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조만장자 머스크와 자본주의의 묵시록 [뉴스] 얼마 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조만장자(자산 1조 달러 이상 보유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은 단순히 일론 머스크(Elon Musk) 개인의 놀랍고 신기한 성공 신화가 아니다. 이것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도달한 극단적인 불평등과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강력한 고발장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의 자산 증식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생산의 혁신을 통해서 사회 전체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자유주의적 서사의 파산을 의미한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 실질 소득 하락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한 개인이 보통 국가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고 수십억 명의 것과 맞먹는 부를 독점하는 현실은 어떤 식으로든 도덕적 정당성을 가질 수가 없다.
머스크의 천문학적 자산 형성은 많은 주류 언론이 찬양하듯이 ‘고독한 천재의 혁신적 도전과 기술’ 덕분이 아니었다. 그의 부는 철저하게 국가 보조금의 사유화,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권력과의 유착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은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법적 규제와 과세로부터 해방된 영역을 구축해 왔다.
스페이스X의 창립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회사의 상장을 축하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쳐지고 있다. 2026.6.12. [UPI=연합뉴스]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 시대 미국의 거대한 모순을 목격한다. 트럼프와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백인 노동자들을 파고들며 반엘리트주의 를 선동했으나, 그 공백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MAGA(Meta, Amazon, Google, Apple) 로 상징되는 빅테크 기업들과 초엘리트 거대 부자들이었다. 이들 빅테크 과두지배자들은 국가 권력과 결탁해 전례 없는 부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초기 단계부터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세제 혜택, 그리고 공공 계약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즉, 위험은 공공이 부담하고 수익은 머스크 개인이 독점하는 ‘위험의 사회화, 이익의 사유화’가 조만장자로 가는 길을 열었다.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과 자산을 흡수해 왔고, 테슬라는 전기차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였다.
더구나 머스크는 자산 금융화를 통해 부를 증식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투기적 속성을 완벽하게 활용했다. 그의 자산은 주식 시장의 자산 버블 위에서 가파르게 우상향했다. 머스크가 조만장자 타이틀을 거머쥐던 과정도 실적 부실과 적자 상태의 기업들을 미래 가치라는 허울 좋은 서사로 과대 포장해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며 만들어낸 일시적인 신기루의 성격이 짙다.
당장의 내실보다 자극적인 마케팅과 이미지를 내세워 시장을 현혹하고,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부풀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거듭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그의 조만장자 지위 역시 붕괴했다가 반등하는 극심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머스크의 위험성은 그가 가진 돈의 액수보다, 이데올로기적 지배력과 테크노 파시즘(Techno-Fascism) 징후에 있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한 대리점 밖에서 열린 전국적인 테슬라 테이크다운(Tesla Takedown) 집회 도중 시위대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부효율부(DOGE) 추진 과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3.29.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첨단 기술 인프라와 독점적 플랫폼을 무기로 사회 전체의 담론을 주무르고 위험한 세계관을 퍼트리려 한다. 그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를 인수한 것은 공론장을 사유화하여 대중의 의식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기획과 분리될 수 없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수호자 를 자처하면서 극우적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담론을 유포하고 지원해 왔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일 히틀러 를 연상시키는 제스처와 개호루라기 (Dog whistle, 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은밀한 신호)를 보란 듯이 드러내며 전 세계 극우 세력의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신나치 성향 조직 및 극우 정치세력을 배후에서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이들의 혐오 선동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
이러한 테크노 파시즘 은 첨단 인공지능, 우주 인터넷(스타링크), 알고리즘 통제권을 쥔 개인이 국가 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행사할 수 있기에 더 위험하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정당한 불만과 분노는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이민자, 성소수자, 혹은 불평등을 폭로하며 재분배를 주장하는 진보 진영을 향하고 있다. 그 속에서 민주주의는 내재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머스크의 지지자들조차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내부 통제 결여와 전횡적 구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이사회는 머스크의 독단적인 결정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보다는 그의 측근과 친인척으로 채워져 사적 거수기로 전락했다. 이러한 독재적이고 무법적인 경영 스타일은 기업 내부를 넘어 국가 행정 영역으로 그대로 이식되었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2025.5.30.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초기에 정부효율부(DOGE) 의 수장을 맡았던 머스크는 자본의 논리로 공공 영역을 해체하는 잔혹한 칼춤을 추었다. 그는 경영 효율성 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비롯한 주요 공공 기구의 예산과 인력을 무자비하게 삭감했다. 이로 인해 국내외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보건·의료 지원, 복지 프로그램, 안전망이 순식간에 와해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머스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도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왔다. 집단학살 초기에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키부츠를 둘러본 뒤에 하마스를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며 이스라엘의 무차별 군사 작전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의 처분권을 이스라엘 통신부에 넘기면서 통신 통제와 정보 봉쇄에도 협조했다.
엑스(트위터)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진영이 자주 쓰는 구호 등을 문제 삼으며 내용을 검열하고 계정을 정지시켰다. 따라서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머스크를 이스라엘의 좋은 친구 라고 부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트럼프뿐만 아니라 미국의 민주당과 자유주의 정치세력도 이 거대한 테크 올리가르키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
자유주의적 법과 제도는 기술 권력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며, 오히려 자본의 로비와 압박에 밀려 후퇴하기 일쑤였다. 고삐 풀린 시장 경쟁을 놔둔 채로 미세한 조정만으로 조만장자의 독점 권력을 해체할 수 있다는 믿음은 무너져 왔다. 반면에, 우주 탐사 공급망과 위성 인터넷망을 통제 불가능한 소수의 변덕과 사적 이익에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메릴랜드주 옥슨힐의 게이로드 내셔널 리조트 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부터 전기톱을 전달받고 있다. 2025.2.20. [AP=연합뉴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도 같이 고민할 문제이다. 한국은 이미 거대 재벌 체제라는 독점적 자본 구조를 경험해 왔으며,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한국형 테크 올리가르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거대자본 권력의 이데올로기화와 미디어 포퓰리즘의 결합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표적인 한국식 사례가 바로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다. 정 회장은 인스타그램 등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셀럽 자본가’의 이미지를 구축한 뒤, ‘멸공’의 극우적 담론을 유포하며 국내 보수·우파 세력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나아가 미국 극우 세력과 국제적 연대에도 앞장섰다. 이것은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로 이어졌다.
정 회장이 문화 전쟁과 이념 선동에 열을 올리던 시기는 신세계 및 이마트 계열사들의 과도한 인수합병으로 인한 실적 악화와 오프라인 유통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던 때이기도 했다. 이것은 결국 후기 자본주의의 올리가르키들이 어떻게 미디어와 극단적 이념을 무기화하여 대중의 분노를 굴절시키며 사적 권력을 강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와 대규모 첨단 산업 투자 계획도 비판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 이 거대 자본 투입 기획은, 자칫 기술 관료들과 국내외 소수 거대 자본가들에게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통째로 넘겨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적 통제 장치 없이 효율성 과 시장 혁신 만을 기둥으로 진행되면서, 재벌 대기업과 테크 자본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는 방식의 메가 프로젝트는 이윤의 사유화와 사회적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공공이 통제하고 그 성과가 노동자와 청년, 보통의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면피성 꼬리자르기 사과 정용진 회장 규탄,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민중행동 등 참석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5.27 연합뉴스
더구나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 역시 미국 테크 기업들 못지않게 이사회 포섭 과 총수 일가의 독단적 경영으로 얼룩져 있다.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해 노동이사제 등을 통해서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와 통로가 전면 확대되어야 한다. 거버넌스의 개혁 없는 대규모 투자는 재벌과 테크 올리가르키들의 세습 자산만 불려줄 뿐이다.
더불어, 머스크의 엑스(트위터)처럼 한국에서도 플랫폼 자본이 정보를 독점하고 알고리즘과 공론장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상업적 이익이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혐오와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국내외의 플랫폼에 대해 징벌적 책임을 묻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법과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조만장자 등극과 그가 보여준 테크노 파시즘적 행보는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인류가 이룩한 자원과 노동의 성과를 단 한 명의 개인이 독점할 수 있도록 허용한 후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파산을 증명한다. 기술과 인프라의 소유권을 민주화하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길만이, 조만장자들이 멋대로 주무르는 암울한 미래를 막아내는 열쇠가 될 것이다.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