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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인간 김구를 미화하지 않고 직면 하다

인간 김구를 미화하지 않고 직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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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강산에 눕다』는 단순히 한 인물, 김구의 생애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한 시대가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견뎌냈는가에 대한 집단적 증언이며, 동시에 그 시대를 통과한 인간들의 ‘내면의 밀도’를 복원하려는 문학적 시도이다. 저자 임순만은 목차의 배열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역사 인식 틀을 제시한다. 그것은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 축적되는 ‘윤리의 궤적’이다.   임순만 장편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의 표지.  1. ‘내 목숨을 드리다’에서 ‘그대의 목숨을 받다’까지 개인의 결단이 공동체의 운명이 되는 순간을 묘사하였다. 서두의 두 장은 이 작품의 핵심 문장을 미리 제시한다. 목숨을 ‘드리는’ 행위와 ‘받는’ 행위는 단순한 희생의 미학이 아니라, 책임의 윤리이다. 이는 김구의 『백범일지』에서 반복되는 윤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에게 독립투쟁은 개인의 결단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생을 떠맡는 일이었다. 이 소설은 그 윤리를 인물 간의 관계망 속에서 입체화한다. 즉, ‘한 사람의 결심’이 아니라 ‘서로의 생을 떠받치는 구조’로 독립투쟁을 재구성한다. 2. ‘물소리’와 ‘굶주린 자는 먹인다’ 이념 이전에 존재하는 인간의 본능적 정의를 말한다. 3장과 4장은 놀라울 정도로 소박하다. 총도, 폭탄도, 거창한 이념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물소리와 배고픔이 등장한다. 이 장면들은 백범일지 속에서 김구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사람됨’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나라를 잃기 이전에 인간 됨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립투쟁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다. 이 소설은 이 지점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독립운동가를 ‘영웅’으로 만들기보다, ‘굶주린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인간’으로 먼저 그려낸다. 3. ‘서대문 감옥’과 ‘상해 뒷골목’ 국가 없는 인간의 공간적 비극을 제시한다. 7장과 8장은 공간의 대비를 통해 서사의 긴장을 극대화한다. ‘서대문 감옥’은 제국이 인간을 가두는 공간이며, ‘상해 뒷골목’은 조국을 잃은 인간이 스스로 자기를 숨기는 공간이다. 두 공간 모두 ‘자유의 부재’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백범일지에서도 감옥과 망명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상이 정제되는 ‘용광로’로 작동한다. 이 작품 역시 그 전통을 이어받되 보다 감각적인 묘사로 독자를 현장에 밀어 넣는다. 특히 ‘뒷골목’이라는 표현은 이 소설의 미학을 압축한다. 역사는 언제나 정면이 아니라, 뒷면에서 더 선명해진다. 4. ‘김구 암살 작전’과 ‘비밀문서’ 역사의 어둠을 직면하는 방식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작품이 단순한 찬양 서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구를 중심에 두되, 그를 둘러싼 음모와 갈등, 내부의 긴장까지도 숨기지 않는다. 이는 백범일지가 지닌 ‘자기 고백적 진실성’을 소설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역사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면’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후자를 택한다.   김구 탄생 150주년 유네스코 기념해 지정을 알리는 외교부 포스터 Ⓒ 외교부 5. ‘삼천만 동포에게 고함’에서 ‘비원(悲願)’까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열을 그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해방은 도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비극의 시작으로 그려진다. ‘삼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선언적 언어는 곧 ‘갈라지는 땅에서’라는 냉혹한 현실로 무너진다. 이 대비는 백범일지의 마지막 정서와 깊이 공명한다. 김구에게 해방 이후의 조국은 완성된 나라가 아니라, 지켜내지 못한 약속의 공간이었다. 6. ‘강산에 눕다’ 이는 ‘죽음’이 아니라 ‘귀환’을 말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다. ‘눕는다’라는 표현은 단순한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돌아감’이며, ‘맡김’이다. 한 인간이 시대를 다 살고 난 뒤, 자신이 지키려 했던 강산 위에 몸을 내려놓는 행위이다. 이 장면은 독립운동을 ‘투쟁의 역사’에서 ‘귀환의 서사’로 전환시킨다. 7. 희생의 성격 - ‘폭력’이 아니라 ‘윤리’의 선택 이 작품을 읽으며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독립운동가들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의거를 단순한 ‘폭력’ 혹은 ‘테러’로 환원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리고 백범일지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들의 행동은 무차별적 공포 조성이 아니라, 명확한 대상이 있었고 역사적 책임을 묻는 행위였으며, 무엇보다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결단이었다. 예컨대, 윤봉길의 홍커우공원 의거는 도주를 전제로 한 공격이 아니라, 죽음을 각오한 선언이었다. 이봉창 역시 실패를 알면서도 던졌다. 안중근은 재판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동양 평화를 위한 의거’로 규정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구분해야 한다. 2001년의 9·11 테러와 같은 사건은 무차별적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포의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한국의 독립투쟁은 억압적 식민 권력에 대한 저항이자 자기희생을 동반한 정치적·윤리적 행위였다. 질적으로 전혀 다른 층위의 역사적 사건이다. 8. 기억하지 않는다면, 교육이 아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기억의 태도’이다. 만약 우리가 이들의 이름을 잊고, 그 희생을 평가절하하거나 왜곡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역사 교육의 실패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의 선택은 어떤 가치로도 환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보다 앞선 신념’, ‘개인보다 앞선 공동체’, ‘현재보다 앞선 미래’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드물다. 9. 세계사적 평가 - 보편 윤리로서의 독립운동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독립투쟁의 가치가 결코 한국 내부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네스코가 김구 선생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그의 행위가 특정 민족의 사건을 넘어 인류 보편의 정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그가 다른 시대, 다른 조건 속에 있었다면 ‘노벨 평화상’과 같은 국제적 평가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가정 역시 결코 과장된 상상만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행동은 ‘파괴’가 아니라 ‘정의에 대한 극단적 헌신’이었기 때문이다. 10. 문학은 역사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백범 강산에 눕다』의 진정한 성취는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들을 신격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선택이 얼마나 치열한 인간적 고뇌 위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 우리는 그들을 ‘멀리 있는 영웅’으로 숭배하는 대신 ‘같은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우리 자신에게 되묻게 한다. 그때 비로소 독자는 독립투쟁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겪게’ 된다. 이 점에서 『백범 강산에 눕다』는 역사소설이면서 동시에 윤리 소설이다. 우리가 지금 이 땅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역사적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이봉창의 ‘투척’ 위에, 윤봉길의 ‘결단’ 위에, 안중근의 ‘총성’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하는 것. 아마도 『백범 강산에 눕다』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최소한의 윤리일 것이다. 수일 전, 책을 펴낸 한길사 김언호 대표를 만나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 시대에 왜 다시 김구인가’를 말하며, ‘이제는 기억이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고 소개하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끝내지 못한 문장’이다”라고~, 아마도 이 소설은 그 ‘끝나지 않은 문장’ 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메시지를 한 줄 더 보태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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