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석연료 유턴에 맞불... 중국·유럽 탄소 동맹 결성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확대 정책으로 회귀하는 사이,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글로벌 탄소시장 연합 구축에 나섰다.
EU와 중국, 브라질이 공동 의장국을 맡은 ‘탄소가격제 준수 연합(Open Coalition on Compliance Carbon Markets)’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식 출범했다고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밝혔다.
이 연합은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COP30 정상회의에서 18개국이 공동 선언한 다자 협력체로, EU·중국·브라질이 공동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첫 2년은 브라질이 의장직을 수행한다. 이번 피렌체 회의에서 연합 운영 규약(Terms of Reference)이 정식 채택되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정식 회원국은 영국·캐나다·칠레·독일·멕시코·프랑스·뉴질랜드·노르웨이·싱가포르 등 총 18개국이다. 자체 탄소가격제를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캐나다 퀘벡주 등 지방정부는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EU와 중국, 브라질이 공동 의장국을 맡은 ‘탄소가격제 준수 연합(Open Coalition on Compliance Carbon Markets)’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식 출범했다./ EU 집행위 홈페이지
피렌체에서 출범한 탄소 가격제 준수 연합
이번 연합의 핵심은 각국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즉, 국가마다 따로 운영하던 탄소시장들을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처럼 연결하자 는 구상이다.
EU 집행위원회 기후 담당 사무총장 쿠르트 반덴베르헤는 배출권 거래 시스템들이 서로 연동되도록 탄소 배출권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기업들이 여러 관할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 라고 밝혔다. 이번 연합은 배출량 측정 및 보고의 투명성을 높이고, 파리 협정 제6조에 따라 유엔이 감독하는 탄소 시장에 각국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트럼프의 ‘화석연료 미국’과 정면 충돌
이번 연합의 출범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정 탈퇴와 해상 풍력 산업 규제 등 기후 정책을 전면 후퇴시키는 시점에 나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해운업계에 대한 탄소세 부과 시도를 미국인에 대한 전 세계적인 탄소세라며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반면 EU와 중국은 오히려 탄소가격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철강·시멘트·제지 등 1만개 이상 시설에 세계 최대 규모 ETS를 운영 중이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사실상 ‘탄소 관세’까지 도입하고 있다.
중국 역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최근 탄소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배출량 정점 대비 7~10% 감축을 약속하고, 태양광 및 풍력 설비를 6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발전섹터 중심 ETS를 석유화학·항공 등으로 확대하고, 기존 ‘배출 강도(intensity) 기준’에서 총량 제한(cap)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리 가오(Li Gao) 중국 생태환경부 차관은 미국 내에서도 많은 지방 정부와 기업이 기후 대응에 전념하고 있음을 믿는다 며 이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여기에 브라질도 2030년대 초 국가 탄소 시장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이번 연합은 글로벌 탄소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탄소 표준 주도권 쟁탈전 가속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약 50개국에서 80개 이상의 탄소가격제(ETS·탄소세 등)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제도의 가격·범위·검증 체계가 제각각이라, 글로벌 기업이 다중 관할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새 연합은 바로 이 단편화(fragmentation)를 줄이는 게 핵심 목표다.
연합의 첫 작업은 9월 15일 중국 우한 회의에서 정식 작업 계획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때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캐나다 퀘벡 같은 주(州) 정부의 옵저버 참여, 새 회원국 합류 여부, 한국·일본 등 주요 수출국의 입장 정리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 탄소시장 특별비서관 크리스티나 프로에스 데 보르하 레이스는 이 연합은 탄소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혁신과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합은 유엔 파리협정 6조에 기반한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빠진 자리에서 EU와 중국이 손잡은 이번 연합은, 단순한 기후 외교를 넘어 글로벌 무역·산업 정책의 새 균형점이 어디로 옮겨갈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