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철강 공급은 7000만톤뿐…자금 가뭄에 탈탄소 시계 멈춰 [환경] 글로벌 철강업계가 친환경 철강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이터는 19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철강업계 연례 회의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 지연, 정부 지원 부족, 수요 부진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고 보도했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계획된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의 약 절반이 이미 지연됐다. 각국 정부가 철강 탈탄소화를 위해 약속한 지원 규모는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철강 부문의 탈탄소화에 필요한 투자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2070조원)로 추산됐다. 필요한 재원의 1.3% 수준만 채워진 셈이다.
글로벌 철강업계가 친환경 철강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티센크루프 스틸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는 고객
철강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난감축 산업이다. 그러나 세계철강협회는 현재 프로젝트 파이프라인만으로는 2020년대 말까지 연간 약 7000만톤의 친환경 철강 생산에 그칠 것 으로 내다봤다. 이는 향후 전 세계 연간 철강 생산량 전망치인 약 20억톤의 3.5%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는 수소 기반 철강 생산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세계철강협회 샤오량 중 부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철강업체들이 탄소 감축 의지를 보여왔음에도 철강 1톤당 배출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철강 시장이 크지 못하는 더 큰 원인은 시장의 냉담한 반응이다. 현장에 참석한 철강 제조업체와 무역상들은 많은 고객이 탄소 배출을 줄인 청정 철강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말레이시아 철강산업연맹의 여춘퀴 부회장은 친환경 철강 생산은 좋지만,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며 그린스틸 논의는 공급 측면에 집중돼 왔지만 수요 개혁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요 인프라 사업에서 친환경 철강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중견 단조강 회사인 디로슈탈(Dirostahl) 같은 기업들이 여전히 섭씨 1200도가 넘는 전통적인 천연가스 용광로를 가동하며 버티는 이유다.
신규 용광로,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 전체와 맞먹어
친환경 전환이 삐걱거리는 사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오히려 전통적인 석탄 기반 고로(용광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까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계획된 신규 고로 용량은 세계철강협회가 집계한 전세계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 고로 설비는 수명이 최대 40년에 달해, 한 번 건설되면 수십 년간 탄소배출을 고착화할 수 있다.
이번 경고는 철강 탈탄소화가 기술 개발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친환경 철강 생산 설비를 짓기 위한 자금, 녹색수소 공급, 고객사의 가격 프리미엄 수용, 정부의 공공조달 의무화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전기로 준공식. 김민석(왼쪽 네 번재) 국무총리와 장인화(왼쪽 다섯 번재) 포스코그룹 회장이 준공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스코
한편, CBAM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전기로 기반 전환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국내 최대 전기로를 준공하면서, 저탄소 철강 전환에 한발 더 다가섰다. 약 6000억원의 투자비가 투입된 이 전기로는, 스크랩(고철)을 재활용해 기존 고로 대비 최대 75% 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전기로와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혼합해 정련하는 합탕 기술 개발에도 집중, 2030년까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를 통한 탈탄소 생산 체제 전환까지 신설 전기로는 핵심 브릿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