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뛰자 수입 물가도 껑충 …이러다 성장률 0%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오르자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원화 환산 기준)이 1% 이상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3월에도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민간연구기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1년 간 지속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급등하는 유가가 밀어올리는 수입물가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5.39로, 1월(143.74)보다 1.1% 상승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오름세다.
품목별로는 원재료 중 광산품(4.4%),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4.8%)이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세부 품목에서도 원유(9.8%)·나프타(4.7%)·제트유(10.8%)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2월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지만, 미국과 이란의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오른 영향으로 원화 기준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바이 유가(월평균·배럴당)는 1월 61.97달러에서 2월 68.40달러로 10.4% 뛰었다.
수출입물가추이, 자료 : 한국은행
3월 수입물가도 유가와 환율이 쌍끌이 할 듯
또한 이 팀장은 수입 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3월 들어 13일까지 58.6% 올랐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도 작년 월평균보다 1.4% 상승했다”며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으로 3월 수입 물가에 상방 압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입 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시차는 품목 성격에 따라 다르다”며 국제 유가 오름세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13일부터 시행된 최고가격제로 소비자물가 오름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2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도 전월(145.86)보다 2.1% 높은 148.98로 집계됐다. 역시 8개월째 오름세다.
주로 농림수산품(4.8%)과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5.4%) 등이 수출 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 중 특히 냉동수산물(8.7%)·경유(8.0%)·D램(6.4%)·휘발유(4.5%)등의 상승 폭이 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104.25)는 1년 전보다 1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출 가격이 10.3% 올랐지만, 수입 가격은 2.4% 내렸기 때문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소득교역조건지수(135.41)도 수출물량지수(16.6%)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13.0%)가 모두 오르면서 1년 전보다 31.8% 높아졌다.
수출입 컨테이너 쌓인 부산항. 연합뉴스
중동전쟁 1년 이상 장기화되면 한국경제에는 재앙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앞으로 1년 정도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H금융연구소가 17일 내부 경영진과 공유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일방적 승리 선언과 함께 군사 충돌이 진정되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충격은 1개월 이상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2012년 호르무즈 해협 긴장, 2025년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과거 비슷한 사례들로 미뤄 종전으로 유가는 빠르게 안정되더라도 해상 운임은 약 3주간 추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연간 0.1∼0.2%포인트(p) 떨어지겠지만, 실물경제와 물가 영향은 제한적으로 예상됐다. 사태가 예상보다 빨리 수습돼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유류세 인하, 유류 보조금 지급 등 지원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인도 선박 ‘난다 데비(Nanda Devi)’호가 17일 중동 전쟁으로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의 통과 허가를 받아 지나간 뒤 구자라트주 잠나가르 지역의 바디나르 항에 도착했다. 2026.3.17. [AFP=연합뉴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소비가 동반 위축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성장률은 0.3%p 낮아지고, 1년간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추정됐다. 1년 전쟁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률은 2∼4%p 높아지는 반면 소비와 투자는 각 0.3∼0.6%p, 0.6∼0.7%p 떨어진다.
기준금리는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동결에서 인하로 전환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전쟁이 1년 이상 길어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글로벌 고유가와 물류 차질로 ▲ 비용 상승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위축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에 따른 통화 긴축 등을 통해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 부담과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중심도 경기 부진 완화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로 바뀌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산업 전반에서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절감, 공급 리스크 완화를 위해 에너지 효율 투자, 생산 공정 개선, 신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 구조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과 네타냐후 이스라엘이 시작한 중동전쟁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조속한 종전만이 유일한 해법인데, 그게 여의치가 않아 보인다.
11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2026. 03. 11 태국 왕립 해군 제공.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