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아이들이 필요하다…저출산 해법 뭘까?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들이 앞다투어 경적을 울리며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서 있는 순간조차 이 사회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불친절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아이들이 뛰놀고, 자라나는 일이 사회적 불편 으로 취급되는 게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무엇보다 아이들이 필요하다는 선언이 절실합니다.
2023년 새해 첫날 태어난 쌍둥이 신생아들의 모습. 2023.1.1. 연합뉴스
해외 입양,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1950년대 전쟁 고아 시절부터 시작된 해외 입양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도 약 200명의 한국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었습니다. 누적 수치로는 무려 2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국외로 보내졌습니다. OECD 회원국 중 이렇게 오랫동안 대규모 해외 입양이 계속된 나라는 한국 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잃은 친부모는 평생 상처 속에 살아가고, 해외로 나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야 자기 뿌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제기한 소송과 증언은 한국의 해외 입양이 단순한 복지정책 이 아니라, 기록 조작과 아동권 침해가 얽힌 국가적 인권 문제였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아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참담한 모순입니다. 해외 입양의 단계적 금지와 국내 대안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저출산 주거정책의 일환으로 공급된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천원주택 을 입주 가족들이 둘러보고 있다. 천원주택 은 하루 임대료 1000원, 월 3만 원으로 주거(매입임대주택)를 최대 6년까지 지원한다. 2025.7.2. 연합뉴스
시설이 아니라 가정으로
현재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약 2만 5000명에 달합니다(2022년 보건복지부 아동복지통계). 국내외 연구는 일관되게, 시설 양육 아동이 위탁가정 아동에 비해 정서·사회성 발달이 뒤처지고, 성인 이후 자립 수준도 낮다고 보고합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CRC) 역시 2020년 권고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시설 중심의 보호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가정 중심 보호로 전환하라 고 촉구했습니다. 답은 분명합니다.
시설은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고, 그 예산을 위탁가정과 소규모 그룹홈 지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집단의 보호 대상 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생기본소득 3법(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17. 연합뉴스
아동친화적 사회 인프라
아동정책은 복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존중받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 동반 차량 전용 주차시설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자녀 가정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혜택이나 주거 정책도 미비합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2024년 0.72명)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초점은 여전히 다문화 지원 에 치우쳐 있습니다. 물론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다자녀 가정에 대한 우대와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동친화적 주차·교통·주거·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 정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안전, 그리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기득권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아동복지 구조는 오랫동안 기득권의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여왔습니다. 대규모 시설은 이미 예산과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사실상 시설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여 온 셈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아이들이 기득권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복지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아이들의 편이어야 합니다.
도토리를 주우며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 장윤영 시민기자
새로운 선언
아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한 명의 시민입니다.
해외 입양을 중단하고, 시설을 줄이고 가정 중심 보호로 전환하며, 아동친화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자녀 가정을 우대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의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아이가 사라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입니다.
이제는 결단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 남겨주어야 할 최소한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