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상법 우회 주총 안건에 제동…의결권 적극 행사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로고.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안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등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 이미지 =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선다. 일부 상장사가 정관 변경을 통해 개정 상법 취지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기관투자자로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판단 기준을 공개하면서 3월 ‘슈퍼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안건을 둘러싼 긴장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12일 주주가치 제고와 기금 수익성 증대를 위해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일반주주 권익 보호를 목표로 세 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이 핵심이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개정 상법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정관 변경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이 정관을 통해 이사 수 상한을 신설하거나 감사 정원을 줄여 주주제안권이나 집중투표제 활용 가능성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상법 우회 정관 변경에 제동…자사주 안건도 엄격 심사
국민연금은 이런 정관 변경 안건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관으로 이사 수 상한을 신설하거나 축소하는 안건은 일반주주의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감사 정원을 신설하거나 축소하는 안건 역시 같은 이유로 반대 대상에 포함된다.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바꾸는 임기 유연화 안건도 엄격하게 들여다본다. 이런 방식이 사실상 시차임기제로 활용될 경우 특정 세력이 장기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전자주주총회를 정관으로 배제하는 안건에도 제동을 건다. 전자주총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개최가 가능해야 하는데 이를 정관으로 제한하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다.
자사주 보유·처분 안건도 점검
자기주식 관련 안건도 엄격하게 들여다본다. 경영상 목적을 이유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처분할 수 있도록 정관에 근거를 마련하는 경우 기업의 지분 구조와 주총 의결 구조를 함께 검토한다. 최대주주 단독 찬성만으로 승인될 수 있는지, 일반주주 의견을 반영할 장치가 있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 역시 취득 당시 공시한 목적과의 일관성, 계획의 구체성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민연금은 이런 기준을 토대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사안별로 따져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정기 주총부터 의결권 행사 방향의 사전 공개 범위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지분율 10% 이상 보유 기업 중심으로 공개했지만 앞으로는 지분율 5% 이상 보유 기업 등으로 대상을 넓힌다. 의결권 행사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만큼 이번 주총 시즌에서 기업 지배구조 논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법 개정 이후 첫 대규모 주총 시즌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기관투자자 간 지배구조를 둘러싼 힘겨루기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