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병력난 군부의 강제징집 피해 국외탈출 사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3주년인 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유엔사무소 밖에서 미얀마 국기를 몸에 두른 시위대가 군정 종식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옆에는 아웅 산 수치 사진을 든 이도 보인다. 2024.02.01. AFP 연합뉴스
민주화세력과 소수민족 연합군의 공세 속에 수세에 몰리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지난 10일부터 실시한 징병제를 피하기 위해 출국 비자를 받으려는 미얀마 청장년들이 양곤의 타이 대사관 등에 쇄도하고 있다.
만달레이에선 여성 신청자 2명 질식사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9일 오전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 소재 태국 대사관 앞에는 출국 신청 서류를 든 수백 명의 군중이 몰려들었다. 새벽 4시부터 대기했다는 한 남자 대학생(26)은 “언제 징병될지 몰라 두렵다. 하루라도 빨리 비자를 받아 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징병제 도입을 발표한 지난 10일 이후 하루 1천 명 이상이 비자 신청을 위해 타이 대사관에 몰려들자 대사관은 하루 400명으로 신청자 수를 제한했다. 하지만 400명 분의 번호표를 나눠 준 뒤에도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었다.
이날 중부 만달레이에서는 비자 신청 창구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여성 2명이 질식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6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콕스바자르 우키야에서 국경수비대(BGB) 대원들이 미얀마 국경수비대 경찰(BGP)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이 미얀마 경찰은 양국 접경지인 우키야로 도망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4.02.06. AFP 연합뉴스
훈련 못받고 사기 떨어진 정부군 전사, 탈영 속출
징병 대상자는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이며, 병역기간은 2년이다. 기술자와 의사 등 전문직은 남성은 45세, 여성은 35세까지 연기할 수 있으나 병역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을 받거나 기혼여성은 면제되며, 공무원과 학생들은 징집이 유예된다.
미얀마 군부는 징집 대상자 수를 1400만 명으로 잡고 오는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실행에 들어갈 예정인데, 연간 약 6만 명씩 징병해서 복무 중에는 급료와 식사 외에 계급에 따르는 보수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사태시에는 복무기간이 5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징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지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얀마 군부는 2010년에 징병제 실시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으나 지금까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지원병제를 실시해 왔다.
징병제 강행 배경에는 지난 해 10월부터 민주화세력과 소수민족 무장세력이 동맹(‘삼형제 동맹’)을 맺고 대대적인 반정부 공세에 나선 뒤, 2021년 2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하고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정부군이 수세로 몰리면서 병력 부족현상이 심각해진 현실이 있다. 정부군 병사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사기마저 떨어져 전사자와 탈영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군부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은 더욱 심해졌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3주년인 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유엔사무소 밖에서 미얀마 국기와 아웅 산 수치 사진을 든 이들이 군정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전날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를 열어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31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2024.02.01. AFP 연합뉴스
무력충돌 속 경제 파탄으로 생활 파괴
세계은행은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미얀마의 인플레율이 28.6%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면서 “무력충돌이 계속되면서 생활이 심각하게 파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은 “(군부 쪽) 전사자가 속출하고 인재난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정부군의 비참한 상태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부는 쿠데타 3년을 맞아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말까지 또 연장했다.
한편으로는 징병이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줘 군부 지배를 강화하려는 노림수일 수도 있고, 징병을 피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재정을 보충하려는 계산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SNS 등 인터넷 미디어에서는 군부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연행해 징집하고 있다는 정보들이 떠돌고 있다.
무력충돌 전국 330개 군 중 308개로 확산
쿠데타로 집권한 지 2년여 만에 반정부세력의 공세 앞에 수세로 전락한 미얀마 정부군은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통치지역을 축소하고 공습을 통해 반격을 가하고 있으나, 수도 네피도 등을 중심으로 한 중앙 평야지대로 몰리는 위축상태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의 중개로 정전 발표까지 했으나 전투는 계속되고 있고 수습될 기미가 없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쿠데타 뒤 지난해 말까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미얀마 전국에서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에 1만 7천 건 이상의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충돌은 전국의 330개 군 가운데 308개 군으로 확산됐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군에서는 반정부군에 대한 투항까지 늘고 있는데다,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한 민아웅흘라잉 최고사령관에 대한 불만이 군 내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군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들도 떠돌고 있다. 정부군이 수세에 몰리기는 했지만, 수도나 양곤 등의 정부군 거점들에 대한 장악력은 유지하고 있어서 군부통치가 붕괴되진 않을 것이라고 현지의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아사히>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3주년인 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수도 양곤에서 '침묵 시위'가 시작되기 직전 파고다 주위가 정적에 휩싸여 있다. 미얀마 군정은 전날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를 열어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31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2024.02.01. AFP 연합뉴스
무너지는 중앙집권적 통일민족국가
미얀마 군부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선거를 통해 민정 이양 형식을 취한 뒤 실권을 계속 장악하는 전략을 짰으나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의 오사다 노리유키 연구원은 군부가 장기 징역형을 받고 지난해부터 가택연금 상태인 비폭력주의자 아웅산 수치를 앞세워 반정부세력을 무장투쟁 계속파와 대화노선파로 분열시키는 전략을 구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다수파인 버마족(인구의 68%)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통일민족국가 형태를 띠어 온 미얀마가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분권적인 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자칫 무장세력이 할거하는 혼란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어느 경우든 지금까지보다는 지방의 비중이 더 커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