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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쓰나미 시대 화엄의 인드라망 으로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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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 인공지능의 부상 - 21세기의 대전환과 복합 위기는 현대 문명의 근본 전제를 흔들고 있다. 인간 중심주의, 자연의 도구화, 무한 성장의 이데올로기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하나의 출구와 해답으로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이 불교다. 불교의 연기와 무아관은 종교이자 철학이며 문화로서의 역할을 어느 때보다 더욱 많이 요청받고 있다. 2600년의 불교에서 ‘오래된 미래’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불교는 이 시대의 바람과 요청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응답은 한국 불교 내부의 과제들을 스스로 직면하는 것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 행보가 특히 주목되는 이들 중 하나가 오대산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退宇 正念) 스님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차기 지도력을 둘러싼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그의 출마를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위기의 시대, 대전환의 시대, 많은 혁신과 변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불교에 미래의 희망을 줄 지도력이 절실해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그의 역할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이자 AI 쓰나미가 밀려오는 시대인데,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를 함께 열어갈 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고 말하는 그는 불교가 새로운 희망의 방향을 보여주며 이 시대에 거대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우 정념 스님을 지난달 30일 월정사로 찾아가 자신의 법호 ‘퇴우’처럼 물러섬과 나아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지난 2004년부터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 주지로 6선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탄허(呑虛) 문중의 법맥을 이어받았다. 1980년 5월 월정사에서 만화 희찬 스님을 은사로, 일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한 이래 60안거(夏安居·冬安居 60회)를 성만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20년간 정념 스님과 4대강 반대, 탈핵 등 환경생태운동을 함께해 온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이 함께 문답을 나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오대산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스님. ▌ 퇴우(退宇) - 작은 집을 나서 우주로 -오대산의 봄은 생명력이 넘칩니다. 전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세상의 소란이 일시에 잦아드는 기분입니다. 오늘 대화의 문을 스님의 법호 퇴우(退宇) 로 열어보고 싶습니다. 물러날 퇴(退)에 집 우(宇). 흔히들 더 크고 화려한 집을 짓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세상에서, 도리어 집에서 물러난다 는 호를 쓰십니다. 이 정신이 현대인들에게 어떤 길을 보여주는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라는 좁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아웅다웅 살아갑니다. 명예라는 집, 재물이라는 집, 지식이라는 집이지요. 그 좁은 집(宇)에서 한 걸음 물러설(退) 때 비로소 경계 없는 광활한 우주가 열립니다. 퇴우 는 현실 회피가 아닙니다. 나라는 작은 자아, 내가 세운 견고한 고정관념에서 한 걸음 물러섬으로써 만물과 소통하는 큰 생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단입니다. 비워야 비로소 새 집을 세울 수 있는 법이지요. 저는 월정사를 맡은 지 20년 넘게 한결같이 쉼 없이 혁신해야 하고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말해왔는데, 그 혁신의 출발점이 바로 퇴(退) 입니다. 가진 것을 한번 내려놓아야 시대의 흐름이 보입니다.  ▌AI 시대, 화엄(華嚴)의 인드라망으로 엮는 초연결 -좁은 아집에서 물러나 우주적 시각을 갖는다는 말씀이 AI 시대의 화두와 맞닿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AI 자체에 피해를 입기보다 기술을 독점한 소수 세력에 의해 소외되는 것을 우려합니다. 권력과 자본이 데이터를 독점하는 이 형국에 화엄(華嚴)의 지혜는 어떤 해법을 줄 수 있을까요? 화엄의 핵심은 인드라망(因陀羅網) 입니다. 우주 전체가 끝없는 보석 그물로 연결되어 서로를 비추고 있다는 사상으로, 현대 초연결 사회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다만 지금의 연결은 탐욕 에 기반한 물리적 연결에 머물러 있지요. 저는 일찍이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화엄을 중심으로 하는 열림과 포용의 미래지향적 불교사상 이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一卽多 多卽一) 라는 연기적 자각이 전제될 때, AI는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가 아니라 화엄의 세계를 구현하는 자비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을 다루는 이들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自他不二) 라는 마음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때, 비로소 기술은 모두를 살리는 공적 자산이 되겠지요. -작년 한국교수불자대회 특별법문에서 AI에도 불성(佛性)이 있는가, 없는가 라는 화두를 던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기계와의 경쟁을 넘어 인간다움의 본질을 묻는 질문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작년 6월 상원사에서 교수불자들에게 그 화두를 던졌습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을 내놓아도 그 밑바닥에는 생각 의 파편들만 존재할 뿐입니다.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생각 이전의 자리 , 즉 텅 빈 가운데 명명백백한 그 깨어있음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지요. 알고리즘이 우리 삶을 추천하고 결정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명상을 통해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隨處作主)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인류가 만들어낸 AI와 데이터 네트워크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묶는 거대한 망(網)과 같습니다. 화엄경의 인드라망이 디지털 기술이라는 옷을 입고 물리적으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는 그 망이 무엇을 전달하느냐입니다. 그것이 자본의 욕망이나 권력의 통제 수단으로만 쓰인다면 인류 문명은 거대한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 시대 종교의 역할을 인간중심에서 생명중심으로, 욕망을 평화와 공존으로 전환 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그 전환의 신호를 디지털 망에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판 화엄 세계의 실현이 아니겠습니까. -최근에는 종단의 교육제도까지 정면으로 짚으셨더군요. 중앙승가대학교 학인 스님들과 AI 대전환과 불교의 역할 을 주제로 즉문즉설을 나눈 자리에서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방식으로는 AI 시대를 담당할 도제(徒弟)를 양성할 수 없다 고요. 종단의 포교·교육·문화·수행 전반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획기적인 교육개혁이 없으면 미래를 함께 열어갈 능력 자체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계(五戒) - 기후·평화·양극화·AI 윤리를 관통하는 도덕 규범 -스님께서는 그 거대 담론을 매우 구체적인 자리, 즉 계율(戒律) 에서 풀어내신 적이 있지요. 2024년 글로벌 명상수행 수계식에서 외국 청년들에게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기후위기, 평화의 문제, 양극화의 문제, 인공지능의 윤리에 대한 이 문제도 오계(五戒)를 잘 지킴으로 해서 실현될 수 있는 그런 윤리 도덕의 규범 이라고요. 살생하지 말라(不殺生), 훔치지 말라(不偸盜),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不邪婬),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 술에 취하지 말라(不飮酒), 이 단순한 다섯 가지가 사실은 21세기의 모든 문명적 위기를 관통합니다.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마음이 곧 기후위기의 뿌리고, 남의 것을 빼앗는 마음이 곧 양극화의 뿌리이며, 거짓말을 일삼는 마음이 곧 AI 시대의 가짜뉴스 문제입니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마음의 문제라는 거지요. ▌ 디지털 디톡스 - 옴뷔(OMV)와 명상의 도시 -그 마음을 닦는 일이 사찰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 들어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연명상마을 옴뷔(OMV)로 구체화되었다고 봅니다. 2014년부터 5년을 준비해 2018년 7월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Odaesan Meditation Village)를 열었습니다. 약 3만 평 부지에 100여 개의 객실, 디지털 디톡스를 원칙으로 합니다. 객실에는 TV도, 인터넷도, 냉장고도 없습니다. 대신 편백나무로 지은 명상실이 있고 하루 두 번 명상·요가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기본 테마는 쉬다·먹다·놀다 세 가지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 폭주하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저의 답입니다. 손바닥 위 기기에서 잠시라도 손을 떼고,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마주하는 시간, 그것이 21세기 도시인에게 가장 필요한 수행입니다. ▌단기출가학교 22년 - 글로벌 명상수행 으로 세계 청년을 잇다 -스님께서 사회와 사찰의 담을 허무는 또 하나의 실험이 바로 단기출가학교라고 알고 있습니다. 2004년 9월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단기출가학교가 올해로 22년이 됐습니다. 70기까지 약 3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그중 약 10%인 350여 명이 실제로 출가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저는 한국 불교 출가 문화를 대중화하고, 세간의 삶의 현장이 그대로 수행처·도량이 될 수 있도록 하자 는 마음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2024년부터 미국에 본부를 둔 우든피시재단(Woodenfish Foundation)과 함께한 글로벌 명상수행 프로그램입니다.  작년 7월 한 달 동안 하버드, 예일, 브라운 등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비롯한 25개 나라의 청년 70여 명이 월정사 문수선원에서 삭발하고 단기 행자생활을 했습니다. 그들의 맑은 눈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과 단기출가 대학생들이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글로벌명상수행프로그램 회향 과 제67기 출가학교 졸업식 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저는 협약식에서 불교 2600년이 담긴 수행과 명상 시스템이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에 가닿길 바란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대산을 세계 청소년 명상의 성지로 일구어내는 일, 이것이 지금 우리가 세계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시(布施)라고 봅니다. 그 구체적인 노력으로 올해 청소년 명상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세계 청소년 문화마을 조성까지 계획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청소년 명상 문화 허브가 비로소 완성되는 셈입니다. ▌결실의 시대, 한국의 정신적 역할 -월정사는 탄허(呑虛, 1913~1983) 큰스님의 기개가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큰스님은 주역의 원리로 한국이 세계 문명의 결실을 맺는 간방(艮方) 의 자리에 있다고 보셨지요.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위기와 문명적 혼란을 그 맥락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탄허 큰스님은 늘 때(時) 를 읽으신 분입니다. 1977년 12월부터 1978년 2월까지 바로 이 월정사에서 화엄법회를 여신 일이 있지요. 큰스님께서는 동양적 사고에 기반한 문화의 종주국으로 한국이 설 때를 보셨습니다. 저 역시 지금이 문명사적 대전환기이자 AI 쓰나미가 밀려오는 시대 라고 봅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를 함께 열어갈 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요. 기성 종교가 쇠락하는 상황에서 불교는 새로운 희망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대에 거대 담론을 던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합니다. K-컬처가 전 세계를 매료시키는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 그 밑바닥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공동체의 조화를 소중히 여기는 우리 민족 특유의 영성이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영성을 가다듬어 세계에 내놓는 일, 이것이 한국 불교가 응당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봅니다. ▌인구절벽 시대의 답 - 세계시민보살(世界市民菩薩) -그 거대한 숙명을 완수하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합니다. 인구절벽과 출가자 급감이라는 벽이 너무 큽니다. 참으로 아픈 지점입니다. 다만 저는 이 위기가 곧 불교와 사회가 혁신할 절호의 기회라고 봅니다. 출가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켜온 닫힌 공동체 의 벽을 허물라는 시대의 요구입니다. 월정사가 22년간 단기출가학교를 운영해온 이유도, 옴뷔를 만든 이유도, 글로벌 명상수행을 시작한 이유도 모두 같습니다. 사찰의 담벼락을 낮추고 세상 전체를 거대한 승가(僧伽)로 만들자는 거지요. 저는 이를 세계시민보살(世界市民菩薩) 이라 부릅니다. 특정 종교의 틀에 갇히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기술의 독점을 견제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곧 이 시대의 보살입니다. 월정사는 지난 20여 년간 출가학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환지본처(還至本處) 운동, 지역사회 긴급재난 구호를 함께 해왔고, 이제는 인간중심에서 생명중심으로, 욕망을 평화와 공존으로 전환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구시민포럼, 전환사회포럼, 한일청소년역사문화교류 같은 작은 노력이 그 예입니다. 인구가 줄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질적 가치 는 더욱 소중해집니다. 소수의 정예화된 출가자들이 정신적 지도력을 발휘하고, 대중적인 세계시민보살들이 사회 곳곳에서 생명평화의 그물을 짜는 것, 이것이 인구감소 시대 불교와 사회의 공존 모델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차기 지도력을 둘러싼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데 스님 주변에는 출마를 권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전국 각지의 사찰과 선원, 일반 불자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지도력을 기대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버렸습니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섣불리 정치적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말은 자제하고자 합니다. 다만 종도들의 뜻을 받들고 같이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갈음하겠습니다.  ▌길 위에서 찾은 미래 - 결국 사람 이고, 그 사람의 마음 이 문명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진리를 다시 새깁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전나무들을 보십시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견뎠기에 지금 저토록 푸른 잎을 틔웁니다. 인류도 지금 거대한 문명의 겨울 을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불안은 미래에 가 있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와 내 곁의 생명을 살피고, 내 마음의 탐욕을 덜어내는 수행을 시작하십시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인간의 진실한 눈빛과 따뜻한 체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대산은 언제나 이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와서 걷고, 멈추고, 비워내십시오. 비워낸 그 자리에 비로소 세상을 살릴 큰 지혜가 솟아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인드라망의 보석처럼 서로를 비추며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믿음이 곧 생태문명의 시작입니다. 불교는 생태문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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