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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비혼모, 그들은 왜 엄마가 되기로 마음 먹었나

비혼모, 그들은 왜 엄마가 되기로 마음 먹었나
[사람들]
인천 유일의 출산지원(1차)시설, 이곳은 2005년 설립된 인천자모원이다. 천주교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이 법인 시설은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출산지원, 대안교육, 위기임산부 상담 및 지원 등 세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 재원은 국비와 시비, 그리고 교육청 예산으로 마련된다. 인천자모원은 임신한 비혼 여성들에게 출산과 병원 진료를 지원한다. 출산을 앞둔 이들에게 안전한 거처를 제공하고,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이미선 원장이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출산지원 사업이 아니었다. ‘미혼모’와 비혼모 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는 ‘미혼모’라는 말보다 ‘비혼모’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미혼모라는 표현에는 사회가 오랫동안 덧씌워온 낙인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비혼모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동정과 비난, 편견의 시선을 함께 품어왔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여성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낙인처럼 작동해 온 것입니다.” 이미선 원장은 이제 그 이름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 속에서 문득 김춘수 시인의 이 떠올랐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존재가 의미를 얻는다고 말한다. 이미선 원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사람을 규정하고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적 언어입니다.”   인천자모원 이미선 원장이 부천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근무 시절 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그에게 비혼모는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기 이전에 자신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물론 현실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경제적 문제, 양육 부담, 사회적 편견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들을 먼저 결핍이나 문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천자모원이 하는 일 역시 단순히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이후의 삶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전체를 함께 한다. 결국 이미선 원장이 말하는 ‘비혼모’라는 이름은 단어 하나를 바꾸자는 제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바꾸자는 의미에 가깝다. 이름을 바꾼다고 현실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부르는 말이 바뀌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변화는 그렇게 작은 호칭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천자모원 엄마들의 방 안에는 엄마 침대와 아기 침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지만 공간만큼은 철저히 ‘한 가정, 한 방’으로 운영된다. 엄마와 아기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시설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생각보다 폭이 넓다. 한 때는 중학생인 15세도 입소한 바 있으며, 50대까지 이곳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20~30대 여성들이다. 해당 연령은 사회활동과 연애가 가장 활발한 나이대이기도 하다. 이미선 원장은 최근 입소자들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학력이 단절되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훨씬 줄었습니다. 중·고등학생도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으로 학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인천자모원은 그런 학생들을 위해 임신 중에 학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교육청 공인 대안학교를 운영하며 원적 학교의 학생 신분을 유지하도록 위탁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교육의 종착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시설에 입소한 여성들은 여러 선택지 앞에 서는데, 직접 아이를 키울 수도 있고, 다른 보호체계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입양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인천자모원의 경우 예전에 비해 아이를 키우겠다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의지가 훨씬 강해지고 있다. 물론 결심만으로 양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인천자모원의 지원은 퇴소와 함께 끝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기로 선택한 여성들은 시설을 떠난 이후에도 정기적인 지원을 받는다. 매달 퇴소자 자조모임이 운영되고, 이 시간에는 부모교육, 자녀와 함께 하는 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육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설을 나온 뒤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선배 엄마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자모원의 역할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다. 출산을 준비하는 공간이자, 엄마가 되는 과정을 함께 배우고 연습하는 학교에 가깝다. 방 한편의 작은 아기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다. 그 침대는 누군가의 포기가 아닌 선택의 결과이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키워 나가겠다는 약속의 상징이다.   인천자모원 내 교육청 공인 대안학교는 원적 학교의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도록 위탁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유기아동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이미선 원장은 내용과 댓글에 주목한다고 했다. ‘어떻게 엄마가 그럴 수 있나. 아이를 버릴 거면 왜 낳았나’ 등의 댓글을 보면 마음이 저려 온다. 분노는 대부분 생모를 향합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은 기사 속에서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죠. 사건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현실 때문에 불편합니다. 도대체 그 아이의 아버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임신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모든 화살은 엄마에게만 향할까요. 사회는 아이를 버린 여성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만든 또 다른 당사자인 친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죠. 기사에서도, 댓글에서도, 사회적 비난에서도 아버지의 존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왜 잘 나오지 않을까요. 출산과 양육의 문제를 왜 모두 여성의 몫으로 돌리는 걸까요. 엄마는 범죄자로 등장하는데 친부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이가 버려졌을 때 사람들은 엄마를 향해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친부가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양육 의사는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왜 아이를 버렸는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왜 그 여성은 혼자 남겨졌는지, 왜 아이의 아버지는 책임을 지지 않았는지, 왜 사회는 그 과정을 방치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유기아동 사건의 뒤편에는 늘 한 명의 엄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 또 한 명의 부모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그 존재를 너무 쉽게 지워왔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유기아동 문제가 반복되게 만드는 가장 오래된 악습인지도 모른다. 한부모 가정의 상당수는 양육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매달 발생하지만 양육비 지급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가도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운영하며 양육비 지급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선 원장은 양육비 문제를 단순히 부모 간의 금전 분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양육비를 받을 권리는 여성의 권리가 아닙니다. 아이의 권리입니다.”   인천자모원의 퇴소자 자조모임에 참여한 엄마들와 자녀들의 모습 그가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양육비는 엄마를 돕기 위해 지급되는 돈이 아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부모가 이혼했든, 결혼하지 않았든, 함께 살지 않고 있든 그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양육비를 요구하는 여성을 향해 ‘돈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작 아이의 생존권과 성장권은 논의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이미선 원장은 우리 사회가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왜 양육비를 달라고 말하느냐’가 아니라 ‘왜 양육비를 주지 않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그는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사회적 책임이 여전히 성별에 따라 불균형하게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여성이 홀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 역시 여성에게 집중된다. 이미선 원장은 이런 현실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인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 세대의 인식 역시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MZ세대 여성들조차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기성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정상가족 틀 밖의 여성이라는 차가운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오래된 기준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하고, 책임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고, 아이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죠. 하지만 동시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 역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모순된 요구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도, 결혼하지 않은 엄마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인천자모원의 역할은 출산을 돕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여성과 아이가 위기 상황을 지나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곁을 지키는 것이 이곳의 목표다. 인천자모원에는 임신 중인 여성들이 출산 전부터 입소할 수 있으며 최대 1년 6개월 동안 생활할 수 있다. 안전한 주거공간은 물론 병원 진료와 출산 준비, 상담, 생활 지원 등이 함께 제공된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갈 곳을 잃은 여성들에게 자모원은 첫 번째 안전망이 된다. 하지만 출산이 끝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며 새로운 현실이 시작된다. 그래서 인천자모원은 1차 시설에 머무는 동안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한다. 출산 후 양육을 선택한 여성들은 2차 시설인 양육지원시설로 연계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독립된 주거공간이 제공된다. 한 채의 집에 두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형태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차 시설에서는 3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만기까지 생활한 경우에는 정착지원금도 지급된다. 단순히 머물 곳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 이후 3차 시설인 한부모가족 지원시설로 연결된다. 이곳에서는 미성년 자녀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낼 수 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긴 시간, 주거 불안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출산만 돕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함께 책임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천자모원의 지원은 출산, 양육, 자립의 세 단계를 하나의 과정으로 봅니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까지. 그리고 엄마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인천자모원에는 위기 임산부 상담도 지원합니다. 경제적 어려움, 가족의 단절, 학업 중단, 파트너의 외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여성들 가운데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때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발견된 아기와 관련된 상담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모습 ‘아이를 살리는 것’과 ‘아이의 권리를 지키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이 질문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기도 하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가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보호출산을 선택한 경우 아동은 국가의 보호 아래 놓인다. 임산부가 양육을 포기하면 아동의 건강상태와 감염 여부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정 후견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후 사례결정위원회가 아이의 향후 보호 방향을 심의한다. 시설 보호 또는 입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보호출산제의 가장 큰 장점은 ‘생명 보호’를 꼽는다. 출산을 숨기기 위해 위험한 방법을 선택하거나, 영아 유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미선 원장은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호출산제는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베이비 박스’를 법의 보호영역 안으로 포함시켜,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날 권리와 살아갈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보호출산이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대신 또 다른 권리를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으며, 아이의 정체성이 전면적으로 부정될 위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한다. 친부모는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자신과 헤어졌는지, 자신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한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는 그 출발점 자체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제도는 프랑스의 ‘X출산’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출산 기록은 국가가 보관하지만 일반적인 출생신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된다. 부모의 신원은 비공개로 처리되며, 아이는 성장한 뒤에도 자신의 출생 배경을 확인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500 명 이상이 ‘X출산’으로 태어나고 있으며, 성인이 된 이들은 해당 제도가 ‘유럽인권협약 14조’ 차별금지 위반이라며 지속적으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역설적으로 정체성과 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 보호출산제를 단순히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 있다. 오히려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눈앞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가 훗날 자신의 이름과 가족, 그리고 삶의 시작을 찾아 헤매게 된다면 그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누군가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누군가는 입양을 고민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보호출산을 선택할지 여부를 놓고 밤새 고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보호하는 것과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 우리는 그 둘을 모두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자모원은 엄마들의 퇴소 이후 자립을 위해 자격증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사람에게 사회는 축하보다 의심을 먼저 보낸다. 인천자모원을 찾는 엄마 대부분은 아이를 버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키우고 싶어서 찾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양육보다 포기를 제도 속에 숨겨놓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엄마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편견이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라면 먼저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동복지의 목표는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안정적인 주거, 충분한 양육수당,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 실질적인 양육비 이행, 차별 없는 교육환경 같은 제도들이 갖춰질 때 비혼모는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양육자가 될 수 있다. 많은 비혼모들은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누군가 대신 아이를 키워주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이를 키울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벌이 아니라 응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어른의 품이다. 그리고 그 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받쳐 주는 사회의 손길이다. 비혼모가 사회적 냉대와 편견 속에서도 끝내 아이의 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그 사랑이 혼자 싸우지 않도록, 아이를 키우겠다는 용기가 좌절로 끝나지 않도록, 비혼모가 당당히 엄마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아이를 위한 복지이며,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이득신 시민기자 dsshine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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