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든 주택에 탄소 계량기를 달자.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축 주거 부문 탄소 감축이 시급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민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가 제로 하우스, 생태 주택 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실제 전 국민 운동으로 기후 행동이 구체화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를 예로 보면, 온실가스의 69%가 건물에서 나온다. 이 온실가스 배출 중 70%는 건물의 운영관리에서 배출되는 운영탄소이고, 나머지 30%를 체화탄소(embodied carbon)가 차지한다. 체화탄소는 건축 자재의 조달에서 가공, 수송, 건축, 해체라는 생애주기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말한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 이후 운영탄소의 배출은 제로에너지와 같은 건물의 의무적 에너지 규제 등으로 줄어들겠지만, 건축 과정에서의 체화탄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건축 재료를 생산할 수도 시공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소 배출이 배려된 설계나 시공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 건물에서 배출량 순제로(net zero)를 달성하지 못한 체화탄소는 결국 잉여배출 잔량으로 남기 때문에 탄소 빚으로 되돌아온다. 잉여배출에 대한 부채는 탄소배출권이나 탄소상쇄 크레딧(carbon offset credits)을 구입해서 갚아야 한다.
탄소상쇄 크레딧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조림사업 등을 통해 이를 감축하고 상쇄를 인증받는 사후 조치로 후불 결제와 같은 처방이다. 그러나 목재는 질량의 50%가 탄소로 목재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체화탄소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지불이 필요하지 않거나 선불 결제를 마친 재료다. 목재에 저축된 탄소는 사용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 속에 고정된 상태로 남아있다. 그 고정 기간을 최대로 연장하는 수단이 목조건축이다.
워싱턴대학의 탄소리더십포럼에서는 지금부터 2060년까지 40년간 인구 증가는 매달 뉴욕시만큼의 건축 면적이 증가하여 지금의 두 배의 면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새로운 건축물들의 탄소 발자국을 건축 자재의 생산과 건축과 관련된 탄소 감축을 표시할 수 있는 체화탄소 양식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포럼은 목재와 같은 저탄소 재료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2~3년 내에 체화탄소 60%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2021년 목조주택에 체화 탄소량을 표시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구체적으로 목조 주택에 사용되는 목조의 사용량에 따른 탄소 저장량을 표시하여, 이를 탄소 배출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콘크리트 건축물이 평당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하여 만든 건축자재인 반면 목조 주택은 반대로 탄소를 부피당 일정량의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탄소크레딧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목조주택에 인센티브를 제공한 기초를 마련했다.
탄소 감축, 측정하고 보상하라.
탄소 감축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탄소 감축을 측정하고 보상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행동은 측정되어야 하고 보상되어야 한다. 측정과 보상은 행동 촉진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결국 주거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주거 부문의 탄소 배출을 측정해야 한다.
주거 부문의 탄소 배출은 체화 탄소와 일상적 에너지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운영 탄소로 구분된다. 체화탄소는 주택 건축에 소요되는 건축 자재의 생산, 수송, 조립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말한다. 철, 콘크리트, 플라스틱, 목재, 유리 등 각종 건축자재의 개별 사용량별로 체화 탄소가 측정되어 주택마다 (아파트는 계산이 쉽다) 총 체화 탄소를 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주거 부문 건축물의 체화 탄소는 바로 건축 설계 도면을 근거로 실제 준공 허가 시 사용이 확인된 건축자재 량을 확인하여 사용된 체화 탄소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목조 주택은 탄소를 저장하는 건축자재다. 따라서 탄소 크레딧을 발생시키는 건축 자재이고 나머지는 부의 탄소 크레딧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모든 주택에는 체화 탄소량이 공시될 필요가 있다. 이 체화 탄소량은 주택의 수명으로 나누어 매년 분할 배출량으로 계산하면 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본에서 시도된 것처럼 주택에 탄소 계량기의 한 요소인 체화 탄소를 표시하여, 목재 사용으로 인한 탄소 크레딧을 통해 보상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주택에 탄소 계량기를 달 필요가 있다.
즉 모든 주택에 건축물에 체화 탄소량을 측정해서 표시하고 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운영 탄소로서 주로 주택 전기 물사용과 냉난방, 쓰레기 방출 등으로 이루어지는 생활상의 탄소 배출을 의미한다. 이러한 운영 탄소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인 에너지 소비에 따른 탄소 배출은 매우 심각하다.
우리나라 주거부분의 에너지 소비량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주거 부문 에너지 사용량은 최근에 지어진 주택의 대부분인 아파트일수록 단위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이 높게 나타나 주거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배출량 감축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부각된다. 따라서 에너지 사용 최소화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부하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주거 부문에 대한 에너지사용 및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대책의 중요성과 시급도가 매우 높은 것이다. 당연히 단순한 전기, 에너지 사용에 따른 요금 과금을 넘어 이를 탄소 발생량으로 전환하여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다.
우선 매월 고지되는 전기, 난방료와 함께 종량제 배출 쓰레기, 수도료 등을 토대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하는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우리 일상 고지되는 전기료에는 전기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탄소 배출량(누진 가산세 배제)을 계산할 수 있으며, 난방료 역시 난방료가 아니라 난방원 사용량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수 있다. 종량제 쓰레기 배출 역시 종량제 쓰레기 봉투 구입시 실명화 해서 탄소 배출량을 모두 측정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더 세부화 해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는 모델을 만들어 이 또한 실명제화 할 수 있다.
모든 주택에 탄소 계량기를 달자
이제 기후 위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도로에서만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아니 모든 인간은 탄소배출의 주범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사실 공장에서도 도로에서도 탄소 배출이 줄지 않는다.
건축자재 생산과정의 탄소 배출은 주거 부문에서의 건축자재 소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모든 탄소 소비의 종착역은 우리의 일상적인 소비에 있다. 생활용품 쓰레기도 모두 공장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수송, 저장 등에서 배출한다.
최종 탄소 소비처인 주거생활 부문에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모든 주거 부분에 탄소 계량기를 달아야 한다.
앞으로 탄소 계량기를 통해 탄소 배출을 측정하고, 줄이면 보상하고 늘리면 배상하는 체제를 갖추면 탄소 감축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인형 전문위원은
이인형 전문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이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WRI(세계자원연구소)와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도하는 GHG프로토콜 가이드라인 작업의 국내 유일 파트너기관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성현BDO회계법인과 협력하여 워킹그룹을 결성해 파일럿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환경활동 측정을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