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충격파 코스피 사상 최대 급락…금융시장 불안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코스피가 4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12% 폭락해 5,100선마저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 낙폭과 하락률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공포지수’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올해 주가 상승률 글로벌 1위였던 코스피는 하락률도 가장 높다. 이스라엘·미국과 이란 전쟁은 원화 가치를 폭락시키고 안전자산인 채권과 금 가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벨류에이션의 펀더멘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이틀 간의 폭락으로 인해 벨류에이션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금 구간에선 패닉셀링은 절대 금물이다.
9.11테러 직후를 능가하는 코스피 낙폭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무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역대 가장 컸다. 직전 역대 1위는 9.11 테러 발생 다음날인 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다.
코스피 낙폭 역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날 코스피는 중동 긴장 고조에 452.22포인트 내려 역대 최대로 내렸으나 하루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틀 사이 낙폭은 1,150.59포인트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5887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97억원, 2376억원 순매수했다.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팔았는데, 이날은 장 후반 사자 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조 1천122억원 사자 를 나타냈다.
한편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조 2026억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 1751억원, 250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 코스닥 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한국거래소
국내 증시는 그간 주요국 증시 대비 오름폭이 컸던 데 따른 고점 부담이 누적된 상태인 데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유가 급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해군 호위 조치를 내놓았지만, 악화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장중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 서킷브레이커 발동 사례, 자료 : 한국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종목 등락률을 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위권 대형주가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11.74% 폭락한 17만 2200원에 장을 마쳤으며, SK하이닉스도 9.58% 급락해 84만 9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15.80%), 기아(-14.04%), LG에너지솔루션(-11.58%), 삼성바이오로직스(-9.82%), HD현대중공업(-13.39%) 등도 맥없이 급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25개 종목 중 98%에 해당하는 905개 종목이 내렸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18.41%), 에코프로비엠(-16.99%), 알테오젠(-13.32%), 삼천당제약(-14.46%), 레인보우로보틱스(-16.19%) 등 대다수 종목이 줄줄이 급락했다.
업종별로도 건설(-14.61%), 운송장비(-14.51%), 전기전자(-11.45%), 제약(-11.36%), 통신(-11.05%) 등 모든 업종이 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8조 68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직전 사상 최대치는 지난달 27일 기록한 54조 9390억원이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6조 4880억원이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와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총 48조 5810억원이다.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이다. 2026.3.4. 연합뉴스
올해 상승률 세계 1위 코스피, 떨어질 때도 화끈하게 떨어져
한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해온 한국 증시가 중동 사태 여파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틀간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양 시장에서 모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 가 잇달아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는 48.17% 상승하며 세계 대표 지수 중 상승률 1위를 나타냈다. 2위 역시 코스닥 28.88%이었다.
코스피 상승률은 3위인 대만(22.2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압도적인 수치다.
일본(16.91%). 중국 선전종합(9.19%), 중국 상하이종합(5.04%),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0.49%), 미국 나스닥(-2.47%), 홍콩 항셍(-0.61%)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상승세는 어마어마했다.
지난해에도 코스피는 75.63% 올라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큰 폭으로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중동 사태로 인해 갑자기 예기치 못한 찬물을 뒤집어썼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일 코스피는 7.24%, 코스닥은 4.62% 각각 급락했다. 하락률로 전 세계 1위와 3위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3대 주가지수 등락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0.9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83%, 나스닥종합지수 -1.02%였다.
이날에는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은 역대 가장 컸다. 직전 역대 1위는 미국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 기록한 12.02%다.
코스닥은 14.00% 내리면서 978.44에 장을 마쳤다.
오후 3시 50분 현재 코스닥과 코스피가 세계주가지수 하락률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4.35%), 일본(-3.61%), 홍콩 항셍(-2.47%) 등 여타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의 낙폭이 유독 두드러진다.
국내외 주요 증시 하락률, 자료 : 연합인포맥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중동 사태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간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고점 부담과 함께 높은 원유 의존도, 수출 중심 산업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 주도 업종으로 분류되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관련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항공주와 석유화학 업종은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원재료비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수혜주로 여겨졌던 방산, 해운, 정유 등도 전방위적인 투매에 이날 장중 하락 전환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한국, 일본 등 유가 수입 비중이 큰 신흥국 증시는 원유를 수출하는 미국보다 취약하다”며 반도체도 약했으나 자동차, 운송, 소재, 증권, 건설 등 경기 민감 산업들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국내 증시만 이렇게 폭락을 맞은 것은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급등한 데 따른 빠른 주가 되돌림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이란이 핵심적인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며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3일 경기도 성남시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에서 유조차들이 오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동 원유 도입이 전체 70%에 달하고,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을 정도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6.3.3. 연합뉴스
중동발 직격탄에 환율은 치솟고, 채권과 금값은 내려가
주식시장 뿐 아니라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등도 혼란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이었다. 종가 기준 올해 1월 20일(1,478.1원) 이후 43일 만에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규모 순매도한 영향으로 13.9원 올랐고, 전날엔 중동 사태 발발 충격에 26.4원 뛰었다. 전날 야간거래에선 거래가 많지 않아 변동성이 큰 가운데 1,500원을 넘기도 했다.
이날 환율은 12.9원 오른 1,479.0원으로 출발해 오전 한때 1,484.2원까지 치솟았다. 오후에 상승폭을 줄여 1,470원대에서 마감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달러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이 크게 뛰었던 지난해 12월 24일(1,48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환율 급등과 관련해 대외적인 충격 변수가 빨리 안정을 찾으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외환보유고가 4천억달러를 넘는 수준이고, 민간까지 합하면 1조달러가 넘는 외화자산을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 를 열고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우리나라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연합인포맥스, 서울 외환시장
채권금리도 뛰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22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632%로 3.8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5.3bp, 2.8bp씩 올라 연 3.477%, 연 3.001%에 마감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잃은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이날은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99.99_1kg)는 이날 2.44% 내린 1g당 24만 3110원으로 장을 마쳤다.
1g당 24만 4370원으로 출발한 금 시세는 한때 3.22% 내린 1g당 24만 117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간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187.9달러(3.5%) 급락한 온스당 5,123.7달러로 마감했다.
금 선물 가격은 장 중 한때 온스당 5,005달러까지 내리며 5,00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여파에 귀금속이 크게 하락했다”면서 1월 30일 대폭락을 겪은 이후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하면서 귀금속은 위험회피 재료보다는 통화정책 기대와 달러 강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성금거래소에서 골드바를 정리하는 직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패닉셀링은 절대 금물…호흡을 길게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이란 사태라는 암초에 부닥친 코스피가 불과 이틀 사이 1,150포인트나 급락하며 비틀대고 있다. 약 한 달 전 수준으로 되돌림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오천피 와 육천피 를 연이어 돌파하며 생겨난 과열 탓인 측면이 크다면서 패닉셀(투매)에 동참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스피가 3일은 7%, 4일에는 장중 저점 기준 12% 내렸다. 지난 2거래일 동안 20%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현재 이란발 중동 리스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쟁과 공급망 차질 이슈 반영한 하락률”이라면서 코스피 5,000포인트 부근에서는 저점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정해창 연구원도 현 상황의 출구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과 실적 동력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두 연구원은 이날 저점인 5,059.45 기준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 또는 PER)이 8.06배로 금융위기 시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2024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과거 7번의 서킷브레이커 사례에서 닷컴버블기인 2009년 9월과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3월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다음날 주가가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주가 하락세”라며 아까는 한때 -12%를 넘으면서 역대 1위였던 9.11테러(-12.0%) 당시의 하락률을 제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불안 확대, 미국 사모시장 신용불안 지속 등 기존 악재 이외에 추가된 것은 없다”면서 미국 나스닥 선물이 0.6%대 하락,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7%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미뤄볼 때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 리스크는 아닌 듯 하다”고 짚었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 증시의 낙폭이 큰 건 외국인 입장에서도 지금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전 세계에서 유동성과 환금성이 가장 좋은 한국 시장에서 현금화하려는 전략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듯하다”고 한 연구원은 풀이했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가 5,000 이하로 내려가고 4,000 혹은 그 이하로 레벨 다운하려면 코스피 랠리 동력인 이익개선 전망이 완전히 훼손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공포의 절정을 지나고 있는 구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자리에서 매도 의사 결정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도 중동 전쟁에 볼모 잡힌 답답한 국면인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두려움보다 용기가 미덕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지정학적 위험은 지나고 나면 늘 기회였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코스피의 고점 대비 하락폭은 10% 내외였다. 2022∼2023년 미국 긴축으로 전 세계 증시가 하락했을 때 30%와 해방의 날 당시 20%를 제외하면 8∼15%를 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증시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벨류에이션이 내려왔고 벨류에이션의 펀더멘털이 훼손될 어떤 재료도 보이지 않는다. 이틀에 걸친 최악의 폭락은 미증유의 폭등장이 중동발 전쟁을 핑계로 치르는 대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절대로 피해야 할 건 공포에 사로잡혀 투매에 나서는 것이다. 공포에 사고 환호에 팔라는 격언을 기억해야 할 타이밍이다.
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내린 5,093.54에,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이다. 2026.3.4.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