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짙어지는 두려움 [칼럼] 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혁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살고 있다. 필자도 최근 챗지피티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시어(詩語)를 주고 짧은 시와 긴 시를 만들어보라고 한 뒤 내가 쓴 시와 비교하거나 각각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만든 시를 비교분석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 필요한 정보나 사실을 파악하는 데도 종종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교수나 주식투자자, 주식 분석가, 교사, 프로 바둑기사 등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생성형 AI를 비롯한 각종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술혁명인가 생산 혁명인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AI 대전환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이것은 가장 큰 국민적이자 역사적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반도체 산업은 한국인의 현재와 미래를 먹여 살리는 일등 먹거리로서 굳건하게 똬리를 틀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인공지능)는 기술혁명이 아니라 생산 혁명으로, AI 시대의 국력은 기술력이 아닌 생산체계를 조직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인터넷이 정보의 혁명이었다면 AI는 생산의 혁명으로, AI 경쟁은 알고리즘 경쟁을 넘어 생산 능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6.2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경제학 박사인 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 혁명을 생산에 방점을 두어 말했지만 흔쾌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특히 인공지능은 기술혁명이 아니라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생산은 결과이고 그 원천은 기술에 있기 때문이다. 즉, 기술혁명이 없으면 생산 혁명은 결코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기술혁명을 기반으로 한 생산 혁명이라고 해야 적확하다. 인공지능 혁명은 인류의 삶과 인류문명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혁명이라고 본다. AI 시대의 국력은 김 실장의 말과 달리 생산체계를 조직하는 능력보다 뛰어난 기술력의 선점이 될 것이다.
반도체 제조에는 많은 첨단기술이 쓰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ASML이라는 기업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첨단 칩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노광(리소그래피)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이다. ASML은 지름 30cm 웨이퍼에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를 집적하는 데 필요한 정밀도로 칩에 트랜지스터를 새길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비를 만든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ASML의 장비를 구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쥐고 찾아가 줄을 설 정도로 힘이 막강해 ‘슈퍼을’로 불린다. 한국의 한미반도체와 HPSP 등의 반도체 소부장업체들도 세계적인 독보적 기술을 바탕으로 주가를 올리는 대표적 기술 기반 중견기업이다.
인류사회에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네 차례 산업혁명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산업에서 이처럼 기술은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장 이윤을 극대화할 수는 있으나 영속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신기술에 뒤처지게 되면 외려 거대한 생산 공장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우리가 알고 있고 또 경험하고 있는 모든 산업혁명은 신기술의 등장과 기술 발전을 토대로 이루어진 대변혁이다. 이는 네 차례의 산업혁명 역사에서 잘 알 수 있다.
문명학자와 과학기술사학자들은 인류의 역사가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에 따라 지난 2백여 년 동안 크게 네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며 진화해왔다고 진단한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까지의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석탄을 핵심 동력으로 한 기계화로 영국에서 시작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석유 내연기관을 동력으로 해 미국과 독일 주도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이루어진 대량생산의 시대였다. 디지털 혁명, 정보화 사회 등으로도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를 동력으로 한 정보통신 디지털 기술이 1970년대부터 사회 전반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1세기 초반부터 시작해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초융합의 시대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공학,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핵심기술이 어우러져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화된 시스템이 산업과 생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들 각 산업혁명은 단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쳐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를 통제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등장과 확산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와 일자리, 부의 창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내달리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과 부의 창출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모든 사건과 만물에는 음과 양의 요소가 있듯이 인공지능 혁명에도 분명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열광할수록 그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톺아보고 성찰하여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슬기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은 신도 아니고 만능도 아니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의 요소가 모두 있어서 가짜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돈을 벌려는 이들 또한 우리 주위에 적지 않다. 인공지능은 인터넷을 비롯해 수집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해 정보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를 재생산하거나 가짜뉴스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알고리즘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히 확률적 패턴에 따라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허위 사실을 포함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에게 인공지능은 군침 흐르는 무기이다.
둘째, 인간은 통제가 어려운 존재다. 다시 말해 이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종종 공상과학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자율주행 자동차, 군사용 드론, 금융 거래 알고리즘 등은 예기치 못한 오류나 윤리적 판단의 부재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문제를 많이 풀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훈련된 어느 인공지능 모델은 그만”이라는 명령 이후에도 계속 문제를 풀었다. 심지어는 프로그램 코드를 스스로 조작해 명령을 회피했다. 이는 인공지능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인간의 통제력이 약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라지는 일자리, 상상을 벗어난 개인정보 유출
셋째,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은 일자리 감소이다. 인공지능의 확산과 휴머노이드 등장으로 잠자고 먹지도 않으며 파업도 하지 않는, 사업주로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일꾼이 등장해 노동자를 대체함으로써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염려는 결코 괜한 것이 아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인공지능의 산물들이 인간 사회 곳곳에 자리 잡으면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산업혁명의 역사에서 인간은 늘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해왔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분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2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전 세계 45개국 364개 팀 28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로보컵 2016 인천 에서 휴머노이드 산업자동화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2026.7.2 연합뉴스
넷째, 개인정보 유출은 이미 많은 사람이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는 사건이다. 인공지능 사회와 아직 공존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는 몇몇 개인이 아니라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회적 혼란을 심각하게 경험했다. 인공지능은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게 된다. 이때 데이터 관리가 부실하거나 보안이 취약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얼굴 인식 기술이나 음성 비서 서비스 등은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서 기술 오용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개인정보 유출은 디지털 사회에서 일어난 규모보다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늦지 않도록 법·제도·교육을 서둘러 챙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고력 저하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중독, 특히 스마트폰 중독이 개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가족의 전화번호도 잘 외우지 못하고 주소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치매나 건망증 때문이 아니다. 모든 것을 휴대전화에 저장해두고 숫자나 이름을 쳐서 전화를 걸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사람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당연히 사고력 저하를 염려할 수 있다. AI가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는 학습 능력과 비판적 사고, 창의성 저하로 이어진다.
국가는, 정부는, 사회는 인공지능 혁명에 박수갈채만 보내고 있으면 안 된다. 주식 시장이 불타오르고 수출이 대박이 났다고 ‘지화자’를 부르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뇌와 몸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법·제도와 교육을 챙기고, 슬기로운 인공지능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늦지 않게.안종주 진단 jjahnpa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