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법엔 탄소·노동 규제 없다…EU는 환경정보·인사 AI까지 관리 [환경] 오는 21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AI 기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AI법과 국내 AI 기본법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AI’를 표방한다. 하지만 국내법이 산업 육성과 디지털 포용에 초점을 맞춘 반면, EU는 탄소 배출 등 환경 영향을 관리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환경 대책 없는 한국법…EU는 환경 정보 공시 의무화
오는 21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 ChatGPT생성 이미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국내법과 EU AI법의 격차가 가장 큰 부분은 AI모델과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 관리다.
AI 기본법 개정안은 데이터센터 건립 등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진흥 정책에 집중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돕는 ‘AI 제품·서비스 확인서’ 제도와 모태펀드를 활용한 창업자금 공급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AI 제품과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전력 사용량 증가와 탄소 배출, 수자원 사용·오염 등 환경 영향을 규제하거나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AI 산업이 유발하는 환경 문제를 관리할 법적 장치가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의미다.
반면 EU AI법은 환경 보호를 법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명시했다. 데이터를 학습하는 범용 AI 모델(GPAI) 제공자는 에너지 소비량과 자원 사용량 등 환경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기술문서에 기록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한국은 ‘이용 기회 확대’, EU는 ‘차별 위험 통제’
한국 AI 기본법과 EU AI법의 차이 정리 / ChatGPT생성 이미지
디지털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AI 기본법 개정안은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 구직자, 경력보유여성, 비수도권 중소기업 근로자 등을 ‘AI 취약계층’으로 규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AI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이용 비용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AI 이용 기회를 보장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복지정책 중심의 접근법이다.
반면 EU AI법은 취약계층을 서비스 지원 대상이 아닌 AI 알고리즘의 조작과 차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보호 대상으로 규정했다. 연령과 장애, 사회·경제적 상황 등에 따른 취약성을 악용해 이용자의 행동을 왜곡하거나 피해를 유발하는 AI 시스템은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신용평가와 사법 판단 등 고위험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 위험도 사전에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
노동 분야…한국은 ‘채용 중심’, EU는 ‘인사 전 과정’ 관리
노동 분야에서도 한국과 EU의 제도적 차이가 뚜렷하다.
AI 기본법 개정안은 채용과 금융 대출 심사 등 시민의 안전과 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의 기술을 ‘고영향 AI’로 분류했다. 해당 AI 시스템을 운용하는 기업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 관리 기준을 수립하고 위험관리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채용과 심사 등 노동시장 진입 단계의 의사결정을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마련한 구조다.
반면 EU AI법은 노동 분야의 규제 범위를 인사관리 전반으로 확대했다. 채용뿐 아니라 업무 배정과 승진, 해고, 직무 성과평가, 근로관계 관리, 근로자 행동 모니터링 등에 사용되는 AI 시스템을 고위험 AI로 분류했다. 고위험 AI 제공자와 활용 기업에는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과 적절한 데이터 관리, 기록 보관, 투명성 확보, 인간의 감독 보장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직장에서 근로자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추론하는 감정인식 AI는 의료 또는 안전 목적의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