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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원전 딜레마, AI시대에 맞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원전 딜레마, AI시대에 맞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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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밝히는 두 개의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하나는 LG에너지솔루션이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공정(건식 전극 공정)에 본격 진입했다는 기술적 낭보다. 다른 하나는 정부가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에 나섰다는 정책적 결단이다. 이 두 사건의 만남은 단순한 산업 뉴스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70년 가까이 짊어져 온 ‘위험하고 불평등한 에너지 구조’를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벗어던질 수 있는, 역사적인 변곡점을 알리는 새로운 흐름을 알린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추적식 태양광발전소단지. 연합뉴스 헌법이 원전과 SMR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은 입지 선정 단계부터 이미 지역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작아서 안전하다”는 주장은, 송전탑 아래에서 고통받아온 주민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잃었다. 원래 헌법적으로 볼 때, 큰 결함이 있는 것이다. 첫째는 헌법 제37조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원칙)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 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제10조)을 제한할 때는 목적이 아무리 정당해도 수단이 필요 최소한이어야 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칼카르판결이 확립한 ‘미검증기술에 대한 국가의 사전배려의무’는 기술적 불확실성이 클수록 안전절차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 상업운전실적이 전무한 SMR에 대해 전문가 일각의 주장만으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둘째는 헌법 제75조 포괄적 위임금지의 원칙에도 명백히 저촉된다.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입지 결정과 방사능 관리 기준은 마땅히 입법부가 책임을 지고 법률로써 제정해야 한다. 이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고시에 맡겨온 관행은, 위헌성이 강할 뿐 아니라 주권자국민의 뜻과 권리를 무시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통과된 SMR특별법도 마찬가지다.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이런 결함들이 주민들과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될 리 없다. 반발은 당연한 것이고 실현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오리라는 걸 짐작했으면서도 밀어부친 당국의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헌법 제12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바처럼 적법절차의 원칙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의 침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하여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원리이다. SMR 특구 지정 시 ‘알 권리’와 ‘의견제출권’의 부재도 큰 결함이다. 원래 핵 위험은 초국경적이고 초세대적이다. 국제적으로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시설이고, 세대를 넘어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시설이다. 이런 시설에 대해 국민주권(헌법 제1조)을 실질적으로 구현하지 않고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결정해온 구조 자체가 위헌적이다. 이탈리아(1987·2011 국민투표로 원전 폐기), 오스트리아(1978 국민투표로 완공된 원전 영구 중지), 스위스(2017 국민투표로 단계적 탈원전)처럼 직접 국민에게 의사를 물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독일처럼 윤리위원회가 여러차례의 공개토론을 통해 국회가 의결한 나라도 있다. 국민이 직접 위험을 판단한 나라들이 이미 보여준 길을 우리는 아직 외면하고 있다. 기술이 열어준 구체적 희망 이번 전고체 배터리 소식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이제 ESS가 도심·아파트·산업단지 바로 옆에 들어올 수 있다. 송전탑과 초고압선에 의존하던 구조를 지역 순환형으로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마련된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진짜 힘은 ‘안전성’과 ‘수명’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V2G(차량-전력망 연계)로 하루 1~2회 충방전을 반복하면 10년 안에 10% 넘게 빨리 닳는다. 그런데 전고체는 사이클 수명이 2~3배 길고 화재 위험은 급감한다. 즉, 전기차를 ‘움직이는 대형 ESS’로 써도 배터리 보증·중고 가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V2G 본격화가 빨라진다. 한국은 이미 2025년 말 제주 파일럿, 2026~2027년 1만 대 규모 시범, 2028년 제도화가 예정돼 있다. 유럽은 2026년부터 양방향 충전기 의무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전고체가 나오면 이 속도는 더 가속될 것이다. 2029~2030년이면 V2G가 ‘선택’이 아니라 ‘기본 옵션’이 된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컴퓨터이자 데이터센터’가 된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는 2025년 10월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차들이 심심(bored)할 때, 거대한 분산 추론 플릿(distributed inference fleet)으로 만들 수 있다. 1억 대 차량이면 100GW급 추론 컴퓨트가 된다. 냉각과 전력 변환은 이미 다 해결돼 있다.” 그러니까 V2G 인프라가 깔리면 전기차는 단순히 전력을 주고받는 게 아니다. 충전기에 꽂는 순간 안정적인 전력 + 고속 통신 + 중앙 제어가 동시에 연결된다. 차량에 탑재된 AI 칩(FSD 컴퓨터 기준 수백~수천 TOPS)이 주차 중에 풀가동되면서, 전 세계 수백만 대 전기차가 하나의 ‘병렬형 데이터센터’가 되는 것이다. 현대·기아도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략과 V2G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LG 전고체가 2029년에 나오면 배터리 열화 걱정 없이 컴퓨팅을 마음껏 돌릴 수 있게 된다. 플릿 차량, 법인 차량, 심지어 개인 차량까지 주차하면서 돈 버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그리하여 2030년대 중반이면 전기차 3억 대 시대에 20~30%만 참여해도 기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을 뛰어넘는다. 속도와 유연성의 혁명 — 분산형 전력망 SMR은 설계·입지·건설까지 10년 이상의 사회적 갈등 비용을 수반하지만, 태양광+전고체 ESS가 결합된 분산형 네트워크는 신속하게 설치되고 점진적으로 확장된다.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한 해 동안 3,210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서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한다니 기대가 된다. 그래야 AI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런 분산형 장치는 국가안보에도 청신호다. 우리는 그동안 전력계통의 훼손이 가져올 전국적인 패닉가능성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해왔던가. 데이터센터나 공공시설 인근 에너지 클러스터는 ‘지역 새마을운동’의 현대판, 자립적 에너지 거버넌스의 시작이다. 그야말로 국리민복의 시스템이다. 중앙에 포진한 에너지 기득권이 가져가던 몫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는 국민들에게 희소식이다. 또하나의 흐름 ㅡ 세계적으로 우주태양광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구적 한계’를 넘어선 인류적 에너지 비전 — 우주태양광발전(SSP: Space Solar Power)이 또하나의 커다란 흐름이다. 중국은 이미 3만 6천km 상공 정지궤도에 폭 1km 규모 우주태양광 목장을 추진 중이다. 일본 JAXA, 미국 Caltech, 유럽 ESA도 수백 kW급 마이크로파·레이저 전송 실험에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 등 빅테크기업의 우주진출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개 2030~204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경쟁이 한창이다. 우리는 안보차원에서도 우주 진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우주 관련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주태양광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투자한 만큼 회수가 가능한 통로이기도 하다. 게다가 헌법적 생명권의 외연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위험의 사회화가 아닌, 기회의 사회화, 에너지 민주화의 완성형이다. 분산형 전력망이 지역 단위 자율성을 구현한다면, 우주태양광은 행성 단위 안정성을 책임진다. 전고체 배터리가 그 연결 고리가 된다. AI와 블록체인 기반 지능형 플랫폼으로 두 시스템이 융합되면 ‘지구-우주 복합 전력 생태계’가 현실이 된다. 급가속되는 현실에 걸맞는 상상력과 추진력이 발휘될 때 우리는 지난 15년간 1인당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있다. 총량이 아니라 1인당임에도 중국의 1/3이니 총량에서 얼마나 뒤졌는가? 중국뿐 아니다. 미국과 독일의 1/3밖에 안된다. 일본에도 1/2밖에 안된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직무유기를 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입법부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와 재생에너지가 현실화된 지금, 핵폐기물과 사고 위험을 동반한 원전증설을 고집하는 것 그리고 SMR에 특권을 부여하는 위헌적 입법은 수단의 정당성을 상실한 선택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안전의 내재화’를, 분산형 전력망이 ‘속도의 민주화’를, 우주태양광이 ‘생명권의 우주화’를 호출한다. 이 세 흐름이 모이면 우리는 원전과 SMR의 딜레마를 넘어, 에너지 민주주의의 새로운 헌법적 질서로 나아갈 수 있다. 기술은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제도의 상상력과 합리성과 추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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