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기후금융 790조로 확대…전환금융·측정 인프라까지 ‘패키지’로 묶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금융위가 기후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25일 금융위원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2024~2030년 420조원 계획을 2026~2035년 790조원으로 확대하고, 고탄소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전환금융을 도입한다. 기후금융 웹포털과 금융배출량 플랫폼도 함께 구축한다.
이번 조치는 기업 공시, 금융 자금 집행, 배출량 측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구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자금 증액을 넘어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이 실물경제의 저탄소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후금융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790조 확대…지방 50%·중소기업 70% 배분 명문화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 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상향했다. 기존 2030년 40% 감축 목표를 전제로 설계된 420조원 계획으로는 강화된 감축 경로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후금융 공급 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총 790조원을 투입한다. 특히 신규 공급 재원의 50% 이상을 지방에,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배분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공급 주체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다. 고위험·장기 성격의 전환 프로젝트에 공공이 선제적으로 참여해 민간 자본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ESG 분야 특성상 단기간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금융이 모험자본 성격의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겠다 고 밝혔다. 단순 확대가 아니라 배분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전환금융 도입…감축 전제 지원 체계 마련
전환금융은 철강·시멘트·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의 설비 전환과 연료 전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자금이다. 녹색금융이 ‘친환경 사업’ 자체에 초점을 둔다면, 전환금융은 감축을 전제로 한 고탄소 기업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 제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환금융으로 인정받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K-Taxonomy와의 연계다. 녹색금융 인정 기준 중 활동기준을 충족하고, 나머지 요건을 5년 또는 만기 내 충족할 수 있는 경우 전환금융으로 인정한다. 다른 하나는 업종별 탄소감축 이행 로드맵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다. 정부나 국제기구가 제시한 과학기반 감축 목표를 따르거나, 이에 부합하는 전환 계획을 수립한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
사후관리 장치도 포함됐다. 전환금융을 집행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자금이 실제 전환 목적에 사용됐는지, 기업의 감축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되는지를 사후 점검해야 한다. 감축 이행이 미흡할 경우 해당 자금을 일반 금융으로 전환하거나, 금리 인하·보증료 감면 등 우대 조건을 축소·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에는 ‘탄소고착 리스크’ 조항도 담겼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화석연료 의존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전환금융 지원 대상 판별에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고탄소 산업을 배제하기보다, 감축 조건을 전제로 관리 가능한 전환 범위 안에서 지원하겠다는 설계다.
웹포털·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사전 판단과 사후 관리 분리
지원 대상 선별과 사후 관리를 뒷받침할 정보 인프라도 함께 추진된다. 금융위는 ▲기후금융 웹포털 ▲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 ▲ESG 공시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자금 집행 전·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기후금융 웹포털은 자금 집행 이전 단계의 적합성 판단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금융기관이 산업분류코드(KSIC)와 프로젝트 정보를 입력하면 K-Taxonomy 기준에 따라 녹색금융·전환금융 해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업의 탄소배출량, 녹색인증 현황 등 관련 데이터를 통합 제공해 금융사별로 달랐던 판단 기준을 표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2026년 4월 1단계 서비스를 시작하고, 8월 2단계 서비스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금융배출량 플랫폼은 자금 집행 이후 금융기관 포트폴리오의 탄소 노출을 관리하는 인프라다. 금융기관이 대출·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발하는 배출량을 탄소회계금융연합체(PCAF) 기준에 따라 측정한다. 기업대출·주식·채권 등 주요 자산군에 대해 Scope1·2·3을 포함해 산출하며, 실측 데이터가 없는 비상장·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정치를 제공한다. 2026년 2월 10개 지주 약 50여 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1차 개통됐으며, 하반기부터 자산군을 확대한다.
아울러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는 ESG 공시를 통해 기업 배출 데이터가 축적되면, 해당 정보는 웹포털의 적합성 판단과 금융배출량 산출에 활용된다. 공시, 데이터, 금융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는 셈이다.
향후 일정…전환금융 WG 가동, 업종별 로드맵 연계
금융위는 2026년 상반기부터 전환금융 워킹그룹(WG)을 가동한다. 금융위·산업부·기후 관련 부처·금융감독원·정책금융기관·산업계·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주요 다배출 업종의 탄소감축 이행 로드맵과 전환금융 가이드라인 간 정합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업종별 감축 경로를 구체화한 뒤 전환금융 인정 기준에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기후금융 공급 실적은 분기별로 점검한다. 지방 50% 이상, 중소·중견기업 70% 이상 배분 목표 이행 여부도 함께 관리한다. ESG 공시 로드맵은 3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4월 중 확정·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