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의 밸류업 인사이트] 상법 코스피 5,000 시대의 조건, 밸류업 트라이앵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싸고 ‘오천피(코스피 5,000)’라는 기대감이 뜨겁다. 기업 실적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환경 덕분에 코스피 5,000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지수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그 상승이 얼마나 견고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과거 한국 증시는 대외 변수와 정책 기대에 따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왔다. 특정 산업의 호황이나 일시적 유동성으로 형성된 고점은 구조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필자는 코스피 5,000을 단기 목표치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이 바뀌었음을 입증하는 결과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필요한 구조적 요건을 설명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자본시장 밸류업 트라이앵글’이라는 분석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본시장 밸류업 트라이앵글
첫 번째 축: 정부 – 제도 설계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밸류업 트라이앵글의 첫 번째 축은 자본시장의 기본 규칙을 설계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다만 핵심은 새로운 법과 정책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도입 이후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도록 관리되는가에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기주식 소각 원칙 및 합병비율 공정화,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집행, 기업지배구조 코드 마련 및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의 정비 방향은 모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적 토대를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은 그 자체로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형식적 준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점검하는 구조가 함께 설계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쉽게 사문화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과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직접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공시, 평가, 비교 가능성, 그리고 시장의 압력을 작동시키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유지될 때, 시장은 비로소 이를 신뢰의 기반으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 축: 기업 – 지배구조는 규제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두 번째 축은 변화의 실제 주체인 기업이다.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외부에서 강제되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가치를 방어하고 확장하기 위한 내부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이사회에 있다. 이사회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진을 감독하고,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해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기업 의사결정의 질은 높아진다. 이는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 배분, 투자 결정, 위험 관리의 합리성을 높이는 실질적 경영 인프라다.
밸류업 공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단순히 주주환원 수치를 나열하는 절차가 아니라, 기업이 자본비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설명하는 과정이다. 투명한 공시와 지속적인 소통은 단기 주가를 넘어 장기 신뢰를 축적하는 핵심 수단이다.
세 번째 축: 투자자 – 감시가 아니라 책임 있는 관여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축은 자본을 위임받아 운용하는 투자자, 특히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는 단기 성과 압박이 아니라, 장기 수익과 시장의 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책임 있는 관여에 있다.
투자자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공시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경우 대화를 통해 변화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립적 행동주의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장기 자금의 인게이지먼트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지속 가능한 전략 수립을 유도하는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밸류업 노력을 성실히 이행하는 기업에 자본이 선별적으로 배분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개선 압력이 작동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때 자본시장의 선순환은 현실이 된다.
결언: 조건이 갖춰질 때 시장은 응답한다
코스피 5,000은 목표이기 이전에 결과다. 정부의 제도 설계와 관리, 기업의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 투자자의 책임 있는 관여라는 ‘밸류업 트라이앵글’이 함께 작동할 때만 유지 가능한 결과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가 관찰된다. 코스피 5,000이 일시적 기대에 그칠지,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숫자에 앞서 체질을 바꾸는 일, 그것이 한국 자본시장이 진정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다.
☞문성 변호사는
문성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율촌의 파트너 변호사로, 기업지배구조 및 ESG 투자 관련 업무를 주된 분야로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사법연수원 제38기를 수료한 뒤 미래에셋자산운용, KDB대우증권, CJ주식회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거쳐 2022년 율촌에 합류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대기업, 연기금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며 기업지배구조, 규제 대응, 컴플라이언스, M&A, 전사적 위기관리 등 기업 법무 전반을 경험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주주권행사팀장을 역임하며 국내외 상장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주주권 행사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등 다수의 공공·금융기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