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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으로 불러주자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으로 불러주자
[뉴스]
23일 수원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 벨레자의 경기. 내고향 선수들이 인공기를 들고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3 연합뉴스 최근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호칭을 놓고 정치권에 논란이 다시 일었다. 과거 북한은 대한민국을 ‘남조선’ 또는 ‘괴뢰’라 칭했으나, 최근 국제무대와 내부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 혹은 ‘한국’으로 공식 지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북한이 아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란 정식 명칭으로 불러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까? 북한에 대한 호칭 문제는 남북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 구도 해소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의 의도와 목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과연 그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를 공격하는 데 있는지, 아니면 방어적 목적인지. 이런 사전 조사도 없이 무조건 북한을 옹호하거나 혹은 싸울 생각만 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 의도가 북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구태여 방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먼저 최근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자. 202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민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로 선언했는데 이는 남한이 더 이상 동족으로서 언젠가 하나가 되어야 할 국가가 아니고 완전히 다른 국가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2026년 3월 최고인민회에서 헌법을 개정했는데 그 핵심은 통일 조항의 완전한 삭제, 영토 조항의 신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의 핵무력 지휘권 독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북한은 그들의 헌법 제2조에 신설된 영토 조항이다. 북한의 새 헌법은 북한의 영토는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이 1948년 정권 수립 이후 처음으로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한반도 전체가 아닌 북측 지역으로 한정했다는 뜻이다. 동시에 헌법 서문과 9조에 있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통일 업적’이나 ‘북반부의 사회주의 완전 승리’,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 조국통일 실현을 위한 투쟁’ 등이 개정 헌법에서는 삭제됐다. 북한 체제가 80년 가까이 유지해 온 ‘통일 정당성’을 적어도 헌법에서는 지워버린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모든 것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기 위해서일까? 필자는 이것을 북한은 대남통일노선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라고 해석한다. 김정은은 그 통일전선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해 6·15 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민족화해협의회 등 대남기구를 전면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경의선·동해선 폭파 등을 실행했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변화는 몇 가지의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다. 첫째는 김정은 개인의 신변보호다. 김정은은 미국이 과거 수많은 반미 성향의 지도자를 제거했듯이, 또 최근에도 이란 전쟁을 시작도 하기 전 핵무기 협상 중 이란의 지도부를 통째로 제거했듯이 미국은 절대로 믿지 못할 나라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둘째는 북한 체제보호다. 남북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함으로써 남북 사이에 벽을 쌓고 남북관계 개선을 차단함으로써 한국의 문화(한류) 유입을 차단하고, 주민들의 동요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그들이 어렵게 개발한 핵무기 보유 명분을 쌓고,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전략이다. 남한의 주도적 통일 정책(흡수통일 등)에 대해 법적인 방어벽을 치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전략과 목표가 과연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에게 자신들을 그들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최근 북한의 변화에 주목해 북한이 스스로 ‘조선’으로 불리길 원하는 만큼,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이 상호 존중의 시작”이라는 입장에 동의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라는 호칭에 항의해 온 북측의 입장을 수용해 얼어붙은 남북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믿는다. 북한을 괴뢰 집단이나 불법 단체로만 치부하면 남북 상호간 적대감만 높이고 대결 구도만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남북한은 1991년 유엔(UN)에 각각 독립된 주권국가로 동시 가입했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이미 하나의 국가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수용해야 한다. 반면에 북한을 조선 으로 호칭(이하 조선호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일 그럴 경우 당장 헌법적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우리 영토의 북부 지역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요구대로 그들을 조선 으로 호칭한다면 남북통일 또는 북측 영토 수복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헌법 제4조는 평화적 통일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부르는 것은 사실상 통일을 포기하고 분단을 영구화하는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조선호칭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자발적으로 동조해 주는 꼴이 된다고 비판한다. 필자는 이러한 반대론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은 유연성과 상상력 부족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즉 조선호칭이 헌법과 어긋난다면 우리 헌법을 바꾸면 되는 것이고, 영구분단은 호칭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공자님 말씀 중에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 위령공편)이란 말이 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또, 노자는 장욕탈지 필고여지 (將欲奪之 必固與之) 라고 했다. ‘장차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경에서도 여러 곳에서 남을 존중하라고 써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누가복음 6장 31절);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에게 먼저 베푸는 공헌과 배려가 결국 나에게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는 점은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보편적인 지혜임을 알 수 있다. 대인관계나 국가간 관계나 그 본질은 마찬가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평양 목란관에서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6.6.9 연합뉴스 역대 정부도 북한에 대한 호칭을 정중하게 했다. 물론, 역대 정부는 이념 성향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기조가 달랐지만,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등 합의서 작정 시에는 상호 존중의 의미로 북한의 직책과 공식 국호를 인정해 왔다. 박정희 정부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당시 남북이 분단 이후 최초의 합의서로, 도장을 찍을 때 당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 과 북한의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김영주 의 권한을 표현하며 서명했다. 노태우 정부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보수 정부였음에도 공식 합의서 서명란에 남측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 , 북측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 총리 연형묵 이라고 명기하여 상대의 공식 국호를 문서상으로 공식 인정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는 각각 6·15 공동선언, 10·4 선언, 4·27 판문점선언 등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혹은 국무위원장) 이라는 공식 명칭과 직책을 명확히 사용하여 합의를 체결했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불러준다는 것은 결코 그들의 체제나 이념에 대한 동조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평화협정을 위한 외교적 협상 테이블에 그들을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 이자 인정 이다. 공식 이름을 불러주지도 않는 상대를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먼저 호의를 베푸는 것과 동시에 필요한 것이 관계 재설정이다. 이제는 남북 관계도 타인 으로서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때이다. 불멸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고 말하며 명확한 경계선과 영역 존중이 오히려 평화로운 이웃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임 설파하고 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 딜레마 (Hedgehog s dilemma)에서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린다고 했다. 서양의 오래된 격언에는 친밀함은 경멸을 낳는다(Familiarity breeds contempt) 라는 말이 있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에서도 손님을 대하듯 정중하게 대한다는 상경여빈(相敬如賓) 의 태도가 남북 관계에도 절실하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을 긋는 것이 오히려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나와 타인의 경계를 존중할 때 비로소 건강하고 오래가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 평범한 인간관계의 진리는 오늘날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는 민족이라는 감정적 환상에서 벗어나, 서로를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국가체제로 인정하는 상호존중 이 필요하다. 분단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을 긋는 것이 오히려 평화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단절이나 적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이미 청년세대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여론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선진국 세대라는 2030에서는 북한과 제발 따로 살자 는 말이 나온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 조사 2024’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41.1%로 과반이 안되었는데 특히 20대는 24.4%, 30대는 30.4%에 불과했다. 그리고 ‘대북정책의 목표’가 통일이어야 한다는 반응은 13.8% 불과했고 그 대신 ‘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61.3%였다. 자유주의 자본주의 이념을 내세워 북한과 갈등하기 보다는 서로 떨어져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원래 하나였던 것이 둘로 갈라질 때는 싸움이 일어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다. 서로 증오하면서 같이 사는 것보다 잠시 냉각기를 갖고 떨어져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였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합의 이혼’(벨벳 이혼)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하는 나라들도 있었고 , 유고슬라비아 처럼 일곱 나라로 갈라지면서 내전이 발생이 참혹한 살육과 인종청소가 있었던 나라도 있었다. 오직 지혜로운 민족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수 있는 자격이 있다. 조선호칭이 반헌법적이라면 그 헌법은 바꾸면 된다. 헌법 한 조문보다는 평화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이란 것이 고생대 삼엽충처럼 화석에 박제된 영구불변의 것이 아니라면, 또 법이란 것이 ‘현실을 반영하여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 한다면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 우리 헌법의 영토 조항은 헌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번도 실효성이 없었으며 오히려 동족상잔의 한 원인이 되었다. 지금으로서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할 것이며 조국이 통일이 되었을 때 다시 복원하면 된다.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이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다. 평화는 멀리 있는 거대한 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한 작은 호칭의 변화와 체제 존중이 쌓여 한반도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고 평화의 봄을 불러오는 강력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우리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고 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평화적 통일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서독이 동독과의 공식문서에서는 공식 국호인 독일민주공화국 으로 써주면서도, 서독정부의 보고서나 백서에는 독일의 다른 부분 , 독일 내의 두 국가 라는 명칭을 썼듯이 우리도 내부적으로는 투트랙 전략을 쓰면 된다. 즉, 국제외교무대 등 공식적인 경우엔 북한의 정식 호칭을 쓰고, 비공식적인 경우엔 자유롭게 하자.이성로 국립경국대 명예교수 leesr@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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