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략적 승리 어떻게?… 전쟁 기다리고 있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일 미국-이란 종전 2차 협상을 앞두고 이슬라마바드 레드존 구역 내 세레나 호텔 인근의 일시 폐쇄된 도로를 따라 보안 요원들이 검문소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측 협상단에 20일 파키스탄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란 국영 매체는 2주 휴전 종료를 목전에 두고 이란이 지금은 미국과의 회담에 참석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26. 04. 20 [AFP=연합뉴스]
우리는 적을 완전히 파괴하진 못했고, 그들에겐 여전히 자금과 무기가 있다. 그러나 전략적으론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때 패배한 처지에 놓였다.
종전 협상의 이란 대표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밤 이란 국영 TV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막대한 자원을 포함한 전반적 군사력에서 미국이 사실상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자평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군사 장비는 중요하지만, 항상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라면서 이란의 성공은 철저한 계획과 대비 덕분이다 라고 말했다. 21일로 끝나는 2주 휴전 합의와 관련해선 이란이 전장에서 우위를 점했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이런 전세 평가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동의하지 않는다. 무려 40일간 융단 폭격을 통해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의 최고지도부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이란의 해·공군 전력과 방공망 대부분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세계 최강, 그리고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각각 보유한 이들에 단독으로 맞서 버티고, 불법 도발 한 이들을 국제사회에서 일정하게 고립시킨 자체가 이란의 전략적 승리를 상징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19일에 공개된 영상의 화면 캡처. 미국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 함이 북아라비아해로 알려진 지점에서 이란 국적의 화물선 M/V 투스카 호를 차단하고 있는 모습. 2026. 04. 19 미 중부사령부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비교적 선전한 비결 유비무환
인도 장군 이란, 이번 전쟁 기다렸다
인도의 예비역 중장인 S.L. 나라심한도 이란은 이번 전쟁을 어떻게 수행했는가 란 19일 자 기고에서 이란의 선전 을 인정했다. 나라심한 장군은 특히 이란은 이번 전쟁을 기다리고 있었다 라고 말해 유비무환을 선전의 비결로 봤다. 이란의 성공은 철저한 계획과 대비 덕분 이라는 갈리바프의 진단에 동의한 셈이다. 나라심한은 인도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게이트웨이 하우스에서 중국·국가안보 담당 겸임 석학 연구위원으로 있다.
나라심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이란과 핵 협상 중에 서태평양에 있던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걸프 해역으로 이동시켰고, 그 과정에만 거의 3주가 걸렸다. 또한 미국은 서아시아 기지들에 항공 자산을 재배치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란에 충분한 경고와 대비할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란은 작년 6월 협상 중에 미국이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에 대한 폭격 작전을 겪은 이후 유사시를 위해 드론과 미사일 예비 전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란이 광범위하게 사용한 샤헤드-136 드론은 대당 7000~1만 달러 사이로 비교적 저렴하며, 한 달에 수백 대씩 생산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이러한 저가형 드론과 구형 미사일을 배치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방공 시스템을 소모시켰다. 그 결과, 이스라엘 핵시설이 있는 디모나와 걸프 지역의 미국 기지들이 타격받음으로써 워싱턴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 공군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리릿이 영국령인도양영토(BIOT)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전투 임무를 받고 출격하고 있다. 2025. 04. 15 [미 공군 사진. 앤서니 헤틀리지 기술 하사] 영국과 모리셔스 국기.
호르무즈 봉쇄, 디에고 가르시아 타격
IRGC 모자이크 방어 가동해 회복력
그가 보기에,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는 미국과 전 세계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줬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튀르키예 국적의 선박을 통과시키는 등 기술적 측면에선 완전 봉쇄는 아니었지만, 이런 선택적 허용 은 유가 급등 등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차제에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공식 인정받고 통행료도 부과하겠다면서 미국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미국이 받은 가장 큰 충격은 이란이 3월 21일 미군과 영국군의 합동 기지가 있는 인도양의 군사요충지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향해 사거리 약 4000km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두 발을 발사한 사건을 꼽았다. 나라심한은 두 발 모두 무력화됐지만,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가 2000km 수준일 것이라 믿었던 미국인들에겐 충격적이었다 라고 논평했다.
다른 한편으론 이란은 지도부 제거 때를 대비해 미리 계획된 작전 구조인 모자이크 방어 (Mosaic Defence) 를 가동함으로써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구조는 이란 지도부가 제거될 때를 대비해 최고지도자 직속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를 중앙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31개의 독립 부대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한 부대는 테헤란을 맡고, 나머지 30개 부대는 전국 30개 주를 각각 담당하게 돼 있다. 2월 28일 미‧이스라엘이 이란 지도부를 제거했을 때 모자이크 방어 시스템은 실제로 활성화됐다고 한다.
18일 이란 케슘섬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유조선들 뒤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2026. 04. 18 [AP =연합뉴스]
결의·회복력 있으면 강대국 저지 가능
반정부 대중도 외부 침략 시에는 단합
나라심한 장군은 몇 가지 관전 소감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보면 ▲ 도움은 되지만, 기술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 사상자와 인프라 피해는 크지만, 결의와 회복력 있는 국가는 강대국을 저지할 수 있다 ▲ 저사양 기술도 혁신적으로 활용하면 첨단시스템을 상대할 수 있다 ▲ 국가 지도부를 제거한다고 정권 교체나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 정부에 불만을 품은 대중도 외부에서 침략하면 단합할 수 있다 ▲ 인공지능(AI) 기반의 정밀 타격은 양측의 사상자가 훨씬 더 커지는 것을 막았다 ▲ 핵심 자원의 공급망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등이다.
나라심한은 미국의 세계적 위상은 다소 하락할 수 있다. 더 약한 적을 상대로 분쟁을 신속히 끝내지 못한 무능력과 동맹의 제한적 지원은 이런 인식을 부추길 것이다 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란은 약해졌지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 이란은 우크라 사례를 통해 핵 능력을 포기했을 때의 결과를 배웠다 라면서 이란과 걸프 국가 간 분열은 깊어질 것이며, 이란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 라고 내다봤다.
한편, 2주 휴전 기간이 미 동부 시간으로 21일 오후 8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9시)로 하루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초 예상대로 파키스탄 중재로 2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회담이 열릴지, 아니면 휴전 기간을 연장할지, 전쟁을 재개할지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 바깥 해역에서 해상봉쇄 중인 미 해군이 이란 화물선에 함포 사격을 가한 뒤 나포했고, 이에 이란군은 즉각적 보복을 경고해 군사적 긴장은 빠르게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일 필리핀 마닐라 퀘존 시티의 캠프 아기날도 밖에서 열린 필리발-미국 간 발리카탄 합동 군사훈련 반대 시위 도중, 시위자들이 팻말을 들어 올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20 [AFP=연합뉴스]
휴전 시한 코앞…2차 회담이냐 전쟁이냐
이란 미국, 해상봉쇄 풀어야 2차 회담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휴전 기간 안에 이란과 종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휴전을 연장하지 않고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예고한 대로 이란 내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폭격하겠다고 다시 위협했지만, 이란은 미국이 지속적인 해상봉쇄에 호르무즈를 다시 봉쇄하고 2차 회담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해상봉쇄를 두고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며 미국이 과거의 전철을 밟아 외교를 배신하려 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 고 말했다. 이란의 한 취재원은 알자지라에 적이 기만책을 쓰고, 확전의 새로운 단계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예정대로 2차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와 보유 고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등 핵물질 규제,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권 인정, 제재 및 동결 자산 해제, 피해 배상 등 핵심 쟁점들이 적지 않아 난항이 불가피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협상 중단과 전쟁 재개는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인 만큼, 힘겨루기 끝에 일단 2차 회담은 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뭣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느낌이 괜찮다. 거래의 컨셉이 잡혔다. 우리는 거래를 완료할 아주 좋은 기회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