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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청년들은 정말 보수화·우경화하고 있는가

청년들은 정말 보수화·우경화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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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바라보는 혼란스러운 시선 한국사회에서 청년은 중요한 정치적 주체로 자주 호명된다. 기성 정치권의 쇄신 노력의 상징을 청년 정치인 수혈과 연결시키고, 선거에서 청년 세대의 선택을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는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청년의 정치적 참여와 역량에서 찾기도 하고, 기후 위기를 맞아 가장 가까운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정치적 역할을 여느 때보다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정치적 시선은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한편에서 청년을 미래 정치의 핵심 기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잠재적 주체로 기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정치적 판단이 불완전한 집단으로 여긴다. 청년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기대와 경계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청년을 독자적인 정치 주체로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기성 정치 프레임으로 유불리를 따지는 관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청년의 정치 성향을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으로 나눠 편의적으로 읽는 경향이 강하다. 선거에서 청년 세대가 어느 당의 누구를 지지했는가를 가지고 역시 청년은 진보적이다” 혹은 청년이 보수화되었다”는 식의 진단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청년의 정치 성향을 하나의 고정된 이념 블록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매우 피상적이다. 청년 집단은 동질적이지 않고, 상황과 이슈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생애 조건과 경험, 사회 구조 속 위치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달리해 왔다. 그런데도 청년을 편의적으로 분류하고 동원가능한 유권자 집단으로 다루는 경향이 정치권에서 자주 확인된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선거 연령 인하는 원래 진보 진영이 참정권 확대와 민주주의 심화 차원에서 제기해 온 의제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년 보수화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보수정당 대표가 선거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제안을 하였고, 민주·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을 선거 공학적으로 득실을 따지는 데서 비롯된 모순적 현상이다. 결국 오늘의 청년 정치를 둘러싼 인식의 혼란은 청년을 바라보는 정치적 틀과 언어가 낡고 고정되어서 생긴 측면이 크다. 지금 시대 청년은 이미 중요한 정치적 당사자이며, 사회경제적 불안과 기후 위기, 주거 위기, 노동 불안정, 젠더 갈등, 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변화와 갈등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 세대다. 따라서 지금 시대 청년 정치는 사회경제적·생태적·기술적 환경 변화 속에서 청년을 정치적 주체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으로 누가 어떻게 청년을 대표할 것인지도 제대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제1기 청년 공존·공감 위원회 출범식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3.28. 연합뉴스 청년은 정말 보수화되고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청년 보수화 또는 우경화 현상을 다시 살펴보자. 지난 몇 년간 한국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은 청년, 특히 20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선거 결과 자료들이 이런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20대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2025년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20대 남성 74.1%가 보수 진영 후보인 이준석·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대 학부생 정치의식 조사에서는 자신을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7년 9.4%에서 2025년 29.1%로 상승했고,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19.7%), 국민의힘(9.4%)보다 개혁신당(21.4%)이 가장 높았다. 이런 자료만 보면 청년층, 특히 청년 남성층의 보수화가 분명한 사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단순히 청년의 ‘보수화’ 또는 ‘우경화’로 규정하는 것은 실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많은 것을 놓치게 한다. 첫째, 청년 전체가 정치적으로 하나의 경향성을 보이기보다는, 청년층의 내부 분화가 뚜렷해진 것이 현실이다. 같은 20대라도 여성과 남성의 정치적 선택이 점점 뚜렷이 갈렸듯이, 계층·지역·학력·취업 안정성 등에 따라서도 정치적 태도가 많이 다르다. 둘째, 청년의 정치적 성향은 기존 정당체제를 일관되게 지향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전략적 선택의 경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청년 남성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제3지대 보수정당이나 새로운 정치 세력에도 지지를 보이고, 무당층 비율도 높다. 이것은 청년을 공고한 보수층으로 보기보다는 정치적 스윙보터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한 듯 하다. 셋째, 청년의 정치 성향에서 일부가 이념적 극단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특정 이슈나 정치 상황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 또한 크다. 2017년 촛불집회 이후 청년층은 문재인 정부에 높은 기대를 보였지만, 미투 이후의 젠더 갈등, 조국 사태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 부동산 폭등, LH 투기 의혹, 병역과 역차별 인식 등이 누적되면서 지지를 철회하고 정치적 선택을 달리하게 되었다. 청년은 본래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진보를 표방한 정권과 정치권에 걸었던 기대가 자기 삶의 조건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실망감 또는 분노가 다른 선택지를 찾게 만든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의 정치적 선택이 이념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정치적 기대에 대한 ‘배반감’과 사회적 선택의 기회 붕괴라는 ‘실망감’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서 청년들의 정치 성향 변화가 ‘보수화’, ‘우경화’를 넘어 ‘극우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극우화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고, 민주주의 불신과 외국인 혐오, 권위주의, 반다원주의 추종 등과 연결되는데, 한국 청년 남성 집단의 경우 인종이나 이민자보다 젠더와 공정성, 기회 배분을 둘러싼 갈등의 성격이 더 강하다. 물론 일부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이념적 극단화 경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집회에 청년 여성과 남성의 참여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고, 특히 탄핵 반대와 윤 어게인을 외치는 태극기 집회에 청년들이 등장한 모습은 새롭고 충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위 ‘이대남’으로 지칭하듯 20대 청년 남성들의 정치 성향을 극우 프레임으로 묶는 것은 분석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보수화’, ‘우경화’ 또는 ‘극우화’ 식의 단순 규정보다는 청년 정치가 왜 유동적이고 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더 깊게 이해하고, 보다 나은 가능성의 영역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가 청년 정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치 이념으로 규정하고 분류하고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탈이념적으로까지 비춰지는 내부 분화와 유동성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찾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일부 혐중 집회에 대해 필요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 고 지시했다. 2025.9.19. 연합뉴스  청년 정치의 다중성···불안과 불신의 시대에 싹튼 새로운 정치 감각 청년의 정치 성향을 진보/보수, 좌/우를 기준으로 삼아 이념적 성향이 바뀌었다”는 식으로 진단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다. 청년의 정치 성향에는 삶의 불안정, 젠더 갈등, 디지털 환경,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먼저, 삶의 불안정성 확대다. 오늘날 청년은 취업 경쟁 심화, 비정규직 확대, 주거비 폭등, 자산 형성 기회의 상실, 사회 이동성 저하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대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물질적 조건이 더 열악했지만 ‘노력하면 기존보다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작동했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은 사활을 건 생존경쟁 속에서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상황에 던져졌다고 느낀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과 박탈감은 국가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고, 기득권이 작동하는 불공정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진보적 의제이던 분배와 복지 대신에 공정과 상식, 기회, 능력주의, 자유와 같은 의제가 청년 정치 담론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런 현상은 진보에서 보수로 이념적 성향이 이동했다기보다는 삶의 조건 변화가 정치에 대한 핵심 감각을 바꿔 놓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젠더 문제 역시 청년 정치에서 주요 의제다. 미투 운동 이후 한국사회에서 성평등 담론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부 청년 남성은 자신이 구조적 가해자로 규정되는 데 대한 불편함과 역차별에 대한 거부감의 감각을 갖게 되었다. 문제는 젠더 갈등이 사회를 넘어 정치적 차원으로 확대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이것을 성숙하게 다루지 못했고, 일부 정치인들이 젠더 이슈를 선거 전략 차원에서 이용하면서 청년 남성 일부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경제적 불안, 기회 상실, 사회적 인정 결핍 등과 결합해 증폭된 정체성 정치의 한 양상으로 봐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도 청년 정치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의 청년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짧은 영상, 밈 문화 속에서 정치적 감각을 익히고 경험한다. 유사한 견해를 반복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갈등적 프레임을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은 역차별, 여성가족부 해체, 외국인 혐오, 부정선거 선동 등 불신과 혐오의 감정을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튜버 등 온라인 정치 체널은 극단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극우 정치의 온상이 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디지털 공간은 청년에게 정보 검색과 비교, 콘텐츠 기획과 생산을 등을 통해 정치적 감각과 역량을 형성하는 장이기도 하다. 청년 정치에 있어 디지털 환경은 ‘왜곡’과 ‘새로운 창조’라는 두 가지 얼굴로 다가와 있다. 청년 정치 형성에 있어 기성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진보를 표방한 기존 정치가 민주주의와 노동권 및 복지 확대, 소수자 보호의 가치를 강조해 왔지만, 이를 현실과 괴리된 기득권 담론으로 인식하는 청년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소위 ‘꼰대 진보’에 대한 염증은 단순한 반지성주의라기 보다는 청년의 삶을 바꾸지 못한 채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계몽적 주장을 하는 기성세대 정치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청년의 정치 성향을 보수냐 진보냐로 따지기 전에, 무엇이 이들을 소외·배제하고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중앙청년위원회·중앙대학생위원회·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합동발대식에 참석해 송언석 원내대표,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 등 참석자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7. 연합뉴스 민주화 세대 청년과 오늘의 청년은 다르다 청년의 정치 성향은 해당 세대의 본질적 특징이기보다는 시대적 산물이며, 따라서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한국사회에는 청년은 곧 진보적이다”라는 통념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군부독재 시절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적 경험은 이런 인식을 뒷받침해 준다. 당시 청년, 특히 대학생은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체제에 맞선 핵심 주체였다. 독재에 대한 저항과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 경험은 청년을 사회변혁의 핵심 주체로 각인시켰고, 민주주의, 평등, 해방이라는 진보적 가치는 청년 세대와 강하게 결합 되었다. 이 시대 청년에게 정치는 개인의 생존 차원을 넘어서 공동체의 미래와 체제 변화를 향한 집단적인 실천의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청년 정치의 형성 조건은 급격히 달라졌다. 대량 실업과 구조조정, 평생직장의 붕괴, 비정규직 확대는 청년에게 집단적 가치보다 개인적 생존 전략을 더 절실한 과제로 삼게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청년 실업과 자산 격차, 계층 이동 제약이 더욱 구조화되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더 나아지긴 어렵다’는 감각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청년 정치의 중심은 이념보다는 경제적 현실에서의 생존과 실용, 공정으로 이동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진보적 약속이 무너진 자리에서 청년은 불안정과 불평등을 지탱하고 확대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제도와 시스템, 기득권 집단의 특권적 구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2017년 촛불집회, 그리고 그 이후 상황에 대한 실망감은 청년의 정치 인식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능과 기성세대의 책임 정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촛불집회는 세대를 초월한 시민들의 참여가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으나, 그 이후 지속된 청년 실업과 주거 불안, 공정성 훼손 논란은 정치적 기대감과 효능감을 냉소와 분노로 바꿔버렸다. 정권이 바뀌어도 삶은 달라지지 않고 부모의 자산이 청년의 미래 삶을 결정하는 현실에 대한 자각은 청년 세대의 좌절과 환멸, 정치적 분노를 키웠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 ‘수저론’은 이런 절망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년 세대가 당면한 현실은 2020년대 들어서 더욱 가혹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타격, 국가 통제 경험을 동시에 안겼고, 부동산 폭등은 자산 형성의 출발선 자체를 무너뜨렸다. 기후 위기, 인구 감소, 연금 고갈, AI로 인한 일자리 재편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확대시켰다. 청년 세대가 직면한 암울한 현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를 넘어, ‘취업’, ‘인간관계’, ‘내 집 마련’,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한 ‘칠포세대’라는 자조적 인식으로 나타났다. 지금 시대 청년의 문제를 과거 민주화 세대의 경험과 기준으로 진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화 시대 청년이 목숨을 걸고 체제에 저항하는 세대였다면, 오늘의 청년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자기 생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20대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이런 가슴 아픈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마냥 좌절하고 체념한 상태로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시대 청년은 정치의식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많은 위기적 요인에 노출된 채 전환에 대한 압력을 받으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 출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청년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인식 틀과 언어가 필요하다.   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2026년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3.7.  연합뉴스   청년 정치 다시 읽기···문제는 청년의 무관심 아닌 정치 문해력 지금 청년 세대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방식의 정치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을 읽어낼 안목과 담아낼 제도가 부재한 것이 지금의 청년 정치가 당면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진보/보수, 좌/우의 낡은 틀을 넘어선 새로운 언어와 정치 전략의 발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념적으로 보수가 전통·안정을, 진보는 변화·발전을 추구하고, 우파가 권위·질서·통제를, 좌파는 권리·재분배·평등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는데, 실제 현실에서의 이들 관계는 복합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진보/보수, 좌/우의 이념 구도는 정치적 측면에서 더욱 복잡하다. 광복 이후 냉전 질서 속에서 남북 분단과 참혹한 전쟁을 겪으면서 좌/우 이념 대립은 격화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중도·중간 정치, 대안정치 영역은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계급 정치가 자리할 곳을 지역주의 정치가 채워 왔다. 이런 가운데 거대 양당이 한국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가치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했으나, 실상은 기득권 자유주의 정당 체제를 유지하는 공모자이기도 했다. 제도권 주류로서 거대 양당은 국가 운영의 중심을 장기간 차지해 왔으며, 이념을 놓고 서로 부딪치지만 민주주의·자유·법치 같은 자유주의적 언어를 공유하고, 개발국가 유산인 국가주의와 개발주의를 공통적으로 강조해 왔다. 정치 생태계의 다양화를 위한 선거법, 정당법 개정에 양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고, 선거는 결국 거대 양당의 수평적 정권 교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서 진보/보수의 이념적 경계가 희미해진 가운데, 깜박이는 왼쪽으로 켠 채 핸들을 오른쪽으로 꺽거나, 진보를 자임한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중도보수 노선을 표방하거나, 권위와 질서를 강조해야 할 보수정당이 혐오와 갈등, 폭력을 부추기는 극우적 행태에 대한 견제와 자정 역할을 포기하는 등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 진보 정치는 진보당, 녹색당 등 군소정당의 영역으로 협소화된 것이 지금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 이런 정치 현실을 좌/우, 진보/보수로 단순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청년 정치 역시 진보/보수, 좌/우라는 단일 축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청년은 스스로를 보수 혹은 진보라고 응답하더라도, 실제 정치적 태도와 정당 지지, 사회적 가치 판단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이 혼재한다. 청년 한 개인에 있어서도 안보와 젠더 문제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노동과 경제 문제에서는 진보적일 수 있고, 정당 선호에서도 기존의 정당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를 선호할 수 있다. 이슈에 따라 청년 개인의 진보와 보수 성향은 혼재해 보이기도 하고, 탈이념적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청년 정치 성향의 다층성, 복잡성, 가변성을 기존의 낡은 이념의 잣대로는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 특히 기후 위기, 생태전환, 디지털 전환 같은 시대적 의제는 전통적 분배 정치에 기반한 좌/우, 진보/보수의 틀로 포착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좌/우 구도를 분배 중심 산업사회 정치의 낡은 지도로 본 울리히 벡(Ulrich Beck)이나 근대 산업사회의 세계관에 근거한 좌/우 구도가 기후 위기와 생태위기라는 새로운 조건 앞에서 좌표로서 설명력을 잃었다는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현상과 변화에 대한 설명력을 높일 수 있는 정치 담론의 재구성과 확장이 중요하다. 청년 정치를 좌/우, 진보/보수 스펙트럼 위에서 찾아 배치하기보다 이슈와 경험, 관계별로 움직이는 다중적이고 역동적인 행위자로서 가진 특성에 주목해서 이해와 설명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청년은 선거와 정당 정치의 틀 바깥에서 활발히 정치적 의사를 발신하고 있다. 온라인 캠페인, 구매 또는 불매운동, 기후 행동, 여성 안전 의제, 노동 이슈, 디지털 권리 제기 등은 모두 청년이 수행하는 실제 정치 의제다. 팬클럽 회원들의 자원 활동과 커뮤니티 활동, 심지어 제도 정치에 대한 ‘비참여’ 또는 ‘침묵’조차 청년들의 정치적 표현 양식이다. 이런 흐름들은 특정 사건이나 국면을 맞아 ‘광장’에서 집단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흐름을 기존의 정치 이념의 틀로 묶거나 비정치적이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순간, 청년 정치에 대한 오독(誤讀)과 곡해(曲解)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청년 정치를 이해하는 언어는 집단으로서의 평균값이 아니라 분화와 다양성, 교차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청년이 당면한 성별 갈등, 지역 소외, 노동 및 주거 불안, 기후·생태위기, 돌봄 위기를 ‘세대’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묶고, 진보/보수로 나누고 환원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청년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정치적 선택지를 다양하게 넓혀가는 데 있다. 대안의 출구를 넓히고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갈 때 사회적 완충 기능과 회복 탄력성, 창조성이 높아지게 되고, 그만큼 극단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2026년 3월 25일, 독일 베를린 총리관저 위 건설 크레인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화석 연료 정책 대신 자유 라고 적힌 배너를 펼치고 있다. 2026.3.25. 로이터 연합뉴스  절박한 청년의 삶, 기후·노동·주거·돌봄을 핵심 의제로 핵심은 청년들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반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이들이 가진 정치적 의사와 잠재력을 제대로 읽어내고 제도와 연결할 담론과 언어, 장치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청년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이 느끼는 고통과 경험을 해석의 출발점으로 삼아 이들이 가진 정치적 열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언어와 담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세대 청년의 삶을 구조적으로 뒤흔드는 시대적 과제와 흐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진단은 중요하다. 오늘날 청년은 기후·생태위기, 에너지 문제, 디지털 전환, 인구 및 노동구조 변화에 따른 삶의 위기 등 전환 시대의 충격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장기성, 복합성, 세대성이 겹쳐 있는 의제들은 청년의 삶과 절박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후 위기와 생태 전환은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다. 기후 위기는 진보/보수, 좌/우의 틀을 이미 넘어선 문제로, 청년에게 생존과 정의의 차원에서 매우 절박한 문제다. 지금의 청년은 ‘기후 세대’로 불릴 만큼 기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고, 삶과 노동, 주거, 건강, 이동, 생활 양식 전반에서 기후 위기 영향을 구체적으로 받고 있다. 그만큼 기후 불안 속에 살아가는 청년은 미래세대”라는 상징적 존재로 머물지 않고, 기후·생태위기의 피해와 부담을 ‘가장 많이’ ‘오래’ ‘직접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청년 기후 운동이 제도 정치 안팎에서 펼쳐지고, 파업, 점거, 소송, 시민행동, 국제 협상 참여, 국제 연대 등 새로운 정치형태가 세계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과 주거 등 삶의 불안 역시 전환 시대 청년 정치의 핵심 의제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 축소, AI와 자동화에 따른 직무 재편 등 산업 및 노동 구조 변화 속에서 청년은 점점 더 불안정한 위치로 내몰린다. 수도권 집중, 부동산 가격 상승, 전월세 부담 가중, 부채 증가 등에 따른 주거 불안은 청년의 생애 전망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만큼 복지와 돌봄 시스템의 개편을 통해 청년들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치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결정에 참여하는가”로 연결된다. 그런데 현실에서 청년은 미래로의 전환 부담을 가중해서 떠안게 되지만, 정치 구조에서는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정치의 참여와 역할은 선거 공학적 논리로 계산되고 평가된다. 미래를 향한 전환적 실천이 여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이념 대결 양상은 아까운 시간과 역량을 소진시키고 있다. 미래세대 청년 정치가 기존의 이념 대립 구조를 넘어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3월 22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네팔의 Z세대 청년들이 수실라 카르키 총리에 항의하는 상징적인 시위를 벌이며 붉은 가루를 뿌리고 있다. 시위대는 가우리 바하두르 카르키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며 모였다. 네팔 정부는 2025년 9월 8일과 9일에 발생한 Z세대 봉기 당시 발생한 사망 및 피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전직 판사 가우리 바하두르 카르키를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2026.3.22. EPA 연합뉴스 ‘생명평화’로 청년 정치의 언어와 역할을 새롭게 하자 지금은 어떤 사회를 꿈꾸고, 무엇을 바꿔내며,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근본부터 되물어야 하는 ‘전환’의 시대다. 그만큼 청년 정치가 가야 할 방향 또한 진보와 보수의 낡은 이분법 그 너머에 있다. 기후 위기와 생태 붕괴, 노동과 주거 불안, 공동체 해체와 돌봄의 위기, 혐오와 분열의 정치가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을 돌파해 차원 변화를 일으키려면, 기존 이념 진영의 재배치가 아니라 새로운 사상과 정치 원리가 필요하며, 이것이 청년 정치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가치의 하나로 ‘생명평화’를 제안한다. 생명평화는 진보/보수, 좌/우와는 벡터 자체를 달리하는 것으로, 대안사회로 가는 경로와 구성 원리를 담고 있다. 전환 사회의 정치적 가치이자 원리로서 ‘생명평화’에는 생명, 생태, 지속가능성, 돌봄, 공존, 마을, 공동체, 커먼즈, 협동, 연대, 세대 간 정의, 생태민주주의 등 다양한 대안적 가치들이 자리한다. 따라서 생명평화는 청년 정치를 낡은 이념 경쟁과 기득권 정치에 복속시키지 않고 사회 전체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상상하고 설계하고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청년 정치가 생명평화 가치와 만나 삶의 불안정성과 존엄성 훼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삶의 재생산 조건을 새롭게 하고, 갈등과 혐오의 문제를 경쟁과 적대의 방식이 아닌 공존과 공생, 상생의 차원으로 바꿔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에서 청년 정치가 가진 잠재력은 개인은 물론, 지역과 사회, 한반도, 세계적 차원의 전환과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현재주의(presentism)와 단기주의(short-termism)가 의사결정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미래세대인 청년의 정치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청년은 미래를 상징하는 도덕적 존재이거나 기성 정치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수혈 또는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입법·예산·감시·대안 설계의 실질 행위자이자 전환 정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생명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세대 내, 세대 간, 종(種)간 정의를 실현하고, 제도 밖 참여를 제도 영역과 연결하고, 경쟁과 배제가 아닌 돌봄과 연대의 가치를 확산함으로써 진보/보수의 틀을 넘어서는 ‘전환 정치’의 주역으로 청년 정치 역할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기성 정치, 기득권 정치는 이런 흐름을 지지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방향에서 시대적 소임을 해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제안이 공허한 주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실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의 정치적 열망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읽어내고, 선거 공학이 아닌 사회 전환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야 한다. 둘째, 모든 정책 영역에서 청년의 당사자성과 미래세대 관점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셋째, 청년을 단지 하나의 세대 집단이 아니라, 성별·계급·지역·장애·이주 배경·디지털 접근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주체로 이해해야 한다. 넷째, 청년이 이미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치 활동과 비제도적 참여를 공적 정치 영역과 연결할 제도적 통로를 확장해야 한다. 정규호 생명학연구회 부회장, 녹색국가 저자 결국 지금의 전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청년 정치 역할은 진보/보수, 좌/우의 이념적 지형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평화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과 언어, 전략으로 전환 사회를 열어가는 데 있다. 미래세대 청년을 전환의 주체이자 설계자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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