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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이란 전쟁·북중러 밀착 복합위기 속 한·일 전략적 연대

이란 전쟁·북중러 밀착 복합위기 속 한·일 전략적 연대
[국제]
2026년 봄,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글로벌 안보 환경은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쇄 공습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를 낳으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마비시켰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 성사된 2026년 5월 미·중 정상회담은 패권 경쟁의 파국을 막기 위한 전술적 봉합을 시도했으나, 직후 전개된 중·러 정상회담과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격변,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7년만의 평양 방문 가능성은 대륙세력의 ‘반미·다극화’ 전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정면 충돌하는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서 한반도의 안보 지형은 심각한 변곡점에 직면했다. 이는 세계적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경고를 상기시킨다. 그는 생애 마지막 저서 『전략적 비전: 미국과 흔들리는 패권』에서 미국의 패권이 후퇴할 때 지정학적 충격파를 맞닥뜨릴 취약국가 8개국을 꼽았는데, 그 중 하나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조지아, 우크라이나는 이미 강대국의 침공을 당했거나 전쟁 중이며,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국가연합을 선택했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독자핵무장을 선택했다. 남은 두 나라는 대한민국과 타이완이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2017) 이재명-다카이치 정부의 ‘밀월 셔틀’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체제의 균열이 생존 위기로 직결되는 현실에서, 한국의 선택지에 대해 거대한 중국 중심의 ‘신중화체제’에 종속되느냐, 아니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의 전략적 연대로 세력 균형을 도모하느냐의 두 가지로 정리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의 고도화로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최근 국내외에서는 이 두 가지 길을 넘어 독자적인 생존력을 확보하려는 ‘독자 핵무장’ 옵션 역시 실존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대외 환경 속에서, 한국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개되고 있는 한일관계의 풍경은 대선 국면의 도식적 전망을 완전히 비껴가고 있다. 당초 진보 성향 정부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역사 정의와 민족주의적 명분을 앞세워 일본과의 대립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일본에서 개헌과 군사 대국화를 주창하는 자민당 내 강경 우익의 대표 주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출범하면서 양국의 충돌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2026년 1월 일본 나라(柰良)를 거쳐, 5월 19~20일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는 확실한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 이 예외적인 안정 기류의 이면에는 중화체제 편입이나 국제적 고립을 부르는 독자 핵무장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민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일본의 역내 리스크 분산 필요성이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악수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6.5.19 연합뉴스 한일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결속 이재명 정부의 대일 접근법은 명분론과 진영 논리를 걷어낸 철저한 국익 우선주의에 기반한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북·중·러 밀착이라는 전대미문의 안보·경제적 복합위기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의 틀을 실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높은 에너지 외부 의존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첨단 공급망에서의 높은 중국 의존도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공유한다. 이에 에너지 확보와 경제안보는 두 나라 모두에게 가장 시급한 국가과제가 되었다. 미국발 리스크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경제적 파국을 감수해야 하는 독자 핵무장 대신에, 동등한 국력을 지닌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한일 공조가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안동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협력 체제의 활성화를 동시에 모색했다. 안보와 공급망을 위한 소다자 공조를 다지되, 중국과의 소통 창구를 가동해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체적 실용주의다. 이에 비해, 다카이치 정권의 한일 협력 드라이브는 자국의 안보 취약성을 보완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에서 기인한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증강하고 ‘반격 능력’을 내세워 공격무기를 대폭 늘리는 등 전후 평화헌법 체제를 무력화하는 군비증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일본은 홀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군사대국화 기조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세련된 유화책을 구사한다는 사실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에 공물대납방식을 택하고,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장관급 파견을 유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역사 갈등의 휘발성을 낮추기 위해 일본 정부는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공동감정 추진’을 전격 수용했다. 한국을 레버리지 삼아 자원 공급망 위기를 돌파하고 자국 방위력 증강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실용주의적 포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박수치고 있다. 2026.1.13 안보·에너지 실리 외교와 잠재적 리스크 관리 이러한 한일 양국의 전략적 교차는 안보와 경제의 유기적 결합이라는 구체적 실익으로 투사되고 있다. 안동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망 및 에너지 불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확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양국은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을 확대 발전시켜 LNG 및 원유 수급 협력을 강화하고, 핵심 광물의 확보와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공조를 구체화했다. 나아가 AI·우주·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까지 협력을 넓히며 관계의 저변을 깊게 다졌다. 안보 영역에서의 전술적 조치도 파격적이다. 금년 1월 한일 정상회담 직후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동 중 일본 오키나와 나하 항공자위대 기지에 기착해 중간급유를 받은 사건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일본 정부가 자국 법제를 유연하게 해석해 군수 지원을 제공한 사례다. 한국은 작전 실리를 챙겼고, 일본은 자위대의 대외 행동반경을 넓히는 포석을 놓은 것이다. 이같은 군사·에너지 밀착이 가능했던 것은 이재명 정부가 휘발성 높은 역사 갈등을 실무적 사안으로 분리한 ‘투트랙 외교’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거대 담론 위주의 과거사 논쟁에서 벗어나 조세이 탄광 DNA 공동감정이나 초국가 범죄 대응 등 인도주의적·실무적 사안에서 성과를 도출했다. 또한 양국 정상의 고향인 나라와 안동을 교차 방문하는 ‘지방 셔틀외교’를 통해 정치적 주목도를 낮추고 민족주의적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정서적 자극을 피하면서도 실질적 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영리한 전술이다. 이재명-다카이치 시대의 냉정한 손익계산과 시사점 현재의 한일관계 순항은 과거의 소모적인 이념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철저하게 국민의 생존과 국익을 계산해낸 이재명 정부의 가치창출형 실용외교가 만들어낸 빛나는 결실이다. 하지만 이 위태로운 동거를 바라보는 국내 정치권의 시선은 팽팽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현 정상회담 기류를 향해 과거 선거 때마다 ‘죽창가’를 불렀던 입장 변화에 대한 해명이 없는 기만”이라며 현 정부의 대일 외교를 강하게 비난했다. 보수야당의 ‘친일 프레임’ 공세야말로 변화된 국제정세의 엄중함을 읽지 못한 구태의연한 정쟁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 한일관계가 두 나라의 영원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무조건 담보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강제동원, 독도,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문제 등 언제라도 양국 관계를 급속히 냉각시킬 수 있는 잠재적 갈등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일본의 본질적인 역사·영토 인식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경제적·안보적 협력은 언제든 급속히 냉각될 수 있댜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미·일 공조의 강화가 북·중·러 밀착을 자극해 역내 안보 딜레마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도 항상 유의해야 한다. 결국 브레진스키가 경고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한일 전략적 연대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도 국제사회의 고립을 초래할 독자 핵무장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고도의 복합 전략자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핵무장 옵션을 현실적으로 대체하는 차원에서 ‘핵추진잠수함(SSN)’ 도입을 유력한 대안으로 깊이 있게 고려하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한미 원자력협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무제한 수중 잠항을 통해 북한의 SLBM 위협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자산이다. 동시에 남중국해와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공급망 위기 때 우리의 해양주권을 독자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궁극의 비대칭 카드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장관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보고를 듣고 있다. 2026. 5. 26 연합뉴스 조성렬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일본과의 실용주의적 협력을 심화하면서도,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확고한 독자적인 비대칭 방위 역량을 내실 있게 고도화하는 것만이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내 사회적 합의를 넓히는 길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정파적 공세에 흔들림 없이 국격과 역사적 원칙이라는 단단한 닻을 내린 채, 실리와 전략적 대안을 모두 거머쥐는 당당한 실용외교를 밀어붙여 동북아 평화의 주도권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조성렬 전략노트 inssc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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