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망발 악 방관하는 유럽, 우리가 대신 지켜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일인 14일(현지시간)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있는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의 강제수용소 사이를 걷는 연례 생명의 행진 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2026. 4. 14 오시비엥침 AP 연합뉴스
이란에 고강도 공습을 벌여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욤 하쇼아 (홀로코스트 추모일)인 14일(현지시간)을 맞아 유럽이 야만주의로부터 문명을 수호할 책임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대신 유럽을 지켜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란을 절대 악 으로 규정하고 이란의 핵시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비유하면서 이번 전쟁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호르무즈를 봉쇄하는 등 전 세계 경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그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타락한 세력으로부터 유럽 문명을 대신 지켜주기 위해 자신이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망발을 늘어놓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리 녹화한 홀로코스트 추모일 연설을 통해 오늘날 유럽은 깊은 도덕적 취약성에 시달리고 있다.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야만주의로부터 문명을 수호해야 할 책임을 잃어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홀로코스트 이후 너무나 많은 것을 잊어버린 유럽을 이스라엘이 대신해 지키고 있다 고 한 술 더 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유럽은 우리에게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선과 악 사이의 분명한 도덕적 구분이라는 핵심 교훈을 배워야 한다 며 진실의 순간에는 삶과 선을 위해 기꺼이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이런 책임을 절대 잊지 않는다면서 미국을 비롯해 향후 역사가 기록할 동맹국들과 함께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동시에 전 세계를 지키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년간 미국과 두 차례의 합동 작전을 통해 이란의 사악한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고 자평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이란의 핵, 미사일 및 기타 군사 시설에 조처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파르친이라는 이름은 아우슈비츠, 트레블린카, 마이다네크, 소비보르처럼 영원한 공포로 기억되었을 것 이라고도 했다. 이어 우리는 행동했고, 트럼프 대통령 및 미국과의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완수했다 며 이번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할 것이며, 미래 세대가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행동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네타냐후의 발언은 메나헴 베긴 전 총리의 연설과 놀랍게도 닮아 있다.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핵 원자로에 대한 공격이 왜 필요했는지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하며 이렇게 마무리 발언을 한다.
더 나중은 어쩌면 영원히 너무 늦으니, 우리는 더 나중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선택합니다. 우리가 두세 해, 기껏해야 네 해 동안 빈둥거리며 서 있으면 사담 후세인이 폭탄 두서너 개를 생산할 법합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와 국민은 유대인 대학살을 따라 아마 쓰러져 가 버릴 것입니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다른 유대인 대학살이 일어날 것입니다. 다시 그리하지 않겠어요, 다시는요! 그러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지 친구에게, 우리는 우리의 처분에서 기어이 우리 국민을 지키리라고 말해 주십시오. 우리는 적국이 우리를 거스르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대로 결코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
베긴 전 총리는 별도의 TV 인터뷰를 통해 이 공격은 이스라엘의 모든 미래 정부의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모든 미래 총리는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방법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라고 더욱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폴란드 오시비엥침에 있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이날 생명의 행진 으로 불리는 추모 행사가 열렸다. 생존자들과 함께 많은 젊은이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두른 채 80년 전에 죽음의 수용소로 이용됐던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 수용소 터를 오가는 행진을 벌였다. 그리고 무고한 이들을 태우고 열차가 지나갔던 철로 위를 거닐었고, 수용소 담장 주변을 돌며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렸다.
사실 유대인들만 당한 건 아니었다. 폴란드의 경우, 나치와 러시아에 협공을 당해 많은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빼앗겼다. 나치에 부역한 일부 폴란드인들은 유대인 뿐만 아니라 부랑자(집시), 장애인, 공산주의자들을 도륙하는 데 가담했다. 나치가 학살한 약 600만명 중 절반 정도가 폴란드계 유대인이었고, 나머지는 이렇게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는 데 혼란을 이용했다. 소비에트에 협력하는 이들도 반대 쪽 사람들을 학살하는 데 힘을 보탰다.
폴란드 극우 자유독립연맹(KWiN) 소속 콘라트 베르코비치 의원이 1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 도중 나치 상징 하켄크로이츠(Hakenkreuz)가 유대인 상징인 다윗의 별 대신 들어간 이스라엘 국기를 펼쳐 보이며 이스라엘 국기는 정확히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고 말하고 있다. 2026. 4. 14 바르샤바 EPA 연합뉴스
이렇게 유대인 학살의 아픔을 공유하는 폴란드 의회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자유독립연맹(KWiN) 소속 콘라트 베르코비치 의원은 이날 의회 연설 도중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 대신 나치 상징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를 그려 넣은 이스라엘 국기를 의원들에게 내보이며 이스라엘은 새로운 제3제국이다. 이스라엘 국기는 정확히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숨진 어린이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사망한 어린이보다 몇 배 많다 며 이스라엘이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중동 지역에서 국제법에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워지미에시 차자스티 의장은 곧바로 연설을 중단시킨 뒤 의회에서 나치 상징을 사용한 데 대한 징계 결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이스라엘 군의 잔혹한 행동을 비판한다지만 의회 연설이란 공개 행사에서 나치 상징을 쓴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당은 연설 내용을 검찰에 보내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에서는 물론, 폴란드 형법에도 나치 상징물 사용은 최대 징역 3년형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자유독립연맹은 폴란드 민족주의를 앞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다. 이 정당의 공동대표이자 폴란드 대표 극우 인사인 스와보미르 멘트젠은 소셜미디어에 베르코비치 의원의 연설 영상을 올리고 이스라엘은 새로운 제3제국! 이라고 적어 응원했다.
폴란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X에 아우슈비츠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행진하는 오늘, 비열한 반유대 행위가 벌어져 특히 충격적 이라며 폴란드 당국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스라엘 국민, 전쟁 피로 느끼면서도 전쟁 목표 달성 미흡
한편 이스라엘 국민 다수는 네타냐후 정권이 이란 정권 붕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며 환멸과 불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란과의 휴전에는 반대하는 이중적인 면도 보였다.
NYT는 지난 9~10일 이스라엘 국민 1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히브리대 아감랩 여론조사 결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실패’로 보는 이들이 ‘성공’으로 보는 이들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헤즈볼라의 무력과 위협이 현저하게 약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양측 간 일시 휴전 합의는 이란이 미국에 양보한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약 70%에 달했다. 응답자의 약 80%는 미·이란 간 종전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작거나 불가능하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스라엘 안보에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 국민 다수는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며 환멸과 불신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미트빔의 님로드 고렌 소장은 많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이 모든 건 2023년 10월부터 이어진 기나긴 전쟁과 같다”며 국민은 전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NYT에 말했다.
그럼에도 휴전을 지지하는 여론은 높지 않다. 휴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5%에 그쳤고, 약 3분의 2는 반대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9.5%에 달했다. 전날 발표된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휴전을 지지한다고 한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쟁 성과에 대한 낮은 평가와 휴전 반대 여론이 공존하는 현상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높은 전쟁 목표를 공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것을 약속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며 지금의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현실을 자신이 약속했던 천국으로 포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아감랩 조사 결과 총리 지지율은 약 34%로, 전쟁 초기 약 40% 수준에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