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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침공, 영국 패권 허문 ‘수에즈 전쟁’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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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여성들이 정부 지지 캠페인을 위해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6.5.8. AP 얀힙뉴스 유럽 외교의 목적은 이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결성된 1949년 이후의 동맹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이 끝나는 2029년 초까지 나토동맹이 실질적으로 붕괴할 경우에 대비한 백업(backup. 보완)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평생교육원 레딩대학(University College, Reading) 연구원으로, 안보연구정책 플랫폼 ‘런던 다이얼로그’ 이사를 맡고 있는 타히르 무하마드 아사드 박사는 9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란 침공을 영국의 패권국 지위를 상실하게 만든 1956년의 ‘수에즈 전쟁’(Suez Crisis)에 비기면서 패권국 미국의 추락을 예견했다. 영국의 패권적 지위 무너뜨린 ‘수에즈 전쟁’ 방불 1952년 7월에 이집트에서 가말 압델 낫세르가 이끄는 급진파 민족주의 자유장교단이 쿠데타를 일으켜 비동맹 중립노선의 범아랍주의를 제창하고, 1956년에 영국과 프랑스가 관리하던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을 사주해 이집트 침공계획을 짰다. 그해 10월 29일 이스라엘군이 이집트 시나이 반도 침공한 지 약 1주일 뒤인 11월 5일 영국과 프랑스는 공수부대를 동원해 수에즈 운하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시나이 반도 점령으로 홍해로의 출구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영국과 프랑스는 낫세르를 축출하고 수에즈 운하를 다시 빼앗는 것이었다.   1956년 수에즈 위기 당시의 전황지도. 중앙의 시나이 반도 왼편 위쪽이 수에즈 운하, 오른편 위쪽이 이스라엘, 아래쪽이 티란 해협. 해협 오른쪽은 사우디아라비아 그들의 거사는 일단 성공했으나, 당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권은 미국정부가 보유한 영국 국채 매각을 위협하며 영국의 철수를 압박했고, 소련 국방장관 니콜라이 불가닌은 로켓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영국과 프랑스의 철군을 요구했다. 유엔도 총회 결의를 통해 그것을 지지했다. 12월 22일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결국 수에즈에서 철수했다. 제2차 중동전쟁 또는 ‘수에즈 전쟁’으로 불린 그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에서 물러났지만 반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홍해로 통하는 티란 해협을 확보했고, 영국·프랑스 군과의 전투에선 밀렸으나 그들에 맞서 수에즈 운하를 지킨 낫세르의 정치적 기반은 더욱 강화됐다. 수에즈 퇴각으로 제국주의 국가 영국과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은 치명상을 입었다. 특히 그때까지도 초대국적 위세를 유지했던 영국의 패권적 지위는 완전히 무너졌다. 미국의 이란 침공, 한국·일본 안보에도 악영향 아사드 박사는 지금까지 40일을 넘긴 장기간의 강도 높은 전쟁을 사전에 전혀 상정하지 못한 채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한 미국 트럼프 정권의 오산 내지 오만이 미국 추락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다. 미국 국방부의 계획은 (국제적 제재와 2025년 6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으로) 약체화한 적(이란)에 대한 단기간의 결정적인 작전을 상정했기 때문에, 무기의 대량 소비는 모든 예측을 넘어선 결과를 불렀다.” 그 때문에 인도태평양(안보)에 대한 (악)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만 방공은 미국제 패트리어트 지대공 유도탄 등에 의한 다층방위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 전력을 이란 침공에서 다량 소비함으로써) 일본과 한국도 같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아사드는 지적했다. 우크라 전에도 영향, 러·중 입지 크게 강화 미국의 이란 침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켰다고 아사드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키이우(우크라이나)로 보냈어야 할 무기가 이란전선으로 전용됐다. 그리고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러시아의 원유수출 수입이 수백억 달러 증가해, 서방의 러시아 제제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했다. 또 서방의 정치적 관심이 걸프지역(중동)에 집중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외교전을 전개할 공간이 줄어들었다.” 트럼프 정권의 자세는 이런 상황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트럼프는 오는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회의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초대할 생각을 드러냈다. 오는 14~15일에는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정권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명백한 관심 결여와 이란 침공에서의 전략적 좌절이 겹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크게 강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손짓하고 있다. 2025.6.25. 로이터 연합뉴스 ‘전략 부재’의 트럼프…패권 상실 위기 자초 트럼프는 이란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대응력을 분산시킨 데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 등으로 오히려 러시아의 전쟁 수행능력을 크게 높여 주었다. 중동에 발목잡힌 미국은 중국의 입지 또한 크게 강화시켜, 이번 달 중순의 베이징 국빈방문에서 트럼프는 딜(협상)에서 불리한 입지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는 지금 휴전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시진핑 정권에게 이란과의 종전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까. 중간선거용으로 과시할 가시적 성과들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힘을 집중시켜 러시아를 먼저 억제한 뒤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이란을 침공해 전력을 다량 소비함으로써 유럽전선에서 러시아에 숨통을 틔워주는 한편, 아시아태평양의 대중국 전력을 중동으로 빼돌림으로써 중국에 전략적 공간을 넓혀 주고, 이란을 매개로 한 중국-러시아의 밀착을 오히려 부추기는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 동맹의 의무 조약이 아니라 개인적 충성심이 좌우” 미국이 향후 6~12개월 안에 독일 주둔 미군병력 5000명 이상을 감축하는 것과 관련해 아사드는 미국의 그런 조치가 동맹에 대한 약속은 조약을 통한 의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충성심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전쟁협력 요구에 불응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미국의 다음 차례 안보지원 축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5월 6일, 리투아니아 아크메니나이 인근에서 열린 브레이브 그리핀 26-II 군사 훈련 중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이 훈련은 발트 3국과 나토 동맹국을 연결하는 전략적 회랑인 수왈키 협곡의 방어력을 시험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군은 미국, 포르투갈군과 함께 훈련에 참여했다. 2026.5.6.EPA 연합뉴스 유럽의 대응 나토 유지 아닌 ‘나토 이후’ 대비” 아사드는 유럽의 대응에는 3개의 패턴이 있다고 했다. 첫째,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인 방위체제를 가속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900억 유로(약 155조 3000억 원)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둘째, 연합의 다양화다. 프랑스와 독일은 방위산업협력을 심화시키고 있고, 폴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은 워싱턴(미국)으로부터 독립한 2국간의 협정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계산된 공적인 장에서의 미국 비판이다. 영국과 독일, 스페인 총리들은 트럼프의 이란 정책에 직접적인 이의 제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의 외교가 더는 나토의 유지가 아니라 나토 붕괴 이후에 대비한 백업체제를 구축하는 쪽으로 목표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침공이 제2의 ‘수에즈 위기’라는 전문가들 지적과 관련해 아사드는 이렇게 말했다. 1956년의 ‘수에즈 동란’(수에즈 전쟁) 때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국의 재정적 영향력을 동원해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게 철수를 강요했고, 두 제국의 권위는 실추됐다. 오늘날 미국에게 그 정도의 굴욕을 안겨 줄 만한 (당시 미국이나 소련과 같은) 외부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적 권위가 상처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가정의 차원을 떠난 (현실의) 얘기다.” 동맹 균열 등 흔들리는 미국 주도 질서 아사드는 이란 침공이 미국에게 끼친 영향을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미국이 내건 전쟁목적에 대한 신뢰의 실추. (트럼프의 공언과 달리) 이란은 비핵화되지 않았고, 정권도 유지되고 있다. 둘째,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과의 균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은 각자 대미 협력을 거부했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은 한 발의 총탄도 쏘지 않고 어부지리를 얻었다. 넷째, GCC(걸프협력회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걸프 연안 6개 군주국 정치·경제·안보 협력체) 국가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를 더는 신뢰하지 않게 됐다. 이런 일들이 글로벌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의 미국 주도 질서는 명백히 흔들리고 있다.” 3개 시나리오 전쟁 끌수록 미국 비용 커져” 향후 이란을 둘러싼 정세 전망에 대해 아사드는 3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관리되는 교착 상태다. 해상봉쇄는 계속되고, 이란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며, 전투는 단속적인 형태로 지속될 것이다. 포괄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테헤란(이란)이 군비와 사회기반 재건을 위한 시간을 벌게 해 주고, 동시에 트럼프는 승리를 주장하는 레토릭을 이어갈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에스컬레이션(확전)의 재연. 이란이 워싱턴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적인 제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심각한 해난사고가 일어날 경우 (미국의) 공격이 재개될 것이다. 미국의 요격 미사일 재고가 고갈(또는 고갈을 우려할 정도의 재고 감소)됐기 때문에 이 에스컬레이션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이란 침공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높은 비용이 뒤따를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파키스탄의 중재를 토대로 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낮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파키스탄의 (군부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베이징(중국)의 조용한 지원을 받으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재자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 타히르 무하마드 아사드 런던 다이얼로그 이사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는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부분적인 이란의 비핵화를 포함한 합의가 이뤄져야 진정한 외교적 성과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이란 쌍방이 아직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양보가 필요하다. 아사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경고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미국이 치러야 할 군사, 재정, 정치적인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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