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전력 3배 증가에 전력망 ‘병목’…에퀴닉스, 원전 기반 전력조달 전략 본격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 에퀴닉스가 차세대 원자력 발전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ESG뉴스는 에퀴닉스가 네덜란드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글로벌 원자력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전망(2022~2030). 딜로이트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5년 536TWh, 2030년 1065TWh로 증가해 글로벌 전력 소비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제공 = Deloitte Insights.
AI 데이터센터에 원전 전력 공급…네덜란드서 250MW SMR 도입
지난 8월 에퀴닉스는 암스테르담 기반 원자력 프로젝트 개발사 ULC에너지와 최대 250메가와트(MW)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력 확보를 위한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ULC에너지는 2022년 영국 에너지기업 롤스로이스의 SMR 기술을 선택했으며, 470MW급 경수로형 SMR 배치를 추진 중이다. 영국은 최근 롤스로이스 SMR을 자국 최초의 SMR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에퀴닉스 네덜란드 법인의 미힐 에일츠(Michiel Eielts) 전무는 SMR 용량 확보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보장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경제 발전을 지원하며 디지털 인프라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 밝혔다.
에퀴닉스가 원전 기반 전력 조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가 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945테라와트시(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클로·래디언트·스텔라리아와 잇단 계약
에퀴닉스는 네덜란드 외에도 미국과 유럽에서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2024년 오클로와 500MW 규모의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며 SMR 공급사와 계약한 최초의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됐다. 오클로의 오로라(Aurora) 고속로는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에서 재사용 가능한 핵분열성 물질을 다시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에퀴닉스는 초소형 원자로 기술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공장에서 모듈형으로 제작돼 현장으로 운반·설치할 수 있는 래디언트(Radiant)의 ‘칼레이도스(Kaleidos)’ 마이크로원자로 20기를 선주문했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운반형 원자로라는 점에서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또한 용융염 기반의 증식–연소(Breed & Burn) 방식을 개발 중인 스텔라리아(Stellaria)와는 500MW급 선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설계는 장수명 폐기물을 연료로 다시 활용하고 원자로 내부에서 핵분열성 연료를 스스로 생성·연소하는 고효율 구조를 지향한다. 에너지 이용률을 높이고 공급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어 차세대 원자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 외에도 에퀴닉스는 블룸에너지와 협약을 통해 미국 6개 주 19개 데이터센터에 100MW 이상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배치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28만5000톤을 줄이고 물 사용량 3820억갤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GPU 전력 소비 3배 증가…원자력이 해법
데이터센터 업계의 원자력 전환은 AI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전력망 제약이라는 이중 압박에서 비롯됐다. 딜로이트는 2025년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2%인 536TWh를 소비하지만, 생성형 AI 성장으로 2030년까지 1065TWh로 약 두 배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의 랙당 전력 밀도는 2023년 36킬로와트(kW)에서 2027년 50kW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GPU는 2024년 기준 1200와트로 작동하며, 이는 2022년 400와트에서 3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전망이다. IEA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은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전력 수요는 향후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해 2030년까지 일본 전체가 소비하는 만큼의 전력을 소비하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24시간 무중단 청정 전력 확보는 데이터센터 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송전망 연결 지연이라는 한계 속에서 원자력은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딜로이트는 기술 산업이 청정에너지 기술을 상용화 규모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본 여력을 가진 산업이라며 전력 산업이나 혁신기업은 단독으로 이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