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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재판부 빈약한 법리, 도덕적 훈계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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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건희 씨에게 선고된 1년 8개월의 실형은 대체로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의 법상식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김건희 범죄의 핵심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알선수재만 일부 인정했다. 유무죄 판단의 타당성 여부와 형량이 적정한 것이었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판사는 자신이 무엇을 다뤄야 하는 것인지에서 표류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내놓은 판결문의 수사(修辭)는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만큼이나 공허한 것이었다. 판사는 김 씨에 대해 본인의 지위를 망각하고 명품을 수수한 것을 ‘사치’라며 꾸짖었지만, 그렇게 꾸짖은 판결문이야말로 ‘사치 였다. 검소하나 남루하지 않을 수 있다”고 훈계했지만 정작 그가 판결에 적용한 논리와 증거에 대한 판단이야말로 남루했다. 도덕적 훈계의 수사 뒤의 빈약한 법리와 상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재판부가 김건희 씨에게 들려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누추함과 사치는 재판부 자신에 대해 먼저 새겨져야 할 말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2026.1.28.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 재판의 본질은 피고인이 ‘사치스러운가’ 혹은 ‘검소한가’와 같은 도덕적 태도에 있지 않다. 사건의 핵심은 최고권력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공직 수행의 청렴성과 국민적 신뢰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고사성어를 동원해 ‘절제’의 덕목을 훈계하며 사건을 도덕적 차원으로 바꿔버렸다. 불법성 여부와 범죄의 중대성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을 개인의 품성과 수신의 차원으로 옮겨버렸다. 전 대통령 윤석열 씨가 아내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성정이 박절하지 못해서”라고 했던 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우인성 부장판사가 인용한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은 우 판사 자신이 이 금언이 지녔을 본래의 의미를 거꾸로 해석했음을 드러냈다. 형무등급 은 권력자를 벌할 때 주저하지 말라는 뜻이지, 권력자의 범죄를 일반인의 그것과 똑같이 처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진정한 법 앞의 평등은 권력이 없는 일반인과 막강한 권력을 쥔 자를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는 그 권한에 비례하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으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가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실질적 정의 랄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피고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권력자의 특혜를 정당화해 주는 ‘기계적 중립’이며 나아가 중립의 외양을 띤 실질적 불평등이다. 그러나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는 이 대원칙은 재판부에 의해 권력자에게도 일반인과 똑같은(혹은 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겠다 는 관용과 면죄부의 근거로 변질돼버렸다. 재판부는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증거와 정황들이 과연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느냐는 것이다. 이번 판결의 문제는 ‘의심스럽다는 판단’ 자체가 피고인에게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에 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직무 관련성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유독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의심’의 잣대를 가동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증거를 대하는 것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가조작 여론조사 무상 수수와 관련된 수많은 물적 증거와 정황,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 등 김건희 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수많은 정황과 증거 앞에서는 극도로 좁은 문을 거치게 했지만 직무 관련성이 없다 거나 대가성이 의심된다 는 김 씨 측의 주장에는 한없이 넓은 문을 열어줬다. 유죄의 입증에는 ‘바늘구멍’을, 반면 ‘피고인의 이익으로’에는 넓은 대문을 열어줬다. 재판부가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했던 의심이 있다. 판사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강조하기 전에 그 ‘의심’ 자체가 피고인의 권력적 지위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자문했어야 했다. 판사에게 결여된 것은 바로 그 ‘의심에 대한 의심’이었다. 우 부장판사가 밝힌 대로 헌법 제103조에 따라 ‘양심껏’ 판단하고자 했다면, 고사성어를 꺼내 들기 전에 본인의 판단 과정에 내재된 ‘의심의 불균형성’부터 의심했어야 한다. 이번 재판의 판결문은 법률가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행태, 옛 고사성어를 습관적으로 인용하는 습성을 보여준 것인데, 그러나 그 같은 문자의 사용은 때로는 법리적 빈곤을 감추는 분장이며 방벽이 되기도 한다. 엄정한 유무죄 판단과 양형의 이유를 법률적 용어로 조목조목 설명하기 궁색할 때, 판사들은 고전의 권위에 기대어 비유와 상징 뒤로 숨어버린다. 그럴 때 그같은 언어들은 판결문에 권위를 입히려는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판결의 빈곤과 부실을 오히려 뚜렷이 드러내는 ‘남루한’ 말들이 돼버린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난해한 고사성어를 판결의 핵심 논거로 가져오는 것은 시민의 언어라야 할 법의 언어를 우월적 지배자의 언어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법정의 상식과 시민 간의 거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지 수평적인 거리일 뿐만 아니라 시민 위에 자신을 놓으려는 지적 오만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김건희 재판의 판결문은 김건희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재판부의 판단 간의 상당한 거리와 함께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부와 시민들 간의 먼 거리, 시민 위의 군림을 또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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