 공식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실용주의와 포용성의 정부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이 말들은 점점 정치적 설득의 언어라기보다, 비판을 차단하는 장치처럼 기능하고 있다.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원칙을 유보하고, 포용이라는 명분으로 갈등을 덮으려는 태도는 결국 지금은 말하지 말라”  논란을 키우지 말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최근 검찰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의 태도는 이 우려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청와대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당·청이 매끄럽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혼선을 줄이자는 관리의 언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맥락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은 부여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만 인정하겠다’고 당론을 정리하자, 이를 두고 청와대가 ‘당·청 이견 노출’로 비치는 것에 불편함을 표시한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고위 당·정·청 비공개회의에서 논의 과정이 갈등으로 보이는 게 아쉽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 문제를 콕 집어 언급하며,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무 자르듯’ 선을 그은 것을 문제 삼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것은 단순한 조율 요청이 아니다. 개혁의 내용보다 ‘정렬된 메시지’를 우선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개혁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견과 논쟁은 정말 ‘아쉬운 장면’인가. 아니면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인가. 특히 검찰개혁처럼 권력의 핵심을 건드리는 문제에서, 당과 정부 내부의 이견마저 ‘갈등 노출’로 관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보완수사권은 결코 기술적인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수사권력의 범위와 통제, 그리고 시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어렵게 합의해 온 원칙은 분명하다. 수사권력은 분산되어야 하고, 통제 가능해야 하며, 다시는 특정 기관이나 권력이 시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은 바로 그 위험한 회귀의 지점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예외적 인정’을 언급하고,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아 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불편해한다면, 이것은 검찰개혁의 방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실용’과 ‘조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쟁을 줄이기 위해 원칙을 유보하고, 메시지를 맞추기 위해 민주적 숙의를 생략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관리다. 개혁은 본질적으로 시끄럽다. 특히 권력기관 개혁은 더 그렇다. 당·정·청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보기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한목소리가 비판과 숙의, 내부 견제의 결과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맞춰진 음성이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성숙이 아니라 권력의 경직을 의미한다. 개혁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견이 아니라 침묵이다. 국민이 이재명 정부에 기대한 것은 ‘잡음 없는 국정’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 내부에서조차 치열하게 논쟁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며, 시민과 함께 결론에 이르는 정치였다. 당이 논의도 하기 전에 보완수사권 폐지를 못박았다는 비판 역시,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만큼 민주당이 검찰 권력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이를 ‘조율되지 않은 행동’으로만 해석하는 순간, 청와대는 개혁의 동반자가 아니라 조정자, 더 나아가 통제자로 비쳐질 위험을 안게 된다. 실용주의는 수단의 문제이지, 민주주의의 원칙을 대체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포용성 역시 갈등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갈등을 견디는 정치적 태도다. 개혁 정부라면 오히려 내부의 불일치와 논쟁을 통해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그것이 시끄럽더라도 말이다. 정권은 국민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은 국민의 기대 위에 잠시 서 있을 뿐이다. 그 기대 속에는 분명한 요구가 들어 있다. 권력기관 개혁만큼은 타협하지 말라는 요구, 자유와 권리에 관한 문제에서는 실용을 말하지 말라는 요구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은 ‘한목소리’가 아니라 ‘왜 이 목소리가 나왔는가’라는 질문이다. 개혁은 포장이 아니라 실천이다. 조율은 필요하지만, 침묵을 강요하는 조율은 개혁의 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메시지 관리가 아니라, 개혁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용기다. 국민은 아직 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묻고 있다. 이 정부는 개혁의 불편함을 끝까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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