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3개 리스트만 봐도 홧김 계엄 은 엉터리 주장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jtbc 2월 7일 보도화면 갈무리
국군 방첩사령부가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시점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시점에 3개 리스트를 작성해 일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내란특검이 확보했다고 jtbc가 연일 보도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도 정작 계엄 선포를 우발적으로 홧김에 한 것으로 축소했던 지귀연 재판부 의 계엄 결심 시기 판단이 엉터리였음을 입증할 만한 정황 증거가 새롭게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으로 정치인 수거 명단 등을 적은 노상원 수첩 이 치밀한 내란 준비를 한 핵심 증거로 얘기됐는데 이를 거들 만한 것이 방첩사의 3개 리스트로 볼 수 있다. jtbc가 입수한 리스트는 군 내부 장성들을 피아로 식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인물들을 가려 놓은 블랙리스트와 반대로 인사 등에서 중점적으로 챙겨야 할 인물들을 추려 모은 화이트리스트, 맨먼저 계엄 선포 가능성을 경고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까운 군 인사들을 정리한 정병주 리스트 등 세 가지다.
화이트리스트로 의심되는 문건은 충암파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3년 11월 부임한 이후 작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 비상계엄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한 장군들의 보직과 동향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구삼회 전 2기갑여단장, 그리고 계엄 당일 국회로 병력을 보낸 이상현 전 1공수여단장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상계엄 선포 1년 전부터 계엄에 동원할 만한 주요 장성들을 추려 인사 등을 중점 관리한 정황으로 의심된다.
반대로 특정 지역, 광주와 전라남도 출신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성들과 문재인 정부 당시 근무 이력을 따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jtbc는 보도했다. 광주 진흥고와 인성고, 전남 순천고 등 구체적인 학교 이름까지 거론하며 장성들을 분류했다. 정치 성향은 물론 지역까지 차별해 가며 배제할 군 인사들을 추린 것으로 보여 놀라움을 더한다.
방첩사는 또 블랙리스트 가운데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과 과거에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장성들, 김 의원과 출신지가 비슷한 장성들의 명단을 뽑아 따로 관리했다고 jtbc가 보도했다. 육사 40기인 김 의원은 3군단장을 지내던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대장인사에서 4성 장군으로 진급했고, 2019년 퇴임한 뒤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방 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각을 세웠고, 특히 12·3 계엄 몇 달 전부턴 충암파가 요직에 포진해 있다며 계엄 선포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김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 에 전화 통화로 출연, jtbc 보도를 보고 방첩사에 자료를 요구해 받아보니 실제로 문건이 존재했다. 개인의 블랙리스트로는 최강욱 리스트 와 김병주 리스트 가 있더라 며 과거 근무 인연이 겹치는 14명, 경북 예천 동향 출신 6명, 강릉고 동문 출신 3명으로 분류돼 있더라 고 말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이 리스트가 어떤 시기에 작성됐는가와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2024년 8월 19일 위에 보고된 것으로 나오는데, 김용현 전 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이 8월 12일이고, 그래서 8월 15일 제가 방송에 나가서 공개적으로 계엄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제 경고를 듣고 이거 큰일 났다 생각했겠죠. 그리고 여기에 연관된 사람이 누군가 해서 작성한 것 같다 고 말했다.
실제로 김 의원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돼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봉수 육군참모차장이 임명된 지 4개월 밖에 안 됐는데 12·3 계엄 선포 일주일 전에 교육사로 좌천을 시켜버리고 교육사 사령관 하던 정진팔을 합참 차장으로 전격 경질했다. 정진팔은 계엄사 부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김 의원은 실제 계엄이 성공했다면 핵심 중의 핵심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정진팔은 김용현 전 장관과 아주 가까운 관계였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것을 살펴볼 때 계엄을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렇게 보인다 고 결론내렸다.
방첩사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한쪽에선 비상계엄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인사를 구분해 배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상계엄을 주도할 인사를 핵심 보직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계엄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이 국회 발언을 통해 계엄 가능성을 공개 경고한 뒤에 그와 가까운 군 인사들을 분리하고 배제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닌가 유추해 볼 수 있다.
SBS 방송 화면 갈무리
내란특검은 지난 25일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며 이례적으로 30쪽이 넘는 분량의 별지를 첨부해 노상원 수첩 작성과 비상 계엄 준비 시기에 대한 1심 판단에 상당한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고 매일경제가 보도했다.
내란특검은 전날 제출한 항소장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1일 우발적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했다고 판단한 1심에는 모순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 비상계엄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최소 1년 이상 준비된, 윤 전 대통령 등의 권력 독점·유지를 위한 것”이란 점을 다시 한번 명백히 했다.
내란특검은 노상원 수첩 의 내용을 별개로 따지더라도 원심의 계엄 준비 시기에 대한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란특검은 1심 재판부는 윤석열이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2024년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등을 불러 만찬을 하면서 사령관들에게 ‘비상계엄’을 언급하고, 각 사령부의 예하부대 출동 준비태세를 점검하며 비상계엄을 결의하는 등 모의를 구체화한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여인형이 같은 날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등의 체포대상자 명단을 메모한 사실, 같은 날 피고인 노상원이 정보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부 김봉규 대령을 만나 계엄선포 예정 사실을 알리면서 부정선거 수사 계획 등 임무를 부여한 사실 등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내란특검은 계엄 실행을 최종 결의한 모임은 2024년 11월 9일인데도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거의 한 달 뒤인 12월 1일에 계엄을 결심했다고 판단한 것도 말이 안된다고 봤다.
특검은 노상원 수첩 내용을 살펴보면, 그가 2023년 10~11월 있었던 장군 인사를 미리 예측하고 있으며, 2024년 총선 전과 후로 나눠 계엄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수첩 작성 시기가 2023년 10월 군 인사 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첩 속 ‘강은 차후’ 문구가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2023년 10월이 아니라 이듬해 4월 대장으로 승진한다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첩 작성 시기를 계엄 이후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수첩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내란특검은 당시는 내란 모의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내용이 구체성을 갖기 어렵고, 이런 계획들이 실현될수록 초기 메모인 수첩의 활용도가 떨어지므로 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따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첩이 모친 주거지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증명력이 부족하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수첩은 노상원의 실제 주거지에서 상당히 떨어진 모친 주거지 박스 안에 은밀하게 관리돼 있었고 민간인인 노상원이 비상계엄 계획과 장군 인사를 임의로 기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내란을 기획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사후에 허위로 작성할 이유는 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 11. 6ⓒ 연합뉴스
내란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과 ‘고령의 연령이라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본 1심 판단에도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원심은 윤석열이 물리력의 행사를 자제했다는 사정을 유리한 요소로 참작하면서 동시에, 윤석열이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라는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면서 당시 계엄군에게 소지하고 있던 실탄의 사용을 허가하는 취지의 지시로 봄이 타당함에도 이를 물리력 자제, 즉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한 데는 잘못이 있다”고 했다.
또 특검은 통상 고령의 연령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하는 이유는 유기징역을 선고할 때 여명 년수 등을 비교해 피고인에게 실효적인 유기징역형을 산정하기 위해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되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범행 당시 고령이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서 양형요소로 고려할 이유가 없는 피고인 윤석열의 연령(고령)을 반영하는 데도 명백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문건이 2023년 11월부터 작성된 만큼, 지난 25일 출범한 2차종합특검에서 작성 경위와 윗선 지시 여부를 규명한다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준비 시기와 목적에 관한 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2차종합 특검은 문건을 내란특검에서 넘겨받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란특검의 항소 과정을 지켜보며 노상원 수첩 의 실체를 규명하며 퍼즐을 맞춰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