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인도 FTA 타결…관세는 내렸지만 CBAM은 그대로 유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연합(EU)과 인도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있던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했지만,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협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그대로 유지된다.
EU와 인도는 26일(현지시각) 양측 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브뤼셀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인도로의 수출이 두 배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약 20년에 걸쳐 협상을 이어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고율 관세 기조가 협상 타결을 앞당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인도, EU에 유리한 관세 인하…자동차·항공·식품 수출 확대
협정에 따라 인도는 EU산 제품의 90% 이상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유럽산 와인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0%에서 단계적으로 20~30% 수준으로 낮아진다. 맥주 관세는 110%에서 50%로 인하되며, 증류주 역시 최대 150%에서 40%로 줄어든다.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의 주요 수출품인 올리브유를 비롯해 과일주스, 무알코올 맥주, 빵·파스타·초콜릿·반려동물 사료 등 가공식품에 대한 관세도 철폐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 자동차 산업에도 유리한 조치가 포함됐다. 인도는 자동차 관세를 기존 최고 110%에서 단계적으로 10%까지 낮추되, 연간 25만대 쿼터를 설정했다. 자동차 관세 인하로 EU 완성차의 인도 시장 진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인도에 진출한 한국 완성차·부품 기업들은 가격 경쟁과 현지 생산 전략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항공기 관세도 철폐돼 에어버스(Airbus)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대부분의 기계류, 의료기기, 화학제품,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0%로 낮아진다.
인도 수출 확대 속 CBAM 유지…철강은 쿼터로 조정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의 대(對)인도 수입품은 주로 기계·설비, 화학제품, 기초금속, 광물, 섬유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는 이번 협정을 통해 섬유·가죽·신발, 차·커피·향신료, 스포츠용품, 장난감, 보석·귀금속, 일부 수산물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해 EU가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공식품과 무기·탄약에 대해서도 관세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철강은 별도 조정 대상이 됐다. 인도산 철강은 EU 수입에서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협정에 따라 인도는 연간 160만톤의 무관세 철강 쿼터를 부여받는 대신,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보복 관세 권리를 포기하기로 했다.
EU가 철강 완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별 비중 / 인도가 전체에서 약 7~8%를 차지하며 그중 한국의 비중은 11%를 차지한다. / 이미지 출처 Steel World Review
EU는 또 인도 숙련 인력의 역내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계절 노동자, 연구자, 유학생 등을 포함하는 인력 이동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반면 인도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온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유지된다. CBAM은 역외 생산자가 EU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EU는 필요 시 인도와 기술적 협의를 개시하고, 인도보다 더 유리한 대우를 다른 교역국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민감한 농산물도 이번 협정에서 제외됐다. 설탕, 에탄올, 쌀, 연질밀, 쇠고기, 닭고기, 분유, 바나나, 꿀, 마늘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양보도 없었다. 정부조달, 에너지·원자재, 제조업 투자 자유화, 지속가능발전(노동권·환경 기준) 관련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이번 협정이 유제품, 곡물, 가금류, 대두박, 일부 과일·채소 등 자국의 민감 산업을 보호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별도로 지리적 표시제(GI) 보호 협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EU는 이를 통해 원산지 명칭을 보호받는 전통 농식품의 인도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