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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한다면 한번 더?
[사회혁신]
지금 조정식 국회의장이 해야 할 역할은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떠보는 경솔함이 아니라, 권력과 거리를 두고 헌법의 원칙을 지키는 책임 있는 절제와 중립이다. 개헌의 최종 관문은 국민투표이며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헌법의 내용을 최종 결정하는 주체도 국민이라는 말은 원론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의 언어는 사전적 의미만으로 해석될 수 없다. 6선 중진인 조정식 국회의장의 개헌 발언이 우려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 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선택의 문제 라며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시기상조라면서 굳이 연임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은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떠보기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점과 의제의 부적절성이 심각하다. 정부 출범 초기, 국정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개헌 의제로 꺼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오만하다. 개헌은 특정 권력자의 임기를 재설계하는 기술적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민주주의의 틀을 다시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결코 국민이 결정한다 는 논리가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최종 선택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해서, 권력을 가진 정치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개헌 의제를 아무 때나 던져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투표는 정치적 정당성을 세탁하는 도구가 아니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임기와 직접 연관된 민감한 문제일수록, 이미 명문화된 헌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지부터 엄정하게 살펴야 한다. 현재 헌정 과제는 산적해 있다.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권력기관 개혁, 선거제도 개선 등 오랫동안 미뤄온 과제들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민생과 제도 개혁보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입법부 수장이 먼저 꺼낸 것은 우선순위가 크게 잘못되었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권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여야를 아우르고 삼권분립의 가치를 지켜야 할 중립적 위치다. 다수당 출신 의장이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는 개헌 논의의 물꼬를 트는 순간, 입법부의 수장이 아닌 권력 연장의 길을 닦는 정치인 으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 조정식 국회의장이 해야 할 역할은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떠보는 경솔함이 아니라 권력과 거리를 두고 헌법의 원칙을 지키는 책임 있는 절제와 중립이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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