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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18세기 영국의 말발 왕 사무엘 존슨의 촌철살인

18세기 영국의 말발 왕 사무엘 존슨의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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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 책벌레, 영국 문화의 황제가 되다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 1709~1784)은 18세기 영국이 낳은 최고의 말발 천재 다. 요즘으로 치면 유튜브 구독자 천만 명 짜리 지식인 인플루언서쯤 될까. 하지만 그의 인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1709년 영국 리치필드의 가난한 서점상 집안에서 태어난 존슨은 어린 시절 결핵으로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 요즘 같으면 외모 지상주의 에 치여 방송 출연도 못 했을 인물이다. 게다가 가난 때문에 옥스퍼드 대학을 중퇴해야 했다. 흙수저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존슨은 좌절하지 않았다. 1737년 런던으로 상경해 온갖 잡문을 쓰며 근근이 생계를 이었다. 당시 런던의 출판계는 지금의 온라인 콘텐츠 시장만큼이나 치열했다. 그 속에서 존슨은 날카로운 비평과 해박한 지식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존슨 1772년 초상화.(위키피디아) 9년 동안 혼자서 사전을 만든 미친 집념 존슨의 이름을 역사에 각인시킨 건 1755년 출판된 영어 사전 (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이다. 프랑스는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1635년 설립)에서 40명이 매달려 사전을 만들었는데, 존슨은 혼자서 9년 만에 해냈다. 4만 개가 넘는 단어를 수록하고, 11만 개의 인용문으로 뜻을 설명했다. 특히 그의 사전은 유머가 넘쳤다. 예를 들어 귀리 (oats)를 영국에서는 말이 먹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 곡물 이라고 적어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후원자 (patron)는 돈 한 푼 안 주면서 작가를 업신여기는 놈 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자신을 후원하겠다던 체스터필드 백작(Philip Stanhope, 4th Earl of Chesterfield, 1694~1773)이 사전이 거의 완성될 때까지 나 몰라라 하다가 출판 직전 슬쩍 다가오자, 존슨은 그에게 독설 가득한 편지를 보냈다. 7년간 방치해놓고 이제 와서 후원자 행세는 무슨. 이 사전은 영국영어의 표준을 정립했고, 150년 동안 영어권 세계의 기준이 되었다. 지금 한국으로 치면, 한 사람이 혼자서 표준국어대사전 을 만든 격이다. 상상이 가는가?   리치필드 마켓 스퀘어에 있는 존슨의 출생지.(위키피디아)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피난처 존슨은 문학평론가, 수필가, 시인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가 1779~1781년 출판한 영국 시인 평전 (Lives of the Most Eminent English Poets)』은 지금까지도 영문학연구의 기본서다. 하지만 그를 진정한 전설로 만든 건 그의 말발 이었다. 존슨은 거의 매일 저녁 런던의 카페와 선술집을 돌아다니며 지식인들과 설전을 벌였다. 그의 친구이자 전기 작가인 제임스 보즈웰(James Boswell, 1740~1795)은 그 모든 대화를 기록했고, 1791년 출판된 사무엘 존슨의 생애 (The Life of Samuel Johnson)는 세계 최고의 전기문학으로 꼽힌다. 존슨의 명언은 셀 수 없이 많다.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피난처 (Patriotism is the last refuge of a scoundrel)라는 말은 지금도 정치인들을 때릴 때 쓰인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는 말도 그의 것이다.   엘리자베스 테티 포터, 존슨의 아내.(위키피디아) 현재 한국, 존슨에게 무엇을 배울까 존슨의 삶과 말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진짜 전문성의 힘이다. 존슨은 9년간 혼자서 사전을 만들었다. 요즘 같으면 인공지능이 다 하는데 왜 사람이 해? 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사전은 단순한 단어 나열이 아니라 영국문화와 언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는 전문가 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인다. 유튜브 몇 편 보고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들, 남의 글 짜깁기해서 책 내는 사람들이 넘친다. 존슨이 보면 그게 무슨 전문가냐 며 혀를 찰 것이다. 둘째, 권력에 굽실거리지 않는 지식인의 태도다. 존슨은 가난했지만 자존심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체스터필드 백작에게 보낸 편지는 돈 있다고 갑질하지 마라 는 선언문이었다. 오늘 한국의 지식인들은 어떤가? 권력과 자본 앞에서 너무 쉽게 무릎을 꿇는다. 정권이 바뀌면 논조가 180도 바뀌는 언론인, 대기업 프로젝트만 나오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학자들. 존슨이 보면 후원자 찾아다니는 개자식들 이라고 욕했을 것이다.(그는 실제로 그런 표현을 거침없이 썼다) 셋째, 애국심 팔이 에 대한 경계다.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피난처 라는 말은 지금 한국정치판에 그대로 적용된다. 자기 비리는 덮으면서 나라 사랑 을 외치는 정치인들, 사회문제는 외면하면서 태극기 만 흔드는 집단들. 존슨이 보면 내가 250년 전에 경고했는데 아직도 그러냐 며 한숨 쉬었을 것이다. 넷째, 진정한 대화와 토론 문화다. 존슨은 매일 밤 카페에서 사람들과 토론했다. 의견이 다르면 격렬하게 싸웠지만, 인격적 모욕은 하지 않았다.(물론 독설은 마구 날렸지만, 그건 논리적 공격이었다) 요즘 한국의 토론 은 어떤가? 온라인 댓글 창은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가득하고, 방송 토론은 고성과 물 타기로 점철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 으로 규정하고, 내 편 아니면 네 편 으로 갈라 친다. 존슨이 보면 이게 토론이냐, 개싸움이냐 며 혀를 찼을 것이다. 다섯째, 장애와 외모에 대한 편견 극복이다. 존슨은 한쪽 눈이 거의 안 보였고, 얼굴에 흉터가 있었으며, 체격도 비대했다. 지금 같으면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못 했을 외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적 능력과 유머로 런던 사교계의 스타가 되었다. 지금 한국은 여전히 외모 지상주의가 심각하다. 취업 사진에 성형 전후가 갈린다는 농담이 현실이고, 외모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존슨의 삶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일깨운다.   사무엘 존슨의 영어 사전 제1권 표지.(위키피디아) 완벽하지 않았던 존슨 물론 존슨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는 노예제를 반대하는 진보적 입장이었지만, 여성의 지적능력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졌다. 여자가 설교하는 건 개가 뒷다리로 걷는 것과 같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는 말을 남겼다. 지금 같으면 페미니스트들에게 뭇매를 맞았을 발언이다. 또한 그는 평생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렸다.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친구들을 붙잡고 새벽까지 떠들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다. 1784년 12월 13일 75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그는 두려움 속에 살았다. 하지만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런 약점이 있었기에 더욱 존슨은 인간적이었다. 완벽한 성인이 아니라 고민하고 번뇌하는 보통 사람이었기에, 그의 말과 글이 지금까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존슨, 존 오피 그림.(위키피디아) 한국에 필요한 존슨 정신 지금 한국사회는 혼란스럽다. 정치는 극단으로 치닫고, 경제는 불안하며,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은 깊어만 간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게 존슨 정신 이다. 권력과 돈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는 지식인의 자세, 9년간 혼자서 사전을 만드는 장인정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격렬하지만 품위 있게 토론하는 문화, 외모나 배경이 아닌 능력과 인품으로 평가받는 사회. 존슨이 18세기 영국에서 보여준 이런 모습들이 지금 한국에 절실하다. 존슨은 말했다. 호기심은 영구적이고 확실한 인간 본성의 특징이다. 우리가 존슨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인간본성 때문일 것이다. 250년 전 런던 카페에서 독설과 통찰을 쏟아내던 그 뚱뚱하고 한쪽 눈 먼 노인이, 지금 한국의 우리에게 여전히 말을 걸고 있다. 지식을 쌓되 겸손하라, 권력에 굴복하지 말라, 다른 의견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리고 덧붙이겠지.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사전 한 권 만드는 데도 9년이 걸렸다. 진짜를 원하면 땀 흘려라.   존슨(1775)의 강렬한 집중력과 시력 저하를 보여주는 초상화. 그는 눈 깜빡이는 샘 으로 묘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의 근시를 드러내는 이 독특한 초상화는 캘리포니아주 샌마리노에 있는 헌팅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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