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ISSㆍ글래스루이스 겨냥...ESG·DEI 압박 강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이 ESG 및 DEI(다양성ㆍ형평성ㆍ포용성)를 둘러싼 ‘의결권 전쟁’의 전선을 본격적으로 대리의결권 자문사(proxy voting advisory) 로 돌리기 시작했다. 블랙록, 뱅가드와 같은 메이저 자산운용사에 대한 안티 ESG 압박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보고, 이제 그 타깃을 메이저 대리의결권 자문사로 돌린 것이다.
미국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인프라로 여겨져 온 ISS·글래스 루이스가 직접적인 규제·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월가와 글로벌 투자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급진적 ESG·DEI 의제” 겨냥…SEC·FTC·노동부에 전방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거래위원회(FTC), 노동부 등 주요 연방기관에 ISS 및 글래스루이스의 운영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반독점법, 부정경쟁법, 기만행위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라는 명령도 포함됐다.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ISS와 글래스 루이스를 콕 집어 의결권 자문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외국 소유 회사 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온실가스 감축, 인종 형평성 감사 등 ESG·DEI 관련 주주제안을 지지함으로써 급진적이고 정치적 동기의 의제 를 밀어붙이고 있다 고 비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래스루이스는 2021년 캐나다 투자회사 펠로톤 캐피털과 그 회장인 스티븐 스미스(Stephen Smith)에 인수됐다. 메릴랜드에 본사를 둔 ISS는 2021년 10대 증권거래소 그룹 중 하나인 독일 도이체 뵈르세(Deutsche Börse)로 편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행정명령에 서명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거래위원회(FTC), 노동부 등 주요 연방기관에 ISS 및 글래스루이스의 운영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SEC에는 ▲두 회사가 등록 투자자문사(RIA)로서 어떤 규제를 더 받아야 하는지, ▲ESG·DEI 관련 권고의 내용과 이해상충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지, ▲연기금·자산운용사가 이들의 ESG·DEI 자문을 따르는 것이 신탁의무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FTC에는 플로리다·텍사스 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소송·조사를 참고해 연방 반독점·부정경쟁·기만행위 위반 여부를 살피고, 노동부에는 연금계획(ERISA)의 의결권 행사에 대리인 자문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ESG·DEI 의제 관여가 연금 수탁자 의무와 충돌하는지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최근 미국의 안티 ESG 흐름이 제도적 규제 단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회사가 주요 기업의 정책과 우선순위에 급진적이고 정치적 의제를 주입했다 고 비판하며, ESG·DEI 중심의 주주 제안을 지지한 사례를 문제 삼았다.
ISS·글래스 루이스 정치화된 공격…독립성·전문성 훼손 우려”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즉각 반응에 나섰다. ISS는 성명을 통해 ISS는 SEC 등록 투자자문사로, 40년 넘게 기관투자자에게 독립적인 리서치와 의결권 자문을 제공해 왔다”며 기업 지배구조 기준을 강요하거나 설정하는 조직이 아니며, 고객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전문적·윤리적·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글래스 루이스 역시 행정명령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지만, 정부가 의결권 자문 업계 전반에 요구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점은 환영한다”며 항상 최고 수준의 윤리 기준을 준수해 왔고, 고객의 이익이 모든 활동의 중심”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최근 보수 진영의 공세를 의식해 실제로 일부 정책을 조정해 왔다. ISS는 이사 선임 권고에서 이사회 다양성 기준을 고려하는 관행을 중단했고, 양 사 모두 기후·사회 이슈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 권고 건수를 줄이는 등 ‘탈정치화’ 시그널을 보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공화당 측의 압박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양새다. 플로리다·텍사스 등 공화당 주정부가 별도 소송과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령에서 ISS와 글래스루이에 대해 외국 소유의 의결권 자문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미국 기업의 전략을 외국 자본이 좌우한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법원 판결로 숨 고른 의결권 자문사…앝니 ESG 공세 2라운드 돌입
이번 행정명령은 ‘안티 ESG’ 공세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플로리다·텍사스 등 공화당 주정부는 ESG·DEI 관련 주주행동과 자산운용 전략을 문제 삼으며, 대리의결권 자문사와 대형 운용사들을 상대로 반독점·소비자보호 소송을 잇달아 제기해 왔다.
다만 대리의결권 자문사들이 법원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공화당 측 시도가 번번이 제동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2020년 이후 ISS는 대리인 투표를 ‘요청(solicit)’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는 연방 항소법원 판단을 이끌어 내, 트럼프 1기 당시 추진되던 의결권 자문 규제의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켰다. 텍사스주가 다양성·환경을 이유로 한 의결권 자문을 제한하려 한 법률도 올해 연방법원에서 집행이 막혔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이번에 행정부 차원의 행정명령을 통해 SEC·FTC·노동부 등 규제기관의 재해석 카드 를 동원, 법을 직접 바꾸지 않고도 대리인 자문 산업의 사업모델과 ESG·DEI 관여 방식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로이터는 정치와 규제기관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대리의결권 자문사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