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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13일째 멈춰 선 경찰권…여기도 참교육 필요?

13일째 멈춰 선 경찰권…여기도 참교육 필요?
[교육]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 가 이어진 16일,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한체육회 등 입주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2026.6.16 공동취재 연합뉴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촉발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봉쇄 시위가 열이틀을 넘겼다. 선관위의 부실 관리로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분노는 이해한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솔직히 말해 그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마저 잊게 만들 지경이다. 선거권 침해 분노가 불법 검문의 면죄부 안 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훈련 장비를 챙기러 경기장에 들어간 여자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짐을 들고 나오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야 했다. 투표용지를 숨긴 프락치 아니냐 는 의심을 벗기 위해서였다. 한 참가자는 어린 선수들에게 양말도 벗겨야 하는 것 아니냐 는 말까지 했다. 현장 경찰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경고할 정도였다. 비슷한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경기장에 입주한 사단법인 자전거21 직원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가방까지 열어 보인 뒤에도 신발도 벗어달라 는 요구를 받았다. 외신 기자가 중국어로 현장을 생중계하자 시위 참가자 20여 명이 둘러싸고 중국인 아니냐 고 따졌다. 기자가 대만에서 왔다 고 밝히고 나서야 길을 비켜줬다. 이런 행동을 할 어떤 법적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현직 경찰관조차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심검문을, 아무 권한 없는 시민들이 멋대로 한 것이다. 체육단체들은 열흘 넘게 정상 업무를 못 보고 있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둔 대한펜싱협회,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둔 대한수중·핀수영협회 사무처장은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영구히 국제대회 유치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호소했다. 서울경찰청장은 언론인 폭행, 핸드볼 유소년 선수 검문검색, 경찰관 모욕 등 총 15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 사무실 출입이 막힌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시위대 앞에서 업무 정상화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시위대 눈치 보는 공권력, 내부의 볼멘 소리 그런데 경찰은 무얼 하고 있었나. 현장에서는 경찰관이 시위대 측에 근무 교대 상황을 사전에 알리거나, 잠깐 자리를 이동할 때 양해를 구하는 듯한 장면이 목격됐다. 카메라에도 잡혔다. 마찰을 줄이기 위한 소통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권력이 집행 의지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장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던 서울경찰청 2기동단 경비과장 김 모 경정이 경찰 내부망에 경권(警權)은 어디로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멸시의 포화가 가장 심각하다 , 끊임없는 함성과 조롱을 감내하신 대원들을 보호해 낼 수 없었다 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최일선 기동대 직원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조롱당하고 있다 ,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 직원들을 보호해 달라 고 호소했다. 김 경정은 이번 집회는 미신고 집회이면서도 당국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고 있고, 소규모 불법과 일탈행위는 대부분 교정되지 못하고 있다 고 직접 지적했다. 지휘부를 향한 말이었다. 면책 없는 리스크와 정치적 압박 사이에 낀 경찰 경찰이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법적 리스크다. 2016~2017년 촛불집회 이후 차벽과 물대포는 사라졌다. 그것은 시민들이 싸워서 얻어낸 변화다. 그런데 기조는 바뀌었어도, 강제 해산을 결정하는 현장 지휘관 개인을 제도가 보호해주지 않는 문제는 그대로다. 강제 해산 시도 과정에 과잉진압 소송에 휘말리면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면책 규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하나는 정치적 부담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집단에게 공권력 투입은 증거 인멸 시도 라는 프레임으로 즉시 악용된다. 해산 시도가 오히려 음모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계산이 경찰 수뇌부에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6·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진 16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대한체육회, 방송 라이브 취재진 등의 진입과 관련해 진입 불가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2026.6.16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한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두고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 행사를 막는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의 진입 시도를 선을 넘어도 세게 넘었다 며 진입 시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한 현장에 도착해 시위대와 함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 밖에 박준태 의원, 김민수 최고위원, 김미애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현장에 도착하며 시위대가 한층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참정권을 위해 부정선거 재선거 를 외치는 것이 어떻게 불법행위가 되느냐 고 말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등에 개표소 진입 시도를 중단하고 현장 증거를 보존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국민의 정당한 참정권 요구를 물리적으로 짓밟아 발생하는 모든 파국적 결과의 책임은 온전히 경찰 지휘부에 있다 고 했다. 이들은 법 집행 절차에 대해 노골적으로 개입하며 공권력 행사를 정치적으로 무력화 시키고, 국제대회를 앞둔 체육단체의 피해는 외면한 채 시위대와 연대를 선언했다. 또 선관위의 행정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서 재선거와 특검 출범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에 편승하면서 지방선거 참패 후 책임 면피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들이 12·3 내란 당시 공권력의 질서 유지를 강조하던 태도와 이번 사태 관련 공권력 행사를 국가 폭력 운운하며 막아서는 완전히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이 적용하는 기준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이 겹쳐 수뇌부는 정치적 이유로 움츠러들고, 현장 지휘관은 소송 리스크 때문에 더욱더 움츠러든다.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욕을 먹으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장 경찰관들, 그리고 경기장과 업무공간을 쓰지 못하는 선수들과 직원들이다.  규범만 바뀌고 집행자 보호는 외면, 참교육 흥행의 그늘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이 화제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코리아 1위에 올랐고 44개국으로 퍼져나갔다. 무너진 교권을 배경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왜 이런 드라마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지, 올림픽공원 현장을 보면서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고, 경찰이 적지 않은 이들의 불법 행위를 제지하지 못하는 장면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규범은 바뀌었는데, 그 규범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가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분노할 이유가 있는 시위라고 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불법행위를 제지해야 하는 경찰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그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본질을 벗어난 주장과 위법한 행위에 동조하며 이용하는 작태를 멈춰야 한다. 그 기본이 안 되어 있으니, 현장 경찰관은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찾는 것이 아닌가.최우혁 시민기자 hyeok05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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