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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기름값도 들썩…더 커진 고물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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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한국 경제에는 악재만 쌓이고 있다. 내수 불황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 실적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12.3 내란 사태는 우리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국내 정치적 불안 장기화 여파로 올해 성장률은 새로운 전망치가 나올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물가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국제 유가마저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보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마저 오르면 국내 물가를 안정화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1%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월 1.9%를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고환율에 유가마저 오르면 물가가 다시 2~3%대로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빈사 상태인 내수 경기는 살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주유소 기름값 상승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 유가 하루 만에 3% 가까이 폭등 이달 들어 국제 유가는 상승 폭이 커졌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 국면인데도 유가가 오르는 건 이상 현상이다. 이처럼 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이 깨진 배경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있다.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며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13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3% 가까이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82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2.25달러(2.9%) 뛰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 12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81.0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25달러(1.6%) 오른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작년 8월 26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 10일 러시아 석유회사와 러시아산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제재 대상에는 가즈프롬 네프트 같은 러시아 석유생산 업체뿐 아니라 러시아산 원유를 다른 나라로 수출해온 선박이 포함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제재로 하루 170만 배럴의 원유 운송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러시아 전체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한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상당 기간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추이. 연합뉴스 고환율·고유가에 국내 휘발유 가격도 고공행진 국내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12.3 내란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내란 사태 직전인 작년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5.3%에 달했다. 20개 주요국 통화 중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고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달러 강세로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였으나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원화 가치 하락 폭을 키운 것이다. 석유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치솟은 환율은 곧바로 국내 연료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2~3주 지나면 국제 유가가 국내 휘발유와 경유 시세에 반영된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3일 기준으로 리터당 1702.3원을 기록했다. 평균 휘발윳값이 1700원을 넘긴 건 지난해 8월 10일 이후 다섯 달 만이다. 화물차 등 상업용으로 쓰이는 경유도 12월 19일 1500원을 돌파한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기준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52.7원을 기록했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지수. 연합뉴스 국가미래연구원 “올해 성장률 전망치1.67%” 유가 급등은 국내 산업과 내수 경기에 엄청난 악재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 비용과 물류비 등이 급증해 수익성이 나빠진다. 기업들이 오른 연료비를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한국전력의 경영난도 가중될 것이다. 전기 생산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반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산업용만 인상했는데 연료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면 가정용도 올려야 할 것이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아직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소비심리는 바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 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77로 3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소매유통업 경기가 전 분기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RBSI는 1분기 79에서 2분기 85로 반등했으나 3분기 82, 4분기 80으로 연이어 떨어졌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즐비하니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주요 기관 2025년 성장률 전망치 변화 추이. 연합뉴스 올해 성장률 전망치 1% 초중반으로 떨어지나 내수 경기 회복이 요원하고 수출마저 증가율이 주춤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새로운 수치가 나올 때마다 하락하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산업연구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이 1.6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다. 국제금융센터가 취합한 지난달 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인 1.70%보다도 낮다. 쌓이기만 하는 악재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와 국민 삶의 질은 추락한다. 하루빨리 내란 사태를 종식해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고,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 2기 출범 후 발생할 수 있는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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