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에탄올 컨테이너선 첫 출항…해운 탈탄소 시장 노린다 [환경]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부족한 재생가능 선박 연료를 보완할 대안으로 브라질산 바이오에탄올이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용 연료에 집중해온 브라질 바이오연료 산업이 연간 약 2억5000만톤의 연료를 소비하는 글로벌 해운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의 컨테이너선 ‘CMA CGM 아이언’이 14일(현지시각) 브라질 산토스항에서 브라질산 에탄올을 공급받고 아시아로 출항했다고 전했다. 브라질산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이 현지 항만에서 운항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삼호가 건조한 아이언호는 메탄올과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선박이다. 이번 항해에서는 에탄올을 연료로 적용해 운항 가능성을 시험한다. 선박은 스리랑카와 싱가포르를 거쳐 중국으로 향한다. 에탄올 공급과 급유 작업은 브라질 설탕·에탄올 기업 코페르수카르(Copersucar)가 맡았다. 코페르수카르는 이번 운항을 계기로 선박용 에탄올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CMA CGM
5년 새 14배 뛴 친환경선 시장…에탄올, 새로운 대안 부상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에탄올 생산국이다.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에 따르면 지난 3월 끝난 수확연도 생산량은 370억리터에 달했다. 사탕수수가 주원료지만 최근에는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에탄올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자라는 과정에서 탄소를 흡수한다. 생산과 운송, 연소를 포함한 전과정 평가(LCA)에서는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에탄올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유통망이 이미 구축돼 있다. 기존 액체연료의 저장·운송 인프라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수소와 암모니아보다 앞선 요소다. 다만 저장 탱크 재질과 수분 관리, 급유 안전기준에 맞춘 설비 보완은 필요하다.
향후 형성될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해운협의회(WSC)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재생가능 연료나 저탄소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은 운항 중인 선박 440척과 발주 중인 선박 764척을 합해 총 1204척이다. 5년 전 83척과 비교하면 14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 옥수수 에탄올 생산업체 두 곳의 이사를 맡고 있는 나르시소 베르톨디는 해운업계가 연간 사용하는 연료 약 2억5000만톤 가운데 10%만 에탄올로 대체해도 약 320억리터의 수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브라질의 연간 에탄올 생산량인 370억리터에 육박한다.
CMA CGM은 2031년까지 재생가능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을 약 20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Vale)도 지난 4월 중국 산둥해운과 에탄올 추진 과이바막스(Guaibamax) 선박 도입을 위한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선박은 중국에서 건조돼 2029년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관건은 국제 탄소 기준…EU 규제도 변수
다만, 에탄올의 본격적인 상용화 여부는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눈앞으로 다가온 국제 환경 규제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 4월 선박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기준을 초과한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넷제로 프레임워크’ 초안을 승인했다. 공식 채택은 회원국 간 이견으로 연기됐으며, IMO는 오는 12월 4일 특별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연료의 연소 단계뿐 아니라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전과정 기준으로 평가한다. 브라질산 에탄올이 국제 기준에서 얼마나 낮은 탄소집약도를 인정받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
유럽연합(EU)의 바이오연료 규제도 변수다. EU는 식량·사료 작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가 재생에너지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토지 이용 변화 위험과 온실가스 감축률, 원료 추적 등 지속가능성 기준도 적용한다.
브라질산 사탕수수·옥수수 에탄올이 IMO 체계에서 저탄소 연료로 인정받더라도 유럽 해운 규제와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을지는 별도의 문제다. 원료와 생산방식에 따라 인정되는 감축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박 연료 공급 기업인 벙커원(Bunker One) 라틴아메리카 지사의 필리페 페르난데스 영업이사는 연료를 시험하는 것과 그 연료를 중심으로 시장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