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 속 천정 뚫은 미 국채 금리…금리인상 가능성↑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금리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미 국채금리가 무섭게 폭등 중이다. 30년 만기 국채 같은 경우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미 국채시장을 지배했다. 심지어 미 국채선물은 블록 매도까지 이뤄졌는데 현물로 따지면 물경 23조원 규모다. 미 국채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곧 연준의장에 취임할 케빈 워시는 금리를 내리라는 트럼프 백악관과 그럴 수 없다는 연준 이사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할 신세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 5.20%찍고, 10년물은 심리적 마지노선 4.5%돌파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때 7bp(1bp=0.01%포인트) 오른 5.20%를 나타냈다.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5.20%에 도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30년물 국채 수익률 종가는 전장보다 5.7bp 상승한 5.18%를 나타냈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한때 10bp 상승한 4.69%까지 치솟아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전장보다 8.0bp 오른 4.67%에 마감했다.
이날 수익률이 계속 상승하자 투자자들이 여러 건의 대규모 블록 거래를 했는데 뉴욕 오전장 동안에만 10년물 국채 선물 거래량이 최근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5일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 선을 가볍게 돌파한 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채권 가격은 채권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채권 수익률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미 국채30년물 수익률 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채권자경단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또한 재정적자 확대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물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 국채 장기물도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2.8%까지 올라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다.
모닝스타의 수석 상품 매니저 리즈 템플턴은 블룸버그에 채권 시장은 금리가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르는 정책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듀레이션 민감도가 가장 큰 장기물 구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불확실성,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 더 많은 국채 발행”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ING의 수석 금리 전략가 벤저민 슈뢰더는 시장은 분명한 금리 인상 편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가격 압력이 단순한 일시적 인플레이션 현상에 그치지 않고, 더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임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윌 맥거프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 자경단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재정·통화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맥거프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연합뉴스
미 국채 선물 1시간 새 10건의 블록딜…10년물 현물 기준 23조원 물량
한편 미국 국채 시장에서 19일(현지시간) 대규모 블록 매도가 잇따르며 채권 가격 하락과 투매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오전 9시38분(뉴욕시간)부터 약 1시간 동안 미 국채 10년물 선물 13만 6500계약과 5년물 선물 8만 3000계약이 10건의 블록딜(기관 간 대량 직거래)로 거래됐다.
현물 10년물 기준 약 150억달러(약 22조 6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이날 10년물 선물 거래량은 20일 평균 대비 약 80% 웃돌았다.
미 국채 선물시장의 블록 거래, 블룸버그 캡처
투자회사 아처(Archr LLP)의 설립 파트너 앨런 테일러는 국채 시장에서 항복(capitulation)의 날이었다 며 다수의 블록 매도자로 인해 매도세가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투매의 배경에는 중동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확신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씨티의 전략가 데이비드 비버는 지난 5거래일 동안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 새로운 숏 포지션(매도 포지션)이 대규모로 추가됐다”며 숏 포지션이 전술적·구조적으로 매우 과도하게 확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JP모건의 국채 고객 설문조사에서도 지난 18일 기준 순매도 포지션이 2월 초 이후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주택 구매자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금융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 AP=연합뉴스
케빈 워시, 금리인하론 지지하다 인플레·채권시장 역풍 직면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내정자가 취임을 앞둔 가운데 국채 금리 급등세가 새 수장의 앞길을 더욱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시 내정자는 오는 22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제17대 연준 의장 취임 선서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금리 결정을 워시에게 맡기겠다고 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취임 즉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워시 내정자는 지명 전 연준이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인하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막상 취임을 앞두고 금리 인하 근거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둔화 조짐을 보였던 노동시장은 안정을 되찾았고, 중동전쟁 이전부터 정체됐던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네랄 아메리카스의 수바드라 라자파 미국 리서치 총괄은 워시 내정자는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시기에 연준에 합류하게 됐으며 그의 비둘기파 성향은 시장과 동료 연준위원들 양측으로부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동료 위원들도 금리 인하에 기울지 않고 있다. 연준은 지난 세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일부 위원들은 다음 금리 조정이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성명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하를 계속 주장해온 위원은 퇴임하는 스티븐 미란 이사가 유일한데, 워시 내정자는 연준 이사회에서 바로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백악관의 인하 압박과 동료들의 동결·인상 기류 사이에서 워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퇴임하는 제롬 파월 의장은 백악관의 중앙은행 독립성 공격이 계속될 것을 우려해 연준 이사회에 잔류하겠다고 밝혀 신임 의장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워시 내정자는 최근 몇주간 자신의 정책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줄리아 코로나도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창립자는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만한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전쟁은 재정 부담도 키우고 있다”며 워시 내정자가 이 같은 시장 반응에 깊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금리 인하로 가는 길은 경기침체를 거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채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25bp 이상 인상할 확률을 41.4%로 반영했다. 이는 1주일 전보다 9.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면 동결 확률은 1주일 전 61.8%에서 38.5%로 떨어졌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내정자. 로이터=연합뉴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