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I Act 고위험 규제 최대 2년 연기…제조업 중복 인증 손질 [뉴스] EU가 고위험 AI 규제 시행을 연기하는 대신 제조업의 중복 인증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AI법을 손질했다. / 출처 = Unsplash
유럽연합(EU)이 AI법(AI Act)의 핵심인 고위험 AI 규제 시행을 최대 2년 연기했다.
EU 이사회는 29일(현지시각) 표준 개발과 감독체계 구축 지연에 대응해 AI법 디지털 옴니버스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개정안에는 고위험 AI 시행 일정 연기와 함께 기계·의료기기 등 제조업 분야의 중복 규제를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표준도 감독기관도 준비 안 됐다 …EU가 시행 늦춘 이유
이번 시행 연기의 배경은 기업의 준비 부족이 아니라 EU의 준비 지연이다.
개정안은 고위험 AI 규제 시행에 필요한 조화표준 개발과 회원국 감독체계 구축이 예정보다 늦어졌다고 명시했다. 표준과 적합성평가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시행할 경우 기업의 준수 비용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유럽 표준화기구(CEN·CENELEC)는 고위험 AI 적합성 평가에 필요한 조화표준을 아직 모두 마련하지 못했다. 회원국별 감독기관 지정과 적합성평가 체계 구축도 진행 중이다.
미국 로펌 모건 루이스는 유럽 표준화 기구들의 핵심 표준 전달이 지연되고 있다 며 다수 표준이 2026년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 분석했다. 표준이 없으면 기업들이 준수 의무를 어떻게 충족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채용·교육·신용평가·생체인식 등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위험 AI 시스템은 당초 2026년 8월 2일에서 2027년 12월 2일로 시행이 16개월 연기된다. 의료기기·산업기계 등 제품에 탑재된 고위험 AI 시스템은 2028년 8월 2일부터 적용된다.
반면 생성형 AI 콘텐츠의 투명성 의무는 예정대로 시행된다. AI가 생성하거나 조작한 콘텐츠를 표시하는 의무는 올해 12월 2일부터 적용된다.
기계·의료기기 중복 규제 줄인다… 두 번 인증 손질
이번 개정에서 제조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AI 기능이 들어간 제품의 두 번 인증 체계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AI 기능이 들어간 산업기계나 의료기기를 판매하려면 제품 규정에 따른 적합성 평가와 AI법상 고위험 AI 적합성 평가를 각각 받아야 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중복 절차를 줄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제품 규정이 AI법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과 기본권 보호를 보장하면, EU 집행위는 위임법을 통해 해당 제품 규정만으로 AI법 일부 의무를 충족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중복 인증이 곧바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가 위임법을 마련해야 실제 적용 대상과 범위가 확정된다.
유럽 산업계는 이미 이번 개정을 요구해 왔다. 유럽 디지털·제조업 협회 디지털유럽(DigitalEurope) 등은 지난 3월 공동 성명을 통해 제품별 규제를 받는 산업은 AI법 직접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EU 집행위 영향평가를 인용해 고위험 AI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초기 준수 비용이 최대 31만9000유로(약 6억원), 인증 비용까지 포함하면 60만유로(약 11억원)에 달해 기업 이익의 30~40%를 잠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I Act 후퇴 아니다 …규제는 유지하고 시행만 늦췄다
이번 개정은 AI 규제를 후퇴시킨 것이 아니라 시행 일정을 조정하고 중복 규제를 손질한 데 가깝다.
EU는 지난해부터 지속가능성 공시(CSRD), 공급망실사(CSDDD), 투자 규제(SFDR) 등 여러 분야에서 옴니버스 패키지를 추진하며 기업의 행정부담을 줄이는 대신 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AI법 개정도 같은 흐름이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16일 이번 개정안을 찬성 423표, 반대 57표, 기권 174표로 가결했다. 공동 보고자인 아르바 코칼라리 의원은 표결 직후 AI Act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기업 부담을 줄인 것 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로펌 깁슨 던도 이번 개정은 AI Act를 해체한 것이 아니라 시행 일정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 이라며 위험 기반 규제 체계와 핵심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