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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넷플릭스 참교육 보며 통쾌해 하다가 씁쓸한 이유

넷플릭스 참교육 보며 통쾌해 하다가 씁쓸한 이유
[교육]
지난 5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10부작 드라마 참교육 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같은 제목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공식 비영어권 1위, 전체 3위에 올랐으며, 공개 4일 차에는 27개국 1위를 석권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흥행 돌풍으로 연결되고 있다. 드라마의 뼈대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교권이 철저히 무너진 대한민국, 교육 현장을 지키고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초법적인 교권보호국 이 창설된다. 그리고 이 기관 소속 인물들이 교권을 짓밟는 무개념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가차 없는 참교육(응징) 을 시전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교권 추락, 악성 민원, 일부 학생들의 도를 넘은 일탈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드라마의 설정은 현실의 문제의식과 강하게 맞닿아 있다. 현실의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이른바 사이다 같은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이 대중을 열광케 한 가장 큰 동력일 것이다.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 시청자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긴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과거 촉법소년 문제를 정조준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과 궤를 같이한다. 이처럼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을 강경하고 거친 방법을 통해 만족시켜주는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폭발적으로 흥행하는 현상은, 작금의 한국 사회에 팽배한 답답함과 엄벌주의에 대한 열망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세부적인 결은 다르지만 두 작품이 건드리는 핵심은 수용자의 대리만족 이며, 그 수단은 엄벌주의나 동태 복수법 에 가까운 폭력적 강경 대응이다. 『소년심판』의 심은석 판사가 소년범들을 향해 내뱉는 서늘한 일갈, 『참교육』의 교권보호국이 교권 침해자들에게 가하는 물리적·정신적 보복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넷플릭스 코리아 앞에서 학생 인권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교권 침해라는 복합적 사회문제를 평면적인 권선징악 구도로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며 참교육  제작 중단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20년 대전 렌터카 사망 사건과 2021년 인천 동급생 집단 폭행 사건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들끓었고,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최근 발생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중단 사태 등으로 교권 보호가 사회 전면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는 더디기만 하니, 국민의 답답함이 극에 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국법제연구원의 2021년 국민법의식조사 에 따르면 국민의 80~90%가 처벌 수위가 약하다 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사회적 빌런 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지난 2023년 10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10.21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결국 비이성 에 비이성 으로 맞불을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방법을 다루고 제시하는 작품들이 사회적 주류로 대접받는 현상은, 자칫 대중의 비이성적 열망을 정당화하고 엄벌주의를 맹신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문화산업이 현대 사회의 대중 심리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문화에 대한 규제나 통제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창작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은 문제를 곪게 만들 뿐이며, 더 큰 사회적 반동을 부를 여지가 다분하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중이 왜 이토록 극단적인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분석하고, 그 이면의 갈증을 토대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담론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되려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친다면 자극적인 상업물은 비판적 사유를 돕는 하나의 예술 로 구제될 수 있다. 독일의 비판이론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에 따르면 주체의 행위는 우선적으로 존재하는 객관(현실)에 대한 모사, 즉 미메시스(Mimesis)에서 비롯된다. 드라마와 같은 문화 창작 역시 현실을 모방하는 미메시스적 행위다. 그러나 작품을 그저 현실의 복제 로만 재단한다면, 작품은 객관에 갇혀버리고 만다. 여기서 벤야민은 주체의 의도(작가의 기획)와 무관하게 작품 자체에 스며드는 고유한 의미, 이른바 비의도성 에 주목했다. 창작자의 의도를 넘어 작품 심층에 담긴 이 비의도성을 포착해 낼 때,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말한 비판적 이성의 진리내용 으로 고양될 수 있다. 풍경화를 떠올려보자. 한 화가가 바다 위 붉게 타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만약 우리가 화가의 의도대로 그 그림을 태양의 모사 로만 소비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기법이 쓰였어도 그 그림은 현실의 태양을 좁은 캔버스에 복제해 둔 장식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완성된 풍경화에는 화가가 미처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태양을 둘러싼 먹구름의 형태, 거칠게 출렁이는 파도, 쓸쓸한 해변의 질감 등 객관(자연) 그 자체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관람객이 화가의 단순한 의도를 넘어 그림 속에 담긴 이 비의도적 현실의 총체를 포착할 때, 그림은 비로소 하나의 진리가 된다. 객관을 모방하는 행위 속에서 의도되지 않은 것 을 읽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이성의 역할이다. 참교육 이나 소년심판 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이와 같아야 한다. 이 드라마들이 자본의 논리(문화산업) 속에서 사이다 결말 과 보복 에 대한 대중의 말초적 열망을 자극해 돈을 벌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상업적 의도를 역이용해야 한다. 왜 대중은 비이성적 폭력에 열광하게 되었는가? 촉법소년의 영악함이나 무개념 학부모의 진상 짓이라는 자극 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왜 저 아이들은 괴물이 되었는가 , 학교의 규율은 어쩌다 이토록 무참히 붕괴했는가 , 나아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규율 이란 대체 누구를 위한 폭력이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시청자가 드라마의 자극적인 껍데기 아래 숨겨진 시대의 상흔을 읽어낼 때, 비이성의 산물인 오락물은 비로소 이성적 논의의 훌륭한 텍스트로 구제된다. 비이성이 또 다른 비이성을 낳고, 자본과 상업, 그 근본인 상품이 이를 부추기는 시대. 우리 사회와 문화 역시 이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부자유를 명확히 인식하고 직면할 때 비로소 자유의 토대가 마련되듯, 지금의 문화적 현상 역시 일종의 기회다. 소년심판 과 참교육 의 연이은 흥행은 엄벌주의를 갈망하는 병든 사회의 민낯을 고발하는 동시에, 대중의 분노를 돈거리로 삼는 문화산업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 현상에 긴장하고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에 침잠하여 방향이 정해져있는 의도가 아닌 그 이상의  현실의 틈새 를 포착해 낸다면, 우리는 그 비이성의 선전물을 충분한 이성의 계기로 재구성할 수 있다. 참교육  열풍을 단순한 비관이나 얄팍한 카타르시스로 끝맺을 것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성찰의 땔감으로 쓸 것인가. 그 선택은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이승규 시민기자 seungkyu0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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