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그늘이 되어 서로 품어주는 다정함 그느르다 [사람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 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그느르다
그림 속, 싱그러운 빛으로 가득한 숲속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넓은 가지를 뻗어 온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고운 한복을 입으신 어르신이 어린아이와 함께 작은 나무를 정성스레 심으며 보듬어주고 있네요. 그 옆에서는 구순한 식구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함께 책을 읽고 있고, 시내를 따라 청년들이 환경을 깨끗하게 돌보며 발걸음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람쥐와 토끼, 사슴 같은 숲속 생명들이 안심하고 어우러진 이 맑고 평화로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아늑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따스해집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주고 보듬어주는 그느르다
환경의 날을 맞아 나라 곳곳에서 냇가를 깨끗이 치우고, 바닷가 쓰레기를 줍고, 푸른 나무를 심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와 플라스틱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가 커지면서 자연을 단순히 쓰고 버릴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요. 환경의 날은 자연으로부터 무엇을 얻을지만 생각하던 버릇을 내려놓고, 우리가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만히 돌아보는 날입니다. 오늘 이 뜻깊은 날에 우리가 마음 깊이 새겨볼 토박이말은 그느르다 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돌보고 보살펴 주다 , 그리고 흠이나 잘못을 덮어 주다 라고 뜻풀이합니다. 저는 이를 따뜻한 마음으로 살펴 주고 보듬어 주다 라고 쉽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말의 말밑(어원)을 찾아가면 그늘우다 라는 말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힘들고 지칠 때 찾아가는 그늘 , 즉 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 을 뜻하는 그 고운 그늘 과 끈끈하게 이어져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지요. 햇볕이 뜨거운 날 그림 속 거대한 나무 그늘이 사람들과 동물들을 시원하게 지켜주듯, 누군가에게 기꺼이 아늑한 그늘이 되어주는 마음이 바로 그느르다 입니다.
아픈 나를 먼저 그느르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그늘이 되어주기
환경을 지키는 일은 대단한 부르짖음에 있지 않습니다. 아픈 아이를 정성껏 돌보듯, 기운이 옅어진 어른을 조심스레 모시듯, 숲과 내와 바다를 마주하는 일이지요. 우리가 자연 없이 살 수 없듯이, 자연 또한 사람들의 다정한 관심과 실천이라는 그늘이 있을 때 비로소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사라져가는 동식물을 그느르는 마음만큼, 우리 삶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는 아름다운 토박이말도 함께 그느르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멸종위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모으듯, 쓰임이 줄어드는 우리말에도 조금 더 눈길을 주고 말과 글에 올려 준다면, 그 말들도 다시 우리 숨결 속에서 파릇하게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세상의 거친 바람에 흔들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마음의 흠결이나 실수를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느르다 에는 허물을 따뜻하게 덮어준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남들의 눈치나 조급함에 나를 내던지지 말고, 그림 속 부드러운 흙을 도닥이듯 내 지친 몸과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그늘러 주세요. 내가 먼저 단단한 그늘을 가질 때, 비로소 주위의 푸른 자연도, 사랑하는 이웃도 더 깊이 보듬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마음 나누기]
그림 속 큰 나무가 아늑한 그늘을 내어주듯, 최근 여러분이 자연을 위해 혹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내어 그늘러 주었던 작은 실천은 무엇이었나요?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챙긴 일 이나 지친 친구의 작은 실수를 가만히 덮어준 일 등 여러분의 다정한 이야기를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따뜻한 온기가 모여 지구와 우리말의 미래를 푸르게 살리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한 줄 생각]
자연을 그느르는 마음이 푸른 지구를 살리듯, 토박이말을 그느르는 마음이 우리 말의 미래를 살립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그느르다
뜻: 돌보고 보살펴 주다.
보기: 선배는 처음 입사해 서툰 후배를 윗사람으로서 따뜻하게 그늘러 주었다.
[토박이말 길잡이] 결지기 이창수
이창수 시민기자 maljig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