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이 4·19 정신 잇는 길이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3일 여야 의원들과 촛불행동이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촛불행동
예순여섯 번째 4.19를 맞이한다. 시민들은 독재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헌법 제1조를 현실로 만들고자 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대한민국은 다시 묻고 있다. 누가 그 명령을 지체시키는가.
범야권 의원 112명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에 서명했다. 헌법 제65조가 정한 발의 요건을 이미 넘겼고, 서명은 지금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마지막 문턱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이 주저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탄핵인가 — 6가지 위헌·위법 사유
탄핵 요구가 감정적 분노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공개된 소추안 초안은 구체적 사실과 절차 위반을 근거로 한다. 핵심은 다음 여섯 가지다.
① 위법한 사전 배당과 직권남용
정식 무작위 배당 절차를 무시하고 비공식 조직에 사건을 사전 배당했다는 의혹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넘어선 행위로 지적된다.
② 소부 심판권 침해
소부에 배당된 사건이 단 두 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것은 법원조직법이 보장한 ‘소부 우선 심리’ 원칙을 흔드는 결정이었다.
③ 적법절차 형해화 — 7만 쪽 기록을 단 이틀에 심리
평균 90일이 걸리는 선거법 상고심을 9일 만에 처리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④ 상고심의 본질 일탈
대법원이 사실심의 권한을 침범했다는 지적은 법률심의 한계를 벗어난 판단이다.
⑤ 선거 개입 논란 — 헌법 제7·24조 위반 문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력 후보의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을 초고속으로 진행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⑥ 국회 위증 논란 및 12·3 사태 대응 부재
비상계엄 선포 당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보자 며 헌법 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내란 관련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하고, 윤석열 재판을 지귀연 판사에게 집중 배당하는 등 내란 세력에 사실상 면죄부를 제공했다.
이 사유들은 모두 공개된 기록·증언·절차 자료를 기반으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뉴스
‘사법캐비닛’의 포로가 된 정치 — 침묵의 대가
그렇다면 왜 민주당 지도부는 결단을 미루는가. 표면적 이유는 ‘역풍’과 ‘헌재 기각 가능성’이다. 그러나 더 깊은 층위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사법부의 판단에 정치 생명이 좌우되는 구조, 즉 ‘사법캐비닛’에 갇힌 정치 현실이다. 재판을 앞둔 의원들,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는 의원들은 탄핵 논의에 참여하는 순간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헌법적 책무보다 앞설 수는 없다. 입법부가 사법부의 눈치를 보는 순간, 국회는 헌법기관이 아니라 사법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한다.
사퇴는 해결이 아니다. 탄핵만이 책임을 남긴다. 일각에서는 자진사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퇴는 책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다. 헌법 위반 여부는 헌재의 판단을 통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탄핵은 개인을 겨냥한 처벌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절차다. 사법권 남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유일한 방식이다.
헌재의 기각우려를 핑계로 삼는가? 그렇다면 헌재도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우려 자체가 월권이다.
책임 정치의 원칙은 국민 앞에서 평가받는 것이다. 우리는 사법캐비닛에 포획된 의원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어떤 재판의 어떤 결과를 두려워해 당론 채택을 가로막고 있는지, 그 구체적 사정을 알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더 이상 결단을 미룬다면, 그 명단은 국민 앞에 공개될 것이다. 이는 협박이 아니라 책임 정치의 원칙이다. 대표자는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기념식에서 헌화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2026.4.1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결단의 시간 — 4·19의 정신으로 답하라
112명의 서명으로 발의 요건은 충족됐다. 역사적 상황이다. 남은 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결단뿐이다. 탄핵은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가 아니라 헌법기관의 책임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관한 문제다.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양심이 전제될 때만 의미가 있다. 양심을 잃은 사법권력은 견제의 대상이며, 그 견제는 국회의 의무다. 4·19의 정신은 우리에게 묻는다. 주권자의 명령을 지체시키는 자는 누구인가.” 이제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 당신들의 역사적 책임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