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희토류 공장, 러시아 국경에서 가동…중국 의존 탈피 신호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맞서 자원 공급망 재편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현지시각) CNBC는 캐나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가 러시아와 접한 에스토니아 국경 도시 나르바에 구축한 유럽 최대 규모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네오는 희토류 분리·가공·자석 제조까지 전 과정을 보유한 서방권 대표 기업으로, 유럽의 공급망 대체를 주도하는 주요 업체 중 하나다.
네오 나르바 공장 기공식에 EU 집행위·에스토니아 정부·네오 경영진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라이보 바스누 NPM실메트 대표, 마이베 루테 EU 집행위 부총국장, 라힘 술레만 네오 사장 등 주요 인사들. / 출처 =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
NATO 동쪽 끝에서 시작된 유럽의 도전
나르바 공장은 러시아와 나르바강 하나를 사이에 둔 국경 도시에 위치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나르바를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라고 언급한 지역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은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오는 약 7500만유로(약 1090억원)를 투자해 500일 만에 공장을 완공했다. 이 가운데 1450만유로(약 210억원)는 EU 공정전환기금(JTF)에서 지원됐다.
라힘 술레만 네오 최고경영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희토류 자석 2000톤을 생산하고 향후 5000톤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럽은 자석 수요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나르바 공장은 연간 약 10%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네오는 이미 보쉬와 셰플러와 초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독일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의료기기, 정밀 무기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나르바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전기차 100만대 또는 해상풍력 터빈 1000기 이상에 필요한 자석 규모에 해당한다. 네오 기업개발 부사장 바실레이오스 치아노스는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희토류 자석은 유럽의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데 핵심 부품”이라고 밝혔다.
중국 견제 속 공급망 다변화 절박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자석 제조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합의로 추가 수출 규제 시행은 연기됐지만, 기존 수출 제한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유럽은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재생에너지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이 흔들리는 충격을 경험했다. 유럽위원회도 올해 가을 경제 전망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역내 산업의 수급 불안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핵심광물 전문 리서치기관 아다마스인텔리전스의 라이언 캐스틸루 전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차단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며 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문제이자 수조 달러 하류 산업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10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한 재생에너지·에너지안보 패키지인 REPowerEU와 유사한 방식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재구성하겠다”며 ‘RESourceEU’ 계획 추진을 공식화했다.
RESourceEU가 발표되기 이전에 추진된 사업이지만, EU 집행위는 나르바 공장에 1870만유로(약 320억8600만원)를 투입하며 전략적 거점으로 육성해 왔다. 생산량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의 첫 모델로 평가된다.
장기전 예고된 유럽의 희토류 전략
한편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패스트마켓은 나르바 공장이 공급망 다변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캐롤라인 메세카 패스트마켓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희토류 자석 생산 능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 부족, 규제 부담, 분절된 EU 역내 공급망, 높은 생산 원가 등도 EU의 단기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그럼에도 이번 공장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나르바는 오랫동안 오일 셰일 산업에 의존해온 에스토니아 대표 탄소집약 지역이지만, 공장 건설로 장기적으로 최대 1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카트리 라이크 나르바 시장은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새로운 산업 기업을 유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EU 국경 지역에 투자 결정을 내린 캐나다 기업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르바 공장이 유럽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