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대신 커피 찌꺼기 펠릿 난로 놓아드리세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운석 충돌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면 늘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운석 충돌 순간 내가 저 곳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까? 공포에 질려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되었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며 어딘가를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을까?
정부가 주도하는 에너지 취약 계층의 고효율 에너지 전환은 사단법인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랑의연탄 )에서 일하는 기자로선 지구로 다가오는 운석을 마주하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연탄이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분류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연탄
사랑의연탄 은 꽤 오래 전부터 연탄의 소멸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연탄을 사용하는 동네가 재개발로 없어지고, 정부에서 연탄을 사용하지 않게끔 각종 규제와 정책들을 펼치고 있었으니까요. 이 지점에서 사랑의연탄 의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연탄 수혜 가구의 상당수는 재개발 대상 지역이나 무허가촌에 거주합니다. 거주 안정성이 낮은 상황에 수백만 원에 이른 도시가스 인입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란 버거운 일입니다. 설령 보일러를 무상 교체하더라도 단열이 거의 되지 않는 노후 주택 구조 때문에 도시가스를 돌려도 열이 순식간에 외부로 빠져나갑니다. 에너지 취약 계층이 월 수십만 원의 가스비 폭탄을 감당해야 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스 배관이 닿지 않는 농어촌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등유나 연탄입니다. 하지만 등유 가격은 국제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탄의 2~3배 비용을 안겨줍니다. 부담 때문에 등유보일러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연탄난로, 전기장판 같은 보조난방에 의존하는 가구가 많습니다.
연탄은 이들에게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적정 연료 였습니다. 연탄 지원을 줄이고 가스 보일러로 바꾸라는 정책 기조는 역설적으로 취약계층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비용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안기며 에너지 사각지대를 만듭니다.
사랑의연탄 은 연탄 소멸에 대응해 에너지 취약 계층이 편하고 값싸며 안전하게 사용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연탄을 대체하면서도 환경적 가치를 지키는 포스트 연탄 으로 사랑의연탄 은 커피 박(찌꺼기) 펠릿’을 주목했습니다. 펠릿(pellet)은 플라스틱 알갱이나 동물 사료, 목재 연료 등을 압축해 작고 둥글게 만든 것입니다. 커피 찌꺼기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커피 박 펠릿 을 자원순환형 에너지원으로 주목한 것입니다.
커피 박(찌거기)과 커피 박 펠릿
같은 무게로 환산해 열량을 비교해 보면 연탄보다 커피 박 펠릿이 약 500㎉/㎏ 높습니다. 어르신이 연탄을 갈기 위해 집게로 연탄을 집어 들고 내리는 동작 역시 커피박 펠릿 난로에선 필요 없습니다. 재를 쓸기만 하면 됩니다.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대체 연료로 안성맞춤이겠다는 사랑의연탄 구성원들의 일치된 의견은 곧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에 지난 2년 사회적협동조합 지구를 지키는 소소한 행동 ,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 , ENF에너지 , 사랑방난로 등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커피 박 펠릿과 전용 난로를 개발하고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10여 가구에 커피 박 펠릿과 난로를 지원하여 실제 가구에서 사용하게 했습니다.
2025~2026 겨울 커피 박 펠릿 실증 테스트
No.
설치한 곳
설치일
1
강원 태백시 1가구
25.11
2
강원 평창 1가구
25.11
3
전북 완주지부
25.12
4
경기 과천시 꿀벌마을 마을회관
26.01
5
경기 의정부 1가구
26.01
6
경기 의정부 1가구
26.01
7
인천시 1가구
26.02
8
강원 태백시 1가구
26.03
9
전북 완주 1가구
26.03
10
서울 강남구 수정마을 마을회관
26.03
강원도 태백 철암도서관 내 커피 박 펠릿 난로를 설치하는 모습
이번 실증 테스트는 커피 박 펠릿 난로가 연탄 난로를 능가하는 화력과 지속성, 안정성, 편리성을 보여주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성공했냐고요? 글쎄요. 아직은 성공이라는 말을 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습니다.
처음 태백에 난로를 설치하고 시범운전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방 안에서 가동하는 난로인데도 쩌렁쩌렁 울리는 소음과 방안을 가득 메운 연기. 커피 박 펠릿이 시간마다 자동으로 떨어질 때 들리는 소음까지 사람의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했습니다.
그 뒤 이런 흠을 보완한 난로를 찾아 계약하고, 커피 박 펠릿도 바꾸며 실증을 이어갔습니다. 사랑의연탄 에서 일하는 간사의 집에 보완한 난로를 설치하여, 정해진 시간별로 난로의 상황을 적은 일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연통 높이에 따라 연기와 냄새가 나는 정도가 달라짐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보완할 사항이 더 있다는 것을 파악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수정마을 내 커피 박 펠릿 설치 모습
현재는 실증 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단순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교하게 다듬는 단계에 있습니다. 연탄 사용 가구 등 노후 주택의 구조에 맞춘 설치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도 겸해서요.
커피 박 펠릿 난로만 완벽해진다고 에너지 취약 계층에게 설치해주거나 펠릿을 연료로 줄 수는 없습니다. 현재 커피 박 펠릿은 목재 펠릿이나 성형 숯의 범주에 완전히 포함되지 않는 신규 에너지원입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면서도, 커피 박만의 물리적 특성이 반영된 새로운 고형연료 품질 기준 을 정립해야 합니다. 실증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 및 관계기관에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겠죠.
앞에서 영화 딥 임팩트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가오는 운석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핵폭탄을 싣고 우주로 날아가죠. 지금 사랑의연탄 도 어쩌면 그 우주선을 타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 길이 정답인지, 아니면 엉뚱한 궤도인지 확신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커피 박 펠릿 이라는 작은 핵폭탄이 에너지 취약 계층의 얼어붙은 겨울을 깨부수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