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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ESG가 돈이 되는가? 라는 질문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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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2020년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ESG를 고려한 투자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ESG 열풍이 시작됐고, 이후 기업 현장에서도 ESG는 빠질 수 없는 의제가 되었다. ESG라는 용어는 2004년 UN 글로벌 컴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가 발표한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했고,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ited Nations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ESG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기업과 지속가능성 이슈 간 접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 지속가능성(Corporate Sustainability), 기업 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기업 사회공헌(Corporate Philanthropy),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개념들이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필자는 ESG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측정 가능하고 비교 가능한 형태로 이해하기 위해 나온 프레임워크라고 본다. 기업의 기존 핵심 운영활동 중에도 ESG와 관련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공급망 인권 실사, 비재무 정보 공시 체계 구축처럼 기존에는 하지 않던 새로운 활동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활동들은 기업의 주된 경영 목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추가적인 비용도 수반된다. 경영진 스스로 ESG 활동의 의미를 납득하고, 이사회나 주주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ESG 경영을 하면 결국 재무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는 논리가 필요했다. 이른바 win-win 프레임이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재무적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논리다. 경영학자들도 이러한 전략적 과제에 답을 내놓기 위해 기업의 ESG 활동과 재무성과 간의관계를 검증하려 했다. 1990년대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성과, CSR 성과, ESG 성과, ESG 평가 등급 등을 독립변수로 놓고, 총자산이익률, 주가수익률과 같은 기업 수준의 재무적 지표를 종속변수로 설정하여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수백 편 쏟아졌다.   기업의 ESG 경영 활동과 재무성과 간 관계 그러나 기업의 ESG 활동과 재무성과 간의 관계는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않았다. 어떤 연구는 기업의 ESG 활동이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다른 연구는 부정적인 효과를 보고하며, 또 다른 연구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수백 편의 논문이 쌓였는데도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일관되지 않은 결과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들에 기인한다고 본다. 첫째, ESG라는 변수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서로 성격이 완전히 다른 영역인데, 이를 하나의 점수로 합산해서 재무성과와의 관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같은 메커니즘으로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ESG 평가기관마다 같은 기업에 부여하는 점수가 크게 다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문제이다. 둘째, 같은 ESG 활동이라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어떤 기업에서는 제조공정의 친환경 전환이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우수 인재를 유치해 재무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다른 기업에서는 같은 활동이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거나 정치적 편향으로 오해받아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 투자자,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동일한 ESG 활동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의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수히 많은데, 그 가운데 ESG의 순수한 효과만 분리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보면, 결과가 일관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지속가능경영 활동과 재무성과 간 관계 연구, 그리고 그 한계 이처럼 구조적으로 검증이 어려운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경영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이 장기적으로 주가수익률과 회계성과 모두에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우수하다 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린 논문이 있다. Robert Eccles(Harvard Business School), Ioannis Ioannou(London Business School), George Serafeim(Harvard Business School)이 공저한 이 논문은 2014년 최상위 경영학 학술지인 Management Science에 게재되었다. 인용 횟수는 6,000회를 넘겼고, 월가(Wall Street)의 경영자, 정부 관료, 전직 미국 부통령까지 이 논문을 근거로 활용했다. ESG 투자 업계에서도 ESG를 하면 주가수익률이 좋아진다 는 주장의 핵심 학술적 토대로 오랫동안 인용되어 온 논문이다. 그런데 최근 Boston University Questrom School of Business의 Andrew King 교수가 이 논문의 실증분석 재현을 시도하면서 핵심 결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King 교수에 따르면, 동일한 데이터와 방법론으로 분석을 재현하려 했을 때, 해당 논문의 주요 실증분석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King 교수는 해당 논문에 보고된 분석 방법을그대로 재현했을 때 논문에서 보고된 수준의 결과에 도달하기 극히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King 교수의 재현 연구는 2025년 Journal of Management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다. 이 과정에서 원 논문의 저자들은 핵심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 보고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Management Science에 정오표(erratum)를 게재했다. 이후 이 저자들은King 교수의 재현 연구에 대한 반박 논평을 Journal of Management 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고, King 교수도 이에 대한 재반박을 같은 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양측 간의 학술적 논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학계 안팎에서 기업의 ESG 활동과 재무성과 간의 관계를 주장해 온 연구들의 신뢰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기업 실무에서도 동일한 함정에 빠졌다 ESG를 하면 돈이 된다 는 win-win 프레임은 학계뿐 아니라 기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ESG가 기업성과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Apple, Starbucks, Salesforce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ESG 지표 달성 여부에 따라 최고경영진의 보너스를 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ESG 성과가 곧 경영성과이므로 이를 보상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을까? UC Berkeley의 Adam Badawi 교수와 Stanford의 Robert Bartlett 교수가 2024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S&P 500 기업들이 재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비율은 22%였던 반면, ESG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ESG 목표 달성률이 높았던 것은 경영진이 ESG 경영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애초에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ESG를 보상 구조에연동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세우고 보너스를 받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기존에 ESG 성과와 경영진 보상을 연동하는 제도를 채택하던 기업들이 이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Eccles et al. (2014) 논문의 재현 실패는 ESG가 재무성과에 긍정적 이라는 주장의 핵심 실증 근거에 대한 문제이고, ESG 성과와 경영진 보상을 연동한 제도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그러한 주장을 전제로 설계된 실무적 제도의 문제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ESG를 하면 돈이 된다 는 전제에 기대고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 사례들이 win-win 프레임이 학계와 실무 양쪽에서 얼마나 취약한 근거 위에 서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2부에서는 그렇다면 기업이 ESG에 자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기업 경영진이 ESG를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박정훈 교수는 박정훈 교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Loyola Marymount University 경영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업의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City University of New York Baruch College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경희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및 무역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Business & Society 등 최상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에서 최우수 이론 논문상을 수상했고,Academy of Management에서 우수 논문상 최종후보에 선정된 바 있으며, 다수의 학술대회 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Business & Society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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