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미국 전기요금은 기업이 내라” 규제 확산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 IT 설비 용량의 미국 내 분포. 회색은 2021년, 파란색은 2024년, 주황색은 2030년 예상 용량을 나타낸다. / 출처 = EPRI
미국 워싱턴주 의회가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워싱턴주 상원 환경·에너지·기술위원회는 데이터센터 전력 규제를 담은 HB2515 법안을 7대2로 가결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이 일반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고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데이터센터 전력 급증… 요금 부담은 기업이”
법안은 계약 전력 20메가와트(MW) 이상 데이터 처리 시설을 ‘대형 전력사용 시설(emerging large energy use facilities)’로 정의한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전력망과 전기요금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 관리하기 위한 기준이다.
핵심은 전력 비용의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 전력회사는 2026년 10월까지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요금제나 운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 10년 장기 계약, 담보 제공, 계약 해지 시 위약금, 전력망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가격 구조 등이 포함된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는 수요반응(DR) 프로그램 참여 또는 동일한 수준의 피크 부하 감축 비용 부담이 요구된다. 수요반응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소비자가 사용량을 줄이거나 조정해 전력망 부담을 낮는 제도다.
2031년 80%, 2046년 100% 청정전력 의무
대형 데이터센터는 2031년부터 연간 전력 소비의 최소 80%를 재생에너지 또는 무탄소 전력으로 충당해야 한다. 해당 전력은 2026년 이후 가동을 시작한 발전원에서 공급된 전력이어야 하며, 2046년에는 청정전력 비중을 100%까지 확대해야 한다.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입증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소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력에는 통상 REC가 함께 발급되며 이를 사용 처리해야 실제 청정전력 소비로 인정된다. 동일 전력을 여러 기업이 동시에 재생에너지로 주장하는 ‘이중 계산’을 막기 위한 장치다.
또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물 사용량, 냉각 기술, 냉매 사용, 대기 배출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매년 워싱턴주 생태부에 에너지 사용과 배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 환경정보 공시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 SB253과 달리, 데이터센터의 전력·자원 사용을 별도로 관리하는 규제라는 점이 특징이다.
2029년부터는 전력회사가 워싱턴주의 탄소배출권 거래 프로그램(Climate Commitment Act)에서 받은 무상 배출권을 데이터센터 비용 보전에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다른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전력정책 쟁점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미국 전력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4~5% 수준이다. 그러나 AI 인프라 확장이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전체 전력 생산의 9~17%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근 18개월 동안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전망치는 2024년 추정치보다 약 60% 상향됐다.
버지니아처럼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이미 전력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 해당 주에서는 현재 전력 소비의 약 4분의 1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이 비중이 최대 57%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 주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 체계를 논의 중이며 텍사스주는 75MW 이상 시설에 송전망 연결 비용을 부과하는 SB6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네소타주 역시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 비용 부담을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기업도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가 자체 전력을 확보하는 BYOP(Bring Your Own Power)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또한 원전과 재생에너지 장기 전력 계약을 확대하며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AI 인프라 경쟁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반도체나 서버 성능 경쟁을 넘어 안정적인 전력 확보 능력이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