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불씨 남아…향후 60일 비핵화 본협상 [국제] 미국과 이란이 개전 106일 만에 종전을 위한 협상의 기본 틀을 정한 양해각서(MOU)를 타결했다.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공식 서명 즉시 이란이 봉쇄해온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되고, 이란에 대한 미군의 해상 봉쇄도 해제된다. 또한 레바논을 포함해 현재 전투가 진행 중인 모든 전선에서의 모든 적대 행위도 영구 중단된다. 이런 토대 위에서 미국과 이란은 앞으로 60일간 이란의 비핵화, 영구 종전과 평화 체제 구축 문제 등을 다루는 본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15일 미국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행사를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옥타곤 안에 서 있다. 이번 종합격투기(MMA) 경기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2026. 06. 15 [EPA=연합뉴스]
이란 메흐르 통신, 종전 MOU 14개 항 공개
19일 제네바서 공식 서명…즉시 전쟁 중단
이번 양해각서 세부 내용에 대해 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의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13일 MOU 초안을 공개한 데 이어, 14일 이에 대한 이란 협상팀 수석의 전략 고문인 모하마디의 설명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 시점이 MOU 타결 발표 이전인데다 전적으로 이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고, 미국 측에선 아직 최종본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일부 수정되거나 아예 빠지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이란 협상팀과 가까운 소식통 을 인용한 메흐르 통신 보도에 따르면, 14개 항의 MOU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즉시 영구적으로 종료한다(1항), 미국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주권 존중을 약속한다(2항), 해상 봉쇄를 30일 이내에 완전히 해제한다(3항), 미국은 이란 주변 지역에서 자국 군대의 철수를 약속한다(4항) 등이 담겼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을 30일 이내에 이란이 정한 방식에 따라 다시 개방한다(5항),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 그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고, 이란이 자국 금융 자원에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6항),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최소 3천억 달러(약 455조 원) 규모의 재건 계획을 제시한다(7항) 등이 포함됐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15일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처가 테헤란(이란)과 워싱턴(미국)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2026. 06. 15 [메흐르 통신 갈무리]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본협상 전 240억 동결 자금 해제
이란 미사일과 저항 단체 지원은 제외
8항에선 핵 문제와 미국의 1, 2차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를 완전히 제거하는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60일간 협상 기간을 둔다고 했고, 9항에선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10항에선 협상 기간에 미국은 중동 지역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새로운 제재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11항에선 최종 협상 60일 기간에 이란의 동결 자금 240억 달러를 해제하며, 그 절반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이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12항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감시 메커니즘 설립을 담았고, 13항에선 최종 합의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비준된다고 규정됐다.
마지막 14항에선 최종 협상은 이란의 동결 자금 절반이 먼저 해제되고, 석유 제재가 중단되며, 해상 봉쇄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최종 합의는 오직 농축 물질과 농축, 제재 해제, 그리고 이란 경제 재건 프로그램만 다루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저항 단체들 (Resistance groups)에 대한 이란의 지원 문제에 관한 논의는 의제에서 확실히 제외됐다고 덧붙였다.
11일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의 누르 칸 공군기지에 도착한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중앙 오른쪽),,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중앙 왼쪽)이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에드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걷고 있다. 2026. 04. 11 파키스탄 외무부 제공 [AFP=연합뉴스]
이란 협상단, 미국의 전략적 후퇴로 해석
미국, 사상 처음 이스라엘 대신해 보증
이란 협상단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를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MOU 타결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이란 협상단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전략 고문인 모하마디가 14개 항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모하마디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을 즉시 영구적으로 종료한다는 MOU 초안 1항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은 물론 이스라엘을 대신해서도 이 약속을 제공하게 되며, 합의 서명 즉시 상대측은 즉각 전쟁을 끝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면서 이는 대단히 중요한 성과이며 전쟁에서 반대편이 실패했다는 신호다 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은 이스라엘을 대신해 미국이 보증하도록 강제했다 면서 지금까지 미국은 이런 방식의 합의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 오랫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전략은 워싱턴이 협정에 서명하고, 이스라엘은 그 밖에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번 문안에선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오만 무산담에서 드론으로 촬영. 2026. 06. 15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 여전히 불씨
트럼프 통행료 없다 vs 이란 이미 부과
상호주의 원칙도 강조했다. 모하마디는 만약 그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해협은 계속 봉쇄될 것이고, 다음 단계 협상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우리는 전쟁에 돌입할 것이다. 그들도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의 해제와 이란의 선박 운항 방해는 합의 서명 즉시 중단돼야 한다면서 이 과정은 30일 이내에 봉쇄 이전 수준으로 해운 활동을 복구해야 한다 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와 관련해 그는 현재 이란이 안전, 항행, 보안을 포함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이런 수수료를 징수할 권리는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으며, 다른 어떤 당사자도 이와 관련하여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체계가 이미 시행 중이며 앞으로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통행료 없는 (toll free)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적으로 승인하는 동시에, 미 해군의 해상 봉쇄 즉시 해제를 승인한다 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달라 여전히 불씨로 남겨진 모양새다.
이란 기술자들이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20km 떨어진 이스파한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작업하고 있다. 2005. 08. 08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배상 표현 없지만 3천억 달러 재건 계획
이란 미국, 처음으로 1차 제재 해제 약속
최소 3000억 달러의 재건 계획(7항)과 관련해선 비록 배상 (compensation) 이란 표현은 없지만, 전쟁 중 이란이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뜻하는 건 분명하다 고 주장했다. 나아가 향후 60일의 본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할 내용에 미국이 처음으로 1차 제재 해제를 약속했다 며 그런 약속은 이전엔 결코 있어본 적이 없었다 고 말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 모하마디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측 요구가 지금은 고농축 핵물질 관련에 한정돼 있다며 이번 MOU에 따라 이란이 취해야 할 즉각적인 핵 관련 조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해도 이란의 의무는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과 이란이 제안한 공식에 따라 60% 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한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맥락에서 (핵물질) 희석(dilution)이 논의되고 있다 며 물질이 희석되면 이란 안에 남게 되며, 필요하면 단시간에 더 높은 농축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10일, 이란 테헤란의 바나크 광장에서 한 남성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그려진 포스터 앞에 앉아 있다. 이란 외무부는 10일 미국이 이란 남부 지역의 목표물들을 추가 공습한 이후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진행 중이던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훼손했다 고 밝혔다. 2026. 06. 10 [AFP=연합뉴스]
미국, 이란 주변 지역에서 군대 철수도
이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
모하마디는 모든 건 미래로 미뤄졌다. 우선 상대측이 봉쇄를 해제하고 동결된 우리의 자산을 해제하는지, 석유 제재를 유예하고, 레바논에서의 전쟁을 끝내는지 봐야 한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그때 우리는 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또한 이번 합의에 따르면 미국이 30일 이내에 이란 주변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며 미국이 이란 인근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서명하는 것의 의미를 상상해 보라. 그 성과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번 MOU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발표가 없는 만큼, 이란 메흐르 통신의 보도와 모하마디 고문의 이야기를 전부 사실로 단정하긴 이르다. 현재 이란의 메흐르 통신이 보도한 내용만 놓고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핵 문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핵심 쟁점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폭의 양보를 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60일의 본 협상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우라늄 농축 중단, 약 440kg의 60%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대이란 제재 완화, 이란의 경제 재건 프로그램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