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철강 덮친 물 리스크…국내 응답 기업 77% 중대 리스크 식별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 확보가 반도체·배터리·철강 등 국내 핵심 제조업의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평가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3일 CDP 데이터를 분석한 이슈브리프 「한국 기업의 물 리스크·공시 현황과 과제」를 발간하고, 국내 기업들이 물 리스크를 재무·공시 체계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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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클러스터가 드러낸 물 리스크…반도체 넘어 배터리·철강까지
KoSIF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물 리스크가 산업 입지와 투자 일정에 영향을 준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최대 약 170만㎥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취수원인 소양강·충주댐·화천댐 유역은 세계자원연구소(WRI)의 수자원 위험 평가 기준에서 ‘High’ 물 스트레스 지역에 해당한다. 생산 거점과 신규 수요처인 용인·화성·평택도 ‘Medium-High’ 지역으로 평가됐다. 1단계 공급분은 신규 수자원이 아니라 화성 12만㎥/일, 평택 11만㎥/일 등 기존 광역상수도 공급량 총 23만㎥/일을 줄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용인 반도체 일반산단은 남한강 여주보에서 산업단지까지 용수관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인허가와 지역상생 문제로 착공이 지연된 바 있다.
KoSIF는 가뭄, 홍수, 물 스트레스가 심화되면 배터리·철강·화학·제약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의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응답기업 77% 중대한 물 리스크 식별
2025년 CDP 수자원(Water Security)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응답기업의 77%가 중대한 물 리스크를 식별했다. 기업이 꼽은 주요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 51건, 물 스트레스 48건, 가뭄 39건 순이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물 스트레스는 특정 유역의 재생가능 수자원 대비 실제 취수량 비율을 뜻하며, 이 비중이 40% 이상이면 국제 기준상 ‘높은 스트레스(High Stress)’ 지역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물 수요와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6월 기준으로 국토 대부분 지역이 WRI Aqueduct 기준 ‘High’ 등급 이상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제약·건강 산업의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이 88.5%로 가장 높았다. 산업재 61.2%, IT 60.4%, 선택소비재 50.8%가 뒤를 이었다. 반도체·배터리·철강은 CDP 워터 임팩트 인덱스 기준으로도 물 영향이 매우 높거나 취약한 산업군으로 평가됐다.
국내 기업이 물 리스크에 대한 재무영향을 산정하는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025년 CDP 한국 보고서에서 물 리스크 보고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3300만원으로, 기후변화 리스크의 건당 평균 재무영향 약 114억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고객사·금융권, 물 데이터 요구 확대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에 물 사용량, 폐수관리 현황, 물 소비 감축 노력, 물 재이용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업체 행동강령을 통해 협력사에 탄소배출과 물 소비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애플은 물 스트레스 지역의 용수 다소비 협력사에 6개월마다 용수 저감 데이터와 물수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물 데이터 활용이 시작됐다. BBVA는 스페인 에너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에 제공한 25억유로(약 3조9000억원) 규모 지속가능연계대출(SLL)에 CDP 수자원 등급 유지와 2030년 용수 사용량 50% 감축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연계했다. 국내에서는 IBK기업은행이 1895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상품에 용수 사용량 감축을 선택 KPI로 포함했다.
CDP 수자원 응답 기업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응답기업은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약 7배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응답기업 수는 2023년 135개, 2024년 116개, 2025년 113개로 감소했다.
KoSIF가 2025년 CDP 응답 현황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정보기술·반도체 분야에서는 한미반도체, 선택소비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HL만도, 원자재·소재 분야에서는 포스코퓨처엠·현대제철·OCI홀딩스 등이 주요 미응답 기업으로 확인됐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 현대자동차·기아·LG전자, 포스코홀딩스·LG화학·롯데케미칼 등은 CDP에 응답했다.
KoSIF는 제조업과 수출 중심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이 CDP 수자원 공시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대응 지연이 글로벌 비교 평가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P 응답 기업 리스트/KoSIF
물 정보, 글로벌 공시체계로 편입
보고서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서도 물 관련 정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CSRD·ESRS E3)은 물과 해양자원 관련 정보를 주요 공시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논의에서도 자연·물 관련 리스크를 공시 체계 안에서 설명하는 방안이 다뤄지고 있다.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는 이제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되고 있다”며 기업은 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춘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남 선임연구원은 이어 물 공시 데이터가 지속가능연계대출(SLL) 등 금융상품의 핵심성과지표(KPI)로 활용되는 만큼, 선제적인 물 공시는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