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 앞두고 애플워치 ‘탄소중립’ 허위 판결… 아람코 등 화석연료 광고 확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독일 법원과 애플 워치를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에 경고등이 켜졌다. 독일 법원이 애플워치의 ‘탄소중립(CO₂-neutral) 제품’ 광고를 허위로 판단하면서다. 그러나 광고업계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기업의 이미지 세탁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이중적 행태가 부각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 법원은 애플의 광고가 소비자를 오도했다는 독일환경보호협회(DUH)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자사 첫 ‘탄소중립 제품’으로 홍보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독일 법원 탄소중립 근거 불충분”…애플 광고 중단 명령
애플이 제시한 탄소중립의 근거는 파라과이에서 운영 중인 유칼립투스 조림 사업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전체 면적의 75%가 2029년 이후 임대 계약이 보장되지 않아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이 해당 농장이 생태 다양성을 훼손하고 물 사용량이 과도하다고 비판해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DUH는 단기적 탄소 저장에 불과한 조림 사업으로 탄소중립을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애플은 이번 판결에 대해 탄소중립을 위한 엄격한 접근법이 전반적으로 인정받았다”면서도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EU가 2026년부터 ‘탄소중립’ 용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애플은 애플워치의 ‘탄소중립’ 라벨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은 ▲탄소중립·탄소중립 제품 등의 문구 사용 금지 ▲인증 기반 주장만 허용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EU 회원국은 발효 후 24개월 내에 국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광고업계, 화석연료 기업과 새 계약… ‘이중 행보’ 논란
애플 사례는 기업들의 친환경 광고에 대한 규제 강화 흐름을 보여주지만, 광고업계의 현실은 정반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광고그룹 인터퍼블릭그룹(IPG)은 2022년 화석연료 기업과의 거래 축소를 선언했지만, 이후 정책을 수정해 사우디 아라비아 아람코, 엑손모빌, 카타르에너지 등과 새 계약을 체결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IPG 산하 맥켄(McCann)은 아람코의 브랜드 재편 프로젝트를 맡아 ‘Well 7’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는 1930년대 사우디 최초의 상업적 유전을 뜻하는 명칭으로, 아람코가 원유 중심 기업에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문건에는 정부 정책 결정자와 투자자를 주요 대상으로 설정해 아람코가 ‘미래 에너지 생태계’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글로벌 광고·마케팅 업계가 화석연료 기업의 이미지 전환을 지원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유엔이 촉구해온 화석연료 광고 금지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3년 연설에서 석유·가스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담배 광고와 같은 수준의 전면 금지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