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ESG 트렌드 Top 10 ⑩】원청의 책임 한계,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협력사 리스크는 더 이상 ‘외부 변수’가 아니다
협력사(가치사슬)에서 발생한 활동(스코프3 배출)이 결국 기업의 리스크로 잡히는 구조를 보여주는 이미지 / 출처 GHG Protocol
공급망 리스크의 두 번째 변화는 책임 구조의 변화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에는 협력사 사고나 지역 리스크를 외부 변수로 보고 책임 분리의 여지가 있었지만 2026년에는 이 논리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공급망 어딘가에서 발생한 사고나 위반이 원청과 최종 기업의 재무·신용 리스크로 즉시 전이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공급망 파트너가 윤리·안전·환경 기준을 위반할 경우 해당 기업이 직접 책임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생산 중단, 판매 제한, 벌금, 평판 손상 등 실질적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공급망 리스크는 간접 리스크가 아니라 원청 기업의 비용과 가치에 직결되는 리스크로 기능하고 있다.
WINSS도 이 흐름을 스코프3 배출량 관리 강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스코프3 배출은 협력사 생산 공정과 물류, 원재료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감축 목표 설정과 공시, 공급망 감축 유도는 원청이 담당해야 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WINSS는 정부가 공급망 배출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하거나 탄소세 체계를 확대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역시 스코프3 감축을 포함한 목표 수립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ESG 2.0 2026 Outlook’
☞WINSS ‘The Most Important ESG Trends for 2026?’
☞GHG Protocol ‘Diagram of Scopes and Emissions Across the Value Chain’
책임은 커지는데 데이터는 없다…통제 불가능한 리스크가 원청으로
EU는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암시하는 모호한 표현과 검증되지 않은 환경 라벨을 남용하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졌다고 보고, 그린클레임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Veolia
원청 책임이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공급망에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스코프3 배출량이 대표적이다. 원청은 공급망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공급망 전반에 감축을 요구받지만, 정작 배출 데이터는 협력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책임은 원청으로 집중되는데, 대응을 위한 데이터는 공급망 전반으로 흩어져 있는 구조다.
WINSS는 월마트, 이케아 같은 대형 유통사가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저탄소 조달 전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배출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26년 이후에는 규제 압력에 대응해 이런 방식이 더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원청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와 신뢰도, 협력사 협조 수준은 기업이 원하는 만큼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남는다.
그린워싱 리스크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WINSS는 EU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기관이 광고·공시 규정을 강화해 기업의 친환경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로 입증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EU 그린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은 환경 주장에 대한 증빙 책임을 강화하는 지침이다. 문제는 기업의 친환경 주장 상당 부분이 공급망 전반의 조달·공정·원재료·물류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청이 전 과정 데이터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하면, ‘허위 주장’이 아니더라도 증빙 부족으로 규제 조사나 평판 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H&M과 자라는 모호한 지속가능성 주장으로 그린워싱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나이키와 라코스테 역시 근거 없는 지속가능 제품 주장을 이유로 영국의 광고심의위원회(ASA)로부터 광고 중단 조치를 받았다. 2026년에는 기업이 보다 명확한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규제 리스크와 평판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 공급망 데이터의 품질과 확보 범위가 곧 기업의 규제·평판 리스크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EU Green Claims Directive
☞나이키·라코스테 광고 금지…英 ASA, ‘근거 없는 지속가능’ 전면 단속 나섰다
공시·소송으로 이어지는 책임 전환…실사 역량이 ‘방어 수단’이 된다
글로벌 기후변화 소송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해 2020년대에 정점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특히 미국에서 제기되는 소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 이미지 출처 UNEP 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2025 Status Review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원청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책임은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 법적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WINSS는 기후 관련 소송이 늘면서 기업의 환경 관행에 대한 사법적 검증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SB 253과 SB 261처럼 포괄적 기후 공시를 요구하는 규제는 기업이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2025년 대표적으로 페루 농민이 독일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빙하 융해를 촉진해 피해를 유발했다고 주장한 소송이 있다. 최근에는 홀심 역시 스위스 법원에서 기후 책임을 묻는 소송이 수용되면서 법적 재판을 받을 상황에 놓였다. 이는 기업이 기후 영향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커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협력사 활동과 공급망 전체 배출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더라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공급망 실사 의무를 완화하거나 축소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러한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실사 역량의 중요성은 줄어들기 어렵다. 블룸버그는 실사 범위를 줄이면 고위험 공급망 구간이 가시성 밖으로 밀려나며, 사고 발생 시 대응 능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CI도 규제가 흔들리더라도 시장과 금융은 재무적으로 중요한 공급망 리스크 데이터를 지속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결국 2026년에는 공급망 실사가 ‘규제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확대 국면에서의 ‘방어 수단’으로 재정의될 전망이다. 원청 기업은 스코프3 배출, 친환경 주장, 협력사 위반 위험을 모두 데이터와 증빙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원청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실사 체계와 데이터 확보 능력이 기업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좌우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UNEP Global Climate Litigation Report: 2025 Status Review
☞독일 법원, 에너지社 RWE 기후 소송 기각…기업의 책임은 인정
☞스위스 법원, 홀심 상대 기후소송 절차 인정…대기업 첫 사법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