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는 돈’을 아시나요…교환경제에서 공감경제로 [뉴스] [일러두기] 2026년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순천에서 ‘아류(亞流) 포럼 2026’이 열렸다. ‘비주류’라 불려 온 것들이 만드는 아시아의 새로운 흐름”이 주제였고, 형식은 ‘한일 생태문명전환 게더링’이었다. 글쓴이는 3일간 일본에서 참여한 이들과 동행했다. 그들이 실천해 온 장면들은 그야말로 ‘생태문명전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썩는 돈’이라는 공감 화폐, 리더가 없는 공동체 마을, 숲자본주의,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회사…. 지금의 현대 사회와는 맞물릴 것 같지 않은 이러한 개념들이 이번 아류 포럼에서 울려 퍼졌다. 5회에 걸쳐서 포럼을 소개한다.
처음엔, ‘엔(円)’에서 ‘인연(縁)’으로, 교환을 넘어 공감으로-‘썩는 돈’ 유모(eumo)가 그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미래와 공감 자본 사회”라는 긴 제목을 생각했으나, ‘썩는 돈’이라는 말이 주는 ‘놀람’이 있어 제목을 바꾸었다.
이 글은 ‘썩는 돈’에 대한 이야기다.
돈이 썩는다고? 그렇다. 썩는다! 썩는 돈이니 쌓아둘 수 없다. 저축해봐야 일없다. 썩는 돈이 일없는 자리에 일을 틔운다. 저절로 돌고 도는 돈이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돈본주의’랄까? 다석 류영모는 재화(財貨)를 ‘쓸몬’이라 했다. 풀어 말하면, ‘써야 하는 몬지(먼지)’라는 이야기다. 돈도 썩어야 거름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애초의 목적을 상실한 지 오래다. 본래 화폐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돈에 의한 경제 합리성만을 추구하다 보니 수많은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돈 자체가 살아가는 목적이 되어버린 주객전도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돈이 목적이 되면 썩지 않는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한계 속에서, 가치 교환 수단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일본의 비영리 주식회사 ‘유모(eumo)’가 이끄는 ‘공감 커뮤니티 통화 플랫폼’ 실험이 그것이다.
아류(亞流) 포럼 2026”에서는 이처럼 주류 경제 바깥에서 새로운 개벽을 만들어가는 실천가들의 이야기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 중 ‘썩는 돈’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귀가 쫑긋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모 공동 창업자 타케이 코조(武井浩三)는 그 자리에서, 돈을 경쟁과 축적의 도구가 아니라, ‘공감’이 흐르는 매개로 다시 상상하는 화폐·경제 실험”으로서 유모를 소개했다. 공감이 자본이 되는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공감이 자본이 된다? 실제로? 그의 말을 따라가면서 마음은 내내 물음으로 가득찼다. 그러면서 ‘물음’이 ‘불음’이 되고 발표가 끝나면 ‘풀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반복되었다. 발표가 끝나자, 한 대 후려 맞은 듯했다. 얼떨떨했다. 썩는 돈이 살아서 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썩는 돈’으로 지역을 살린다고? 그렇다! 돈이 썩은 거름이 되니 지역 생태계가 살아난다. 공동체를 더 끈끈하게 잇는다고? 그렇다! 돈이 ‘지역’ 내에서 돌고 도니 서로를 잇는 그물코에 숨빛이 흐른다. 공감하는 연대를 만들어낸다고? 그렇다! 돈을 쓰면서 ‘몬(物:品)’ 생산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니 ‘더불어 함께’라는 마음이 이어진다.
유모가 가진 ‘공감과 인연’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유모 플랫폼 순환 체계와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단계별로 자세히 살펴본다.
그림1) 주식회사 유모 공동 창업자 타케이 코조(武井浩三)가 공감 자본 기반 지역화폐 유모(eumo), ‘관리 없는 조직’ 운영 실험”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 김종길
유모 철학, ‘자연 경영’과 ‘공감 자본 사회’
발표를 한 타케이 코조는 유모 기반이 되는 철학을 ‘공감 자본 기반 지역화폐’로 정의했다. 새로운 경제 시스템 운영체제(OS)로의 패러다임 전환도 강조했다. 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경제 시스템이 중앙 집권적이고 제로섬 경쟁을 벌이며 돈을 ‘모으는 것’을 부의 척도로 삼았다면(사실 지금이 과거보다 더 지독해졌다), 새로운 경제의 OS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그는 새로운 조직 형태로서 ‘관리 없는 조직’ 운영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를 ‘자연 경영(JINEN)’이라 불렀다. 코조에 따르면 자연 경영이란, 고정된 규칙이 아닌 자연의 섭리에 따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자율적으로 포개어지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조직 및 사회 형태”이다. 자율적으로 포개어지고 조화를 이룬다”는 말에 가온꼭지(核心)가 있다. 이 부분을 잘 이해해야 한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연 경영은 피라미드 형태의 수직 위계 구조가 아니라, 자율 분산과 프로젝트 중심인 유기체 조직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 생명체 그대로를 닮은 조직이다. 큰 숲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상상해도 좋다. 이러한 철학 속에서 비즈니스 목적은 이윤 창출을 뛰넘어 ‘관계성 디자인’으로 진화한다. 그는 기업이나 국가보다도, 개인과 커뮤니티가 이니셔티브를 가지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이제 실천가들 스스로가 명함이나 직함이라는 경계선을 녹이고, 수십 개의 커뮤니티에 다중으로 겹쳐 살아가는(포개어지는 삶) 방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연 경영이다. 이때 타인과의 관계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경쟁이 아니고 ‘공동 창조(Win-Win, 공유)’가 되며, 풍요로움의 정의 역시 돈을 쌓아두는 것에서 가치를 ‘선물(순환)’하는 것”으로 바뀌어 간다.
유모는 바로 이러한 내재적 동기(자아실현, 설렘)를 자극하여 공감 자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림2) 타케이 코조는 사회운동가이고, 사회 시스템 디자이너이다. 그가 추구하는 유모 화폐 실험이 어떤 철학을 지향하는지를 보여준다. PPT: 타케이 코조(ⓒ)
유모 플랫폼 핵심 메커니즘, ‘썩는 돈’이 인연을 잇다
유모 통화 시스템의 가장 개벽적이고 핵심적인 특징은 바로 돈에 ‘유효기간’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유모 통화는 충전 후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해 버린다. 이른바 ‘썩는 돈’이다. 유효기간이 딱 3개월이기 때문에 충전과 동시에 돈은 시나브로 썩기 시작한다. 모든 썩는 것들은 고약한 구린내를 풍긴다. 그런데 이 돈은 썩으면 썩을수록 꽃내(香氣)가 난다.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가치가 사라지는 치명적인 단점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유모를 창조한 이들의 깊은 철학적 안목이 담겨 있다. 코조는 ‘화폐를 왜 썩게 만드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히 답했다. ‘저축’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돈을 본래의 ‘혈액(순환)’ 역할로 되돌리기 위함이고, 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타인을 위한 선물이나 지역·커뮤니티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곧, 축적해서 고이게 만드는 자본주의 병폐를 막고, 돈이 사람들 사이의 인연과 고마움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도록 ‘강제하는’ 따뜻한 넛지(Nudge: 살짝 쿡 찌르기)인 셈이다. 이 ‘썩는 돈’ 매커니즘 덕분에 유모는 합리적이고 무기력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생산자를 응원하고 감사를 전하는 ‘공감의 매개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그림3) ‘썩는 돈’이 어떻게 인연을 잇고 연결하는지를 보여준다. PPT: 타케이 코조(ⓒ)
유모의 단계별 순환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그렇다면 이 철학적인 통화는 실제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순환될까? 유모 플랫폼 체계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단계별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플랫폼 순환은 크게 사용자(user)-가맹점(상점)-공동체(community)”라는 세 주체를 중심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1단계는 일본 돈 ‘엔(円)’을 ‘인연(縁)’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가치를 충전하는 것이다. 가치 충전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유모(eumo) 앱을 다운로드한 뒤, 신용카드나 가맹점 현장 결제를 통해 기존 법정 화폐(엔화)를 커뮤니티 통화인 유모로 충전한다. 이 순간, 축적 대상이었던 무한한 수명의 돈은 3개월이라는 생명력을 부여받은 ‘순환의 피’로 변신한다.
2단계는 교환을 넘어선 응원이다. 결제와 ‘기프트(Gift)’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용자가 평소 좋아하는 가맹점(식당, 카페, 공방 등)에 방문해서 서비스를 이용한 뒤, 앱을 통해 매장의 QR코드를 인식하고 금액을 입력해 결제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페이(Pay) 앱과 똑같다. 하지만 유모의 진가는 이때부터다. 단순한 등가교환에 그치지 않고, 친절한 서비스나 좋은 제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매장에 추가 금액을 ‘기프트(선물)’로 보낼 수 있다. 지불하는 행위 자체가 상대를 향한 응원과 지지가 되는 것이다.
3단계는 ‘사회관계자본’의 시각화다. 메시지와 송금이 그것이다. 결제와 기프트 전달 시, 사용자는 상점 타임라인에 사진을 곁들인 감사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매장과의 거래를 넘어서 사용자 간(P2P)에도 언제든 메시지와 함께 유모를 송금할 수 있다. 일상적인 감사와 마음을 ‘돈’이라는 매개체에 실어서 전달하는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점은 앱 내의 SNS 기능을 통해 누가 어느 가게에서 어떤 감사 메시지를 남겼는지, 기프트가 얼마나 오갔는지가 ‘투명하게 시각화된다’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던 사람들 간의 유대감과 신뢰, 곧 ‘사회관계자본’이 가시화되고 연결이 더욱 확장된다.
4단계는 소멸이 아닌 새로운 잉태라고 할 수 있다. 3개월 뒤 ‘공조의 지갑’이 형성된다. 3개월이 지나 유효기간이 만료된 유모는 어떻게 될까? 허공으로 증발하는 것이 아니다. 기한이 만료된 통화와 가맹점에서 발생한 매출 일부는 해당 커뮤니티의 ‘공조의 지갑(共助の財布, 상호 부조 지갑)’으로 환원된다. 순환 구조도를 보면 이 과정이 명확히 나타난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커뮤니티 활동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되거나, 통화별 규정된 규칙에 따라 잃어버린 사용자에게 일부가 다시 재배포(환원)된다. 곧, 개인 주머니에서 사용되지 않고 ‘썩은 돈’이 커뮤니티라는 토양의 거름이 되어 전체 생태계를 살찌우는 완벽한 생태 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그림4) 새로운 경제의 OS는 ‘자연 경영’과 ‘공감 자본 사회’라고 타케이 코조는 역설했다. PPT: 타케이 코조(ⓒ)
다양성을 존중하는 독자 경제권의 설계
유모 플랫폼의 또 다른 위대한 점은 획일성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에서는 각 지역이나 공동체가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담은 ‘오리지널 커뮤니티 통화’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여기서 유모는 매우 섬세하고 영리한 통화 설계 규칙을 적용했다.
범용성이 높은 유모 통화로 다른 개별 커뮤니티 통화를 구매(교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커뮤니티 통화로 유모를 구매하거나 커뮤니티 통화 간에 교환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막아두었다. 이는 편리성이 높은 유모에 유통량이 집중되는 것을 회피하고,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커뮤니티 통화의 활성화에 연결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거대 화폐로의 ‘블랙홀 현상’을 방지하고, 각 지역과 커뮤니티의 다양한 가치관이 보호받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배려한 것이다. 현재 유모 통화는 30개 넘는 지역화폐가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다.
그림5) 커뮤니티와 포개어지는 삶이란, 직함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다. PPT: 타케이 코조(ⓒ)
교환 경제에서 공감 경제로
정리하자면, 유모 통화 플랫폼은 화폐의 본질을 ‘축적의 대상’에서 ‘관계 맺음의 도구’로 완벽하게 재정의한 선구적인 사회 실험이다. 사용자는 공감으로 사용하고, 공감에서 선물하며, 공감으로 연결되는”(共感でつかう, 共感から贈りあう, 共感でつながる) 세 가지 경험의 교집합 속에서 돈을 쓴다.
유모는 묻는다. 돈에 의한 경제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이 시스템 끝에 과연 진정한 행복이 있는가?” 그들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며, 공감을 베이스로 한 등가교환이 아닌 증여 순환의 체험을 통하여,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를 소중히 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세상을 제안한다.
타케이 코조가 보여준 지역화폐 실험은 그저 하나의 결제 앱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기심과 무한 경쟁의 ‘미친 자본주의’를 허물고, 이타심과 공존의 ‘공감 자본 사회’를 세우려는 개벽적 도전이다.
엔(円)에서 인연(縁)으로, 교환에서 공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유모 철학은,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가는 현대 사회에 진정으로 돈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하고도 혁명적인 이정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림6) 순천에 있는 청년비지니스센터 내 ‘순천에코칼리지’ 강의실에서 포럼이 진행되었다.
뱀발(蛇足)
‘아류(亞流)’는 둘째가는 사람이나 사물”이나, 문학예술, 학문에서 독창성이 없이 모방하는 일이나 그렇게 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데, 까닭은 ‘아(亞)’를 으뜸 다음을 뜻하는 ‘버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보아야 할까?
‘아(亞)’라는 한자는 아주 오래된 글자다. 그래서 뜻도 다양하다. 글쓴이는 그중에서 중앙 제단이나 부족 공동 구역을 중심으로 사방에 질서 있게 연락망을 갖춘 고대 촌락(마을)의 구조를 본떴다는 해석”를 따른다. 우리말 ‘동아리’나 ‘마을’에 가까운 뜻이다.
옛 마을은 하늘을 본떴으니, 하늘(ㅡ), 땅(ㅡ) 사이 동그란 동아리가 보일 터이다. ‘亞’의 위(ㅡ: 하늘), 아래(ㅡ: 땅), 그 사이에 뻥 뚫린 십자꼴이 있다. 십자꼴(十)이긴 하나 둥그런 동그라미로 보아도 된다. 그 세계가 온갖 생명이 사는 바로 이곳 삶터다. 산알들이 사는 삶터.
그러니까, 하늘 땅 사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 ‘십자꼴’을 그렸으나, 네모틀 사방 모서리가 파인 꼴을 하고 있어, 그 뻥 뚫린 흰 곳이 길(道)이요, 산알(生命)이요, 참(眞)이라는 뜻도 되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땅하늘이 ‘맞둘(마주 보는 한꼴)’이니, 그 세계는 우주 눈이기도 할 터이다.
‘아류(亞流)’는 흐르는 우주 눈이다!
‘아류(亞流)’는 땅하늘이 하나로 ‘맞둘’이다!
‘아류(亞流)’는 온갖 산알들의 숨빛이다!
그런 아류 포럼 2026”이 올해 첫 돛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항해를 시작했으니 불어오는 산알 바람을 따라 흐르겠으나, 그 길은 땅으로 흐르고 바다로도 흐르고 숲으로도 흐르고, 미리내를 건너서 온 우주로 나아갈 터이다. 나아간 곳에서 다시 이곳으로 회돌이하여 ‘말숨’을 트고 ‘얼숨’을 터서 ‘온숨’으로 숨빛 소용돌이를 일으키리라. 사바세계를 타고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리라. 그 길에서 수많은 산알 생명들과 마주할 터이고. 그것은 그야말로 서로 마주하고 보는 ‘맞선’일 것이다. 산알 생명들이 맞선 보는 자리로 말이다.
그림7) 둘째 날 아침, 순천만 습지에서 진행된 ‘말톺(對談)’ 마당에서 마주한 게 한 마리. 이 게는 어미 게다. 말톺 자리에는 아주 작은 새끼 게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포럼 둘째 날 아침, 순천만 습지가 보이는 곳에서 ‘말톺(對談)’이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잠깐 앞마당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미게 한 마리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걸 보게 되었다. 심지어 말톺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새끼 게들은 자유롭게 대담자 발밑을 걸어 다녔다. 그 장면이 참 흐뭇했다.
게들도 사람들이 말하는 말톺을 듣는 구나, 생각했다. 글쓴이는 그 순간 숨을 크게 들이켜고 온 우주가 큰 숨을 쉬며 하나 한 꼴로 돌아가는 그물코를 떠올렸다. 그물망이 아닌 그물코. 숨을 쉬는 그물코. 거기 그 자리에 온갖 산알 생명들이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아, 어쩌면 ‘아류 포럼’ 가는 길이 바로 이것이구나, 깨달아졌다.
김종길 시민기자, 다석철학 연구자 gjg6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