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도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최초 전기세 도입한다 [환경]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가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전기세를 부과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초 예고했던 청정에너지 의무화나 대기오염 방지 등 핵심 기후 규제안이 대거 빠졌다.
23일(현지시각) 카나리미디어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의회는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6억달러(약 83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전기 사용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채택했다.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가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전기세를 부과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챗GPT 생성이미지
미국 최초 데이터센터 전기세 도입... 2년간 12억 달러 징수
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예산안에는 소수의 공화당 의원(상원 2명, 하원 8명)만이 찬성표를 던지며 진통 끝에 통과됐다. 7월 1일 예산안 마감일을 앞두고 민주당 내 수개월간의 갈등 끝에 마련된 타협안이다.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번 세금이 미국 전역을 통틀어 최초의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데이터센터의 환경ㆍ지역사회 영향에 대한 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예산 문서에 따르면 이 세금 수입 중 연간 최대 6억달러가 일반기금에 들어가고, 초과 수입은 별도 기금에 적립된다.
버지니아주 북부 지역은 이른바 데이터센터 골목(Data Center Alley) 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 디지털 트래픽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 15년간 주정부가 연간 약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판매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 덕분이다. 전력 회사인 도미니언 에너지는 오는 2035년까지 이들 데이터센터가 버지니아주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 이라고 전망해왔다.
세금은 도입했지만, 디젤 발전기 규제는 약화
문제는 이번 예산안에 데이터센터의 대기 오염을 제한하거나 개발업체에 무탄소 에너지원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이다. 버지니아 환경보호 유권자 연맹의 리 프랜시스(Lee Francis) 프로그램 책임자는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는 거대한 방 안의 코끼리 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데이터센터가 정전에 대비해 상시 가동하는 백업용 디젤 발전기다. 디젤 발전기는 가동 시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유해 오염 물질을 다량 배출한다. 실제로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VCU)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비상 발전기 배출이 일부 지역에서 발전소 수준의 대기오염과 맞먹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존 맥컬리프 하원의원은 백업 전력으로 배터리를 최우선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디젤 발전기 가동 시간을 연간 500시간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환경 규제 법안(HB 507)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채택된 예산안에는 물 사용량과 소음 통제에 대한 일부 규정만 반영됐을 뿐, 디젤 발전기 자체에 대한 가동 제한이나 기술 기업들이 자체 청정에너지원을 의무 개발하도록 하는 조항은 모두 삭제됐다. 다만 새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에 한해 구형 발전기(Tier 2) 대신 오염 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형 발전기(Tier 4)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대책만 일부 포함됐다.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의 새 비용 문제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주정부가 강력한 기후 규제 대신 세금을 선택함으로써, 빅테크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2년간 거둬들일 12억 달러(약 1조 6500억원)의 세금은 데이터센터 산업 전체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 최대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코너 키시(Connor Kish) 버지니아 지부장은 성명을 통해 새로 도입된 세금은 해당 산업이 버지니아의 가정과 주민들의 건강, 그리고 지갑에 미치는 치명적인 해악을 막지 못한다 고 맹비난했다.
버지니아주는 연말까지 데이터센터 개혁안을 권고할 연구 패널을 구성할 계획이다. 규제 법안을 발의했던 맥컬리프 의원은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면서도 이는 우리가 데이터센터 규제와 관련해 첫발을 떼어놓은 작업이며, 한 번의 회기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주 의회 회기에서 기존 디젤 발전기에 대한 의무 규제 조치를 포함해 더 많은 해결책을 반드시 모색하겠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