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팔이 안 된다…취임 전 홍보물 활용 금지령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홍보의 자유보다 사법적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빈틈없는 리스크 관리 태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내린 ‘대통령 취임 전 홍보물 활용 금지령’을 두고 당내 공방이 거세다. 일부 후보자들은 절차적 정당성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 시국을 냉철하게 직시한다면 이번 조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특히 예전의 검찰이 대통령을 향해 휘두르던 기소의 칼날이 얼마나 미세한 틈까지 파고들었는지를 상기한다면, 사무총장의 엄단 의지는 절차상의 미비점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시의적절했다고 판단된다.
단어 하나, 기억의 편린 하나가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겪어온 사법 리스크들은 대개 ‘설마 이런 것까지’ 할 만한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됐다. 고(故) 김문기 처장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것을 두고 1심 유죄, 2심 무죄를 거쳐 대법원 파기환송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사법의 잣대가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뒤엎을 수도 있었던 이 초유의 사태는 검찰이 정치인의 발언을 얼마나 현미경처럼 정밀 타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작은 시빗거리조차 원천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을 ‘현재형 지지’인 것처럼 포장하여 홍보하는 행위는 검찰에게 ‘대통령의 당무 개입’ 혹은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또 하나의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 될 수 있다. 4년 전 응원 영상을 어제오늘 찍은 것처럼 게시하거나 과거의 축전을 현재의 격려인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유권자 기만을 넘어, 상대 진영에 ‘관권 선거’라는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치명적인 실책이 될 수 있다.
조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 의결이라는 형식을 뒤로 미루고 ‘강력 조치’를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은 그만큼 위험 신호가 엄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내 여론이 뜨거워지더라도 실무의 리스크 관리는 냉철해야 한다. 일단 시비가 걸리고 수사가 시작되면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던 한가함은 사라지고, 당 전체가 다시 사법 재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과 선거 실무를 책임지는 사령탑이다. 리스크가 눈앞에 빤히 보이는 상황에 토론과 의결을 기다리느라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보다, 우선 엄중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훨씬 유능한 행정이다. 절차적 보완은 사후 추인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지만, 한 번 터진 선거법 시비는 되돌릴 길이 없다.
진정 대통령을 위하는 길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선거 마케팅의 소모품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적·법적 논란의 여지를 없애주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통령 존중을 넘어선 대통령 팔이”라는 표현은 뼈아프지만 정확하다. 후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법적 논란의 외줄 위에 세우는 행위는 이기적인 정치를 넘어 당을 위해하는 행위다.
결국 이번 지침은 후보자들의 손발을 묶으려는 것이 아니라, 당과 대통령을 향한 ‘현미경 기소’의 가능성을 틀어막으려는 것이다. 괜한 시비 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사무총장의 단호함이 절차적 논란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홍보의 자유보다 사법적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빈틈없는 리스크 관리 태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